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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벌이는 사람졸업생 인터뷰 | 사회학과 11학번 조승규 씨
  • 신다현 기자
  • 승인 2018.08.26 01:58
  • 수정 2019.01.0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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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내리쬐는 오후 서울대입구역 인근 아늑한 카페에서 만난 조승규 씨(사회학과·11)는 따뜻한 웃음으로 기자를 맞이했다. 졸업 소감을 묻자 조 씨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데 학교만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없었다”며 “서울대에서 선·후배, 동기들 모두와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는 말을 전했다. 조 씨는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공동행동)에 참여했고 졸업을 앞둔 현재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의 일원이다. 이렇게 그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목소리를 사회에 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를 조망하는 법을 배우다

조승규 씨는 사회학도다. 2011년 사회과학계열로 입학한 조 씨는 ‘열려 있는’ 학문인 사회학에 매력을 느껴 사회학과로 진입했다. 그는 “사회학의 정의에 대해선 아무도 대답하지 못 한다”며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다룰 수 있는 학문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어 사회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사회학이라는 학문에 빠진 그는 심화전공까지 사회학을 택했다. 조 씨는 “처음엔 사회학만으로도 졸업이 될까 싶었지만 결국 사회학만으로 졸업까지 하게 됐다”며 웃어보였다.

조승규 씨는 사회학이라는 학문과 사회학과라는 공동체 모두에 진심어린 애정을 표했다. 사회대 집행부의 유일한 부원이자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할 만큼 학생 사회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조 씨는 자신의 전공인 사회학에도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사회학을 전공하며 사회 전반을 보는 법을 배운 점과 과에서 노동 관련 활동을 하는 선배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 씨는 “요즘은 촛불 시위 등을 통해 어린 학생들도 사회에 참여하고 있지만 대학 입학 전의 나는 사회에 나가서 적극적으로 활동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인지 처음 사회학을 공부하면서 사회에 참여하는 법에도 익숙하지 않았고 어떤 현상을 사회적으로 파악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조 씨는 공부를 이어나가면서 개인의 선택으로 보이는 것들에도 모두 사회 구조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사회학적 상상력을 점차 익숙하게 발휘할 수 있게 됐다.

노동자들을 위해 앞장서 만들어나간 길

사회학도로서 사회에 대한 시각을 길러가던 중 조승규 씨는 3학년 무렵 노동 분야에서 활동하던 과 선·후배들의 영향으로 ‘노동’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특히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을 갖게 된 그는 노무사라는 직업을 알게 됐다. 그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활동하는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노무사라는 길이 보였다”며 “군대에서 노무사 시험공부를 시작하게 됐고, 제대 후 공부를 마무리해 2017년 시험에 합격했다”고 밝혔다.

노무사가 돼 현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배들을 만나고 실제 상황에 부딪치며 조승규 씨는 노동 문제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는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의 열악한 노동 환경에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그는 “당시 생협은 최소한의 인력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산출해내는 방식을 채택해왔다”며 “과도한 노동을 요구하는 환경이 노동자들의 건강을 해치고 있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해당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노동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조 씨는 공동행동 구성원들과 함께 올해 5월부터 생협 노조를 대상으로 노동 환경 실태 조사를 시행했다. 조 씨는 “문제를 파악한 후 실태 조사를 하는 등의 일을 학생들이 직접 실천할 수 없는 것이 아님에도 그동안 직접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며 “노무사가 돼 노동법 지식에 대해 알게 된 것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발견하게 된 것이 더 기뻤다”고 말했다.

