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외교학부 최정운 교수

최정운 교수

정치외교학부

발에 챌 듯 책이 쌓인 연구실에서 최정운 교수(정치외교학부)를 만났다. 그는 ‘5.18 민주화 운동’ 연구에 몰두한 학자로, 그 업적을 인정받아 제7회 후광학술상을 수상했다. 후학에게 “학문의 맛을 보았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남기고 그 자신도 순수한 학문의 길을 걸어온 최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퇴임 이후 어떤 학자로 기억되고 싶나?

A. 다른 사람이 나를 생각했을 때 ‘순수’를 떠올렸으면 한다. 순수의 가치를 음미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문의 길에 올랐다면 한눈팔지 않고 깊이 들어서서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예술이든, 학문이든, 문학이든 순수에 다다른 사람들은 그 안에서 엄청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순수의 무한한 가치를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싶고, 나 자신도 이를 끝까지 즐기고 싶다.

Q. ‘5.18 민주화 운동’ 연구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 그토록 몰두한 이유가 무엇인가?

A. ‘5.18 민주화 운동’ 같은 사건의 성격이 다 그렇듯, 그것에 한 번 젖어 들게 되면 빠져나올 수 없다. 이를테면 5.18 신드롬이다. 그런 특별한 사건에 몰두하니 그 현실에 푹 빠지게 된다. 나 자신이 그 안에 들어갔다 나온 것만 같았다. 이후 다른 사람을 만나면 그에 대한 이야기만 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최 교수 만나면 그 이야기시키지 말라고들 한다. 끝이 안 난다고.

Q. ‘5.18 민주화 운동’의 어떤 측면에 집중했나?

A. 광주 시민들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왜 저항을 선택했는가에 집중했다. 공수부대가 폭력을 휘두르는데 그에 맞선다는 건 쉬운 선택이 아니다. 당시 광주에는 폭력 앞에 굴종할 것인가 하는 고민과 존엄성을 되찾아야겠다는 결심이 존재했다. 광주 시민들은 인간 존엄의 가치를 발견했고 그것이 생명보다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 결과 상상을 초월한 투쟁을 만들어냈다. 절대공동체, 즉 개인으로서의 인식이 의식 너머로 완전히 사라진 상태를 이룬 것이다. 이 역사적 경험이 이후의 학생운동, 6월 항쟁, 얼마 전 촛불시위가 있을 수 있게끔 영감을 제공했다. 우리가 작은 존재로 머물러 있지 않고 투쟁을 통해 거대하고 위대한 존재가 될 수 있음을 경험한 것이다.

Q. 후학들에게 면학의 한마디를 한다면.

A. 적어도 학교에 있는 동안엔 학문의 맛을 보아야 한다. 서울대가 반드시 학자를 기르는 곳은 아니다. 공무원이 될 사람도 있고, 사업을 할 사람도 있고, 언론에 나갈 사람도 있다. 하지만 학문에 집중한 경험이 있어야 각자 다른 길을 선택하더라도 그 길을 따라 뻗어 나갈 수 있다. 학문도 굉장히 재미있는 길일 수 있으니, 학교에 있는 동안에라도 제발 맛을 봤으면 한다.

최정운 교수는 퇴임 이후의 계획을 묻자 “안 하던 일을 새로 할 생각은 없다”며 웃었다. 최 교수는 “하던 것들, 그러니까 책 쓰고 연구하려 한다”라는 답으로 학문을 향한 그의 순수를 내비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사진: 대학신문 snupress@snu.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