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부 정영근 교수

정영근 교수

화학부

화학계의 꽃인 촉매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 정영근 교수(화학부)를 만났다. 정 교수는 “영원하지 않은 이 자리를 내놓게 돼 시원하면서도 좋은 사람들과 지냈던 행복한 시간을 마감해야 한다는 점은 섭섭하다”며 퇴임 소감을 밝혔다. 그는 촉매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세웠지만 “큰 발견은 아니”라면서 겸손한 지식인의 풍모를 내비쳤다. 정 교수의 대표적인 업적은 화합물의 반응을 효율적으로 촉진하는 불균일 촉매의 발견이라 할 수 있다.

Q. 불균일 촉매 연구의 의의는 무엇인가.

A. 화학 산업에서 쓰이는 촉매가 대부분 불균일 촉매이고, 불균일 촉매가 낮은 압력에서도 잘 반응시킨다는 점에서 우리 연구진이 촉매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또한 불균일 촉매의 특성상 사용 후 쉽게 회수할 수 있어 효율성 면에서도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Q. 한국과 미국에서 학술활동을 했는데, 두 나라의 연구 환경이 어떻게 달랐나?

A. 미국에서 연구한 기간이 4년 반밖에 되지 않아 정확히 말하긴 어렵지만, 한국의 연구 환경이 더 열악한 것은 분명하다. 간단한 예로 화학 실험은 실온에서 이루어지는데 이는 섭씨 25도를 의미한다. 미국에서는 이 온도가 잘 지켜지지만 한국에서는 25도가 지켜지지 않고 계절마다 실험실 온도가 다르다. 실내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은 화학 실험에 있어 아주 기본적인 것이지만 한국에서는 이조차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요즘은 전보다 좀 나아졌지만, 아직도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실험실 환경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Q. 평소에 학생들에게 창의성을 매우 강조하는데 본인만의 창의력 향상 비결이 있나?

A.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자연과학에서의 창의성은 기본적인 지식을 알아야 발휘할 수 있다. 전공에 관한 기초 지식을 잘 쌓아놓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논문을 읽을 때는 연구자가 왜 이런 연구를 했고 이런 방법을 택했는지를 스스로 생각해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연구의 목적과 방법을 스스로 파악해보려는 노력은 창의력을 계발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Q. 시집을 발간할 정도로 문학에도 능통한데 한쪽 영역에만 치우쳐 있는 학생들에게 해줄 말은?

A. 전공 분야 외에 다른 분야도 계발하라는 조언을 던지고 싶다. 이과 학생들은 인문학적 소양을 키울 필요가 있고, 문과 학생들은 자연과학적 지식을 쌓아야 한다. 특히 자연과학을 공부하는 학생에게 문학은 창의력을 키워주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계발되지 않은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해야 한다.

끝으로 정 교수는 후학에게 “우리의 경쟁상대는 주위 사람이 아닌 세계라는 것을 명심하라”는 마지막 조언을 전했다. 34년 동안 그의 삶을 풍요롭게 했던 제자 한 명 한 명에게 고마움을 느낀다는 그의 진심과 앞으로의 삶은 가족에 집중하고 싶다는 그의 다짐은 따뜻하게 다가왔다. 그는 일평생 냉철한 과학자로 살아왔지만, 가슴만은 따뜻했다.

사진: 유수진 기자 berry832@snu.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