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사학과 박지향 교수

박지향 교수

서양사학과

14동 5층 연구실에서 만난 박지향 교수(서양사학과)는 쾌활했다. “하고 싶은 일은 다 해본 것 같다“며 후회 없는 모습이었다. 박 교수는 92년 본교 부임 이래 『근대로의 길』을 통해 근대성(Modernity)을 역사적으로 탐구하는 한편, 『클래식 영국사』를 펴내 대중들에게 영국사를 소개했다. 그는 2011년부터 4년간 중앙도서관장을 맡기도 했다.

Q. 처음 서양사 연구를 시작한 동기는 무엇인가?

A. 70년대 한국의 근대화와 관련돼 있다. 근대화를 어떻게 성공해야 하는가를 두고 이미 근대화에 성공한 서구 국가들의 역사에 자연스럽게 눈이 갔다. 당시 연구 트렌드는 러시아사, 독일사 같이 일종의 ‘피와 고난의 역사’를 탐구하는 것이었는데, 영국은 의회민주주의, 자본주의의 발원지이기에 근대와 제국주의의 전형으로서 탐구할 가치가 있다고 여겼다.

Q. 다른 유럽의 지역과 구분되는 영국성(Britishness)의 특징은 무엇인가?

A. 영국의 큰 특징은 시민의 자유가 탄생한 곳이라는 점이다. 영국성이라 함은 일종의 국민성이라 할 수 있다. 영국인들은 서로 다른 지역 정체성에도 불구하고, ‘어디서나 자유롭다’는 관념 하에 강력하게 하나로 뭉칠 수 있었다. 비록 세계적으로 자유가 확장된 20세기 초 이후부터는 이런 관념이 점차 줄어들었지만, 적어도 20세기 초까지 영국성의 단연 핵심은 자유라 할 수 있다.

Q. 그것이 한국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A. 그동안 한국은 민족의 자유에 집중해왔다. 식민지를 경험했던 상황상 민족으로서, 국가로서 한국의 독립에 전력을 다해왔던 셈이다. 그러다 보니 개인의 자유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개인의 자유와 책임이 충분히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Q. 중앙도서관장 재임 시절 주요 성과를 꼽는다면.

A. 단연 관정도서관이다. 관정도서관을 준비하며 직접 모금 사업과 시설 설치를 담당했는데, 학술 활동과는 전혀 달라 일종의 CEO가 된 느낌이었다. 힘도 들었지만 학교에 귀중한 유산을 남기는 느낌이 들어 재미도 있었다. 학부생 시절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발이 시렸던 기억에서 착안해 8층 바닥에 가스관을 설치하고 휴식용 침상을 설치했던 일들이 기억에 남는다.

“서울대가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다. 학내 갈등이 계속 커지는 것 같다”고 우려를 표한 박 교수는 “역사학에서 그 시대의 상황이 어떠했는지 복합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듯, 학내 사안 역시 조금은 서로의 상황을 고려해서 비방은 줄이고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영국인들의 장기라 하면 타협(consensus)의 공동체를 이루는 것인데, 서울대 역시 그랬으면 한다”고 당부하며 말을 끝맺었다.

사진: 신하정 기자 hshin15@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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