더 빠르게, 더 많이 반도체 메모리가 진화한다

최근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최소 선폭인 60나노 기술을 상용화한 8기가 NAND 플래시 메모리의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미 디지털 카메라, MP3 플레이어, PDA, 휴대용 게임기, 그리고 이들 기능을 내장한 핸드폰 등의 휴대용 디지털 제품에서 메모리는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다. 이런 용도의 메모리는 기기의 전원을 끄더라도 저장된 내용이 모두 지워져 버리지 않고 유지되는 비휘발성(non-volatile) 이어야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플래시 메모리이다. 플래시 메모리가 없다면 당장 디지털 카메라에는 사진을 저장할 수 없고, MP3 플레이어에는 음악을 저장할 수 없다. PDA에 플래시 메모리가 없다면 종이 없는 수첩과 다를 바 없으며, 핸드폰에 플래시 메모리가 없다면 수많은 친구들의 전화 번호를 모조리 머릿속에 외워 둘 수도 없는 노릇이므로 낭패를 볼 것이다. 삼성전자의 8기가 플래시 메모리를 사용하면 대략 120장 가량의 음악 시디를 칩 하나에 담을 수 있다. 이후 플래시 메모리 용량이 더욱 늘어나면 PDA 하나에도 도서관에 소장된 문헌 자료를 모두 담을 수 있는, 문자 그대로 ‘손안의 도서관’을 구현할 수도 있다.

 

플래시 메모리의 얼개는 다소 복잡하지만, 얇은 유전막을 사이에 두고 트랜지스터 2개를 맞붙여 놓은 구조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트랜지스터는 수도꼭지를 돌리듯 게이트(gate)에 일정 수준 이상의 전압을 걸어주면 소스(source)로부터 드레인(drain)으로 전자가 흐르는 원리로 동작하는 소자이다. 0과 1은 트랜지스터 한 개를 사용해 유전막에 저장한 전하의 양이 다른 트랜지스터가 동작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지 아닌지에 따라 결정된다. 이때 0과 1을 바꾸어, 즉 새로 써 주기 위해서는 유전막에 저장된 전하를 먼저 완전히 제거해야 하는 지우기(erase) 과정을 거쳐야 한다. 플래시라는 명칭은 이전의 비휘발성 메모리의 지우기 성능을 크게 개선한 데서 이를 강조하기 위해 붙여진 것이다.

 PDA 등 휴대용 디지털 제품의 저장 기능 담당… 현재 8기가 까지

다양한 차세대 메모리 통해 풍성한 유비쿼터스 시대 누릴 것 

플래시 메모리는 구조나 제조 공정이 까다로워 전 세계적으로도 인텔, AMD 등 일부 업체들만이 양산하고 있을 뿐이다. 삼성전자가 DRAM뿐 아니라 핸드폰이나 디지털 카메라용 등에 이용되는 고부가가치 플래시 메모리에서 세계의 선두주자로 활약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플래시 메모리에는 단점도 많다. 디지털 카메라, 특히 카메라 기능이 있는 핸드폰 등을 사용해 보았다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읽고 쓰는 데 무시할 수 없는 시간이 걸린다. 수명도 생각보다 짧다. 유전막의 재료적 한계 때문이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는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의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데 그 대표적인 예로는 재료의 여러 특성을 이용하는 FRAM(Ferroe-lectricRAM), MRAM(MagneticRAM), PRAM(Phase-change RAM)등이 있다. (DRAM과 다양한 차세대 메모리의 원리에 대해서는 재료공학부 홈페이지(http://mse.snu.ac.kr) ‘재료공학 소개’란에 있는 ‘21C 21개의 재료공학’ 안에 있는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이런 다양한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가 상용화될 경우 앞으로 더욱 빠른 속도와 더욱 늘어난 용량으로 훨씬 다양하고 풍성한 유비쿼터스 시대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 © 대학신문 사진부

주영창 교수

재료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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