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희 교수 성희롱·성추행 의혹 이어지자 사퇴

이사회, 자체 조사를 했음에도 8대7로 강대희 교수 선출

총장최종후보자 사퇴 시 대응 규정 전혀 없어

평의원회·교수협의회·학원장협의회 상설협의체 구성

9일(월) 총학생회가 기자회견을 열어 이사회와 총추위의 총장후보자 ‘부실 검증’을 비판하고 있다.

지난 6일(금) 총장최종후보자로 선출됐던 강대희 교수(의과학과)가 성희롱·성추행 논란 끝에 자진 사퇴했다. 『대학신문』의 취재 결과, 이사회는 강대희 교수의 성추행 혐의를 인지하고 자체 조사를 벌였음에도 투표결과에 따라 강대희 교수를 총장최종후보자로 선출했다.
강대희 교수의 총장최종후보직 사퇴 배경엔 성희롱·성추행 등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뉴시스」의 단독 보도를 통해 3일에는 여기자 성희롱과 논문표절에 대한 의혹이, 5일에는 여교수 성추행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강대희 교수는 성희롱과 논문표절에 대해선 ‘사실과 다르다’며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여교수회 전화숙 회장(컴퓨터공학부)이 동료 교수 성추행 의혹에 대해 폭로한 이후, 강대희 교수는 총장최종후보직에서 물러났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총장최종후보자 선출을 담당한 이사회가 강 교수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 인지하고 조사위원회까지 꾸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교수회 전화숙 회장이 여교수회에 보낸 메일에 따르면, 전화숙 회장은 5월 13일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피해호소인의 제보를 받은 뒤 그 다음 날에 총창추천위원회(총추위) 이철수 위원장(법학과)에게 총장후보자 3인에 대한 미투 관련 검증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때 전 회장은 이사회의 노정혜 이사(생명과학부)에게는 구두로 강대희 교수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알렸다. 총추위는 17일에 여교수회에서 보낸 공문 내용을 이사회에 보고했으며, 이사회는 이홍훈 이사장을 포함한 3명의 이사들로 ‘여교수 성추행 조사위원회’(조사위)를 꾸리고 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31일엔 조사위의 노정혜 이사에게 성추행 사건을 제보한 피해호소인의 진술서도 전달됐으며, 진술서엔 해당 교수가 성추행 피해 사실을 제보한 동기와 성추행의 구체적 정황을 밝히는 내용도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사회는 성추행 의혹에 대해 자체 조사와 논의를 했음에도 6월 19일 강대희 교수를 총장최종후보자로 선출했다. 이홍훈 이사장은 이러한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 “조사위를 통해 검토된 결과와 진술서의 내용까지 고려해 이사들이 각자 결정을 내렸다”며 “일시와 장소를 특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술서만으로 판단을 내리기는 힘들다는 의견을 제시한 이사도 있어 8대 7이란 투표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총학생회(총학)와 ‘서울대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민교협) 등 학내 구성원들은 총장최종후보자 사퇴를 불러온 총장후보자에 대한 부실 검증을 비판했다. 총학은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총추위와 이사회가 성희롱, 성추행 등 의혹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지 않았다”며 “남은 총장후보자 4인에 대한 재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민교협은 오늘 입장서를 통해 “총추위와 이사회가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이 구성원들 사이에 퍼졌음에도 후보자의 소명에만 의존했다”며 총추위와 이사회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강대희 교수의 총장최종후보직 사퇴로 총장최종후보 자리는 공석이 됐지만 이에 대한 대응 규정이 없어 차기 총장 선출은 오리무중 상태다. 또한 성낙인 총장의 임기가 오는 19일에 끝나고 부총장 임기 또한 이달 말 만료돼 본부의 행정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오늘 평의원회, 교수협의회, 학원장협의회는 협의체를 구성해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정상 교수협의회 회장(의학과)은 “직원, 학생 등의 다른 학내 구성원과도 논의해 차기 총장선출에 대해 고민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본부는 학내 논의가 이뤄지면 그 결과에 따를 계획이다. 한규섭 협력부처장(언론정보학과)은 “성낙인 총장 임기 이후의 문제는 현재의 본부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학내구성원들이 의견수렴을 통해 결정을 내리면 그에 따를 것”이라고 본부의 입장을 전했다.

사진: 신하정 기자 hshin15@snu.kr

그래픽: 임진희 취재부장 ivj7545@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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