조승규 씨는 학내에서 학외로 활동 무대를 넓혀갔다. 올해 조 씨는 삼성 반도체 노동자의 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반올림’의 일원이 됐다. 안전한 노동환경을 중요시하는 그는 반올림의 결성 계기가 된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 문제에 대해서도 “회사 측이 노동자들에게 해당 작업의 위험성을 알려주지 않았다”며 노동자의 ‘알 권리’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발생한 사고임을 강조했다. 반올림에서 미래 계획을 담당하고 있는 조 씨는 반올림이 현재 요구하고 있는 것이 단순한 삼성전자의 사과가 아니라 사회적 의미를 지닌 큰 행동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는 “반올림 활동을 시작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기업 내 노동 환경과 관련해 파악한 문제가 많다”며 “오랜 시간을 두고 살펴보면 더 많은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4명으로 이뤄진 작은 규모의 반올림으론 농성장 유지만도 쉬운 일이 아니라며 대기업을 상대로 노동자의 인권을 주장하는 일의 어려움을 언급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 목표를 완전히 이루진 못했지만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을 이끌어내는 등 반올림이 노동 환경 개선에 일정 부분 일조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속한 반올림의 10년간의 성취에 대한 자부심 또한 드러냈다.

현재 조승규 씨는 스스로 행동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노무사라는 직업과 노동계 전반의 문제에 대해 학생들에게 활발히 알리는 중이다. 그는 중·고등학교에서 노동 인권과 관련된 강의를 진행하며 더욱 성장했다고 말했다. 노동 전반에 대한 강의를 들은 학생들도 그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조 씨는 “이미 노동 환경에 있는 학생 중에서 임금 체납 문제를 겪고 있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았다”며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은 근로계약서나 사소한 실수에 대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질책한다”고 설명했다. 조 씨는 “체납과 같은 일은 문제화된다면 생각보다 수월하게 해결된다”며 “문제를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 ‘네 잘못이 아니니 주저하지 말라’는말을 꼭 해주고 싶다”고 진심 어린 말을 남겼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

조승규 씨는 스스로를 ‘일을 벌이는’ 사람이라고 칭한다. 조 씨는 “노동 분야에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이전까지 ‘할 수 있다’ 보다 ‘해야 한다’에 끌려다녔다”며 “해야 하는 일에 할 수 있는 일을 추가하는 것은 분명히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뒤이어 “그 피곤한 일을 벌이는 것이 내 일”이라고 밝게 웃어보였다. 생각만 하던 일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에 옮겨 일을 벌일 때 가장 행복하다는 것이다. “벌인 일이 항상 잘 되는 것은 아니지만 즐겁게 일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하는 조 씨의 얼굴에는 행복이 묻어났다.

노동과 관련해 조승규 씨의 궁극적인 목표를 묻자 “반올림이 없어지는 것이다”라고 간결하게 대답했다. 안전한 노동 환경이 조성돼서 반올림이 할 역할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조 씨는 “현재 반올림은 삼성전자에 대해서만 노동자에 대한 보상과 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며 장차 한국 산업 전반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나가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전했다. 또한 그는 “노동 인권에 관심을 두고 활동하면서 힘들 때도 많았지만 누군가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일해야 한다”며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노동자의 인권에 관심을 갖게 돼 획기적인 개선이 이뤄지길 바란다는 진솔한 마음도 표현했다.

자신이 가장 열정적일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는 조승규 씨도 그 자리에 오르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조 씨는 자신이 몰랐던 ‘노무사’라는 직업에 대해 매체를 통해 접하면서 결국 관심 분야에서 직업까지 갖게 됐다. 조 씨는 “처음 노동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을 때 어떤 활동을 해야 하고, 어떤 진로로 나아가야 할지 명확히 제시된 길이 없어 막막했다”며 “내가 이 분야에서 하나의 선례가 돼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 씨는 노동을 비롯한 모든 분야엔 앞으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조승규 씨는 후배들에게 남길 말도 잊지 않았다. 조 씨는 노무사 시험을 준비하던 시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들은 말 중에 이 말이 가장 기분 좋았다며 “지금 앞이 깜깜하고 자신이 못하는 것 같더라도 훗날엔 다들 어디선가 멋있게 살고 있을 것이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자신의 길을 굳건하게 개척해나가고 있는 조승규 씨와 같이 모든 서울대 구성원들도 자신의 열정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길을 걷길 바란다.

사진: 대학신문 snupress@snu.kr

신다현 기자  shinda0206@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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