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의학과 정준기 교수

정준기 교수

핵의학과

방사능과 건강, 언뜻 보면 상반돼 보이는 두 단어를 하나로 묶는 의학 분야가 있다. 방사성 의약품을 이용해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이 분야는 바로 핵의학이다. 한평생을 핵의학 연구에 바친 정준기 교수(핵의학과)는 퇴임을 앞두고 “꿈같은 33년을 보내며 만났던 모든 사람, 모든 인연에게 감사를 표한다”며 담담한 소감을 전했다.

Q. 의대 진학을 결심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A. 고2 때 춘원 이광수 선생의 소설 『사랑』을 읽었다. 안빈이라는 의사가 주인공인데, 시인을 하다가 의대에 들어가 내과의사가 된다. 안빈은 피 검사 결과를 이용해 마음의 상태를 알아내기도 하고, 사랑과 증오를 일으키는 호르몬을 피에서 추출하기도 한다. 이 소설을 읽고는 “야, 되게 폼 난다. 이 정도면 의대를 갈 만하다.”라는 생각을 했다.

Q. 핵의학은 의대생 사이에서는 비인기분야로 꼽히기도 한다. 국내 핵의학계의 권위자로서 이런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A. 의학은 시대에 따라 집중하는 분야가 바뀌어 왔다. 구조 자체에 집중하던 해부학적 단계, 그 구조들의 기능을 연구하던 생리학적 단계, 구조가 기능하는 화학적 원리를 탐구하는 생화학적 단계를 넘어 이제는 분자, 유전자 단위를 탐구하는 시대다. 이런 상황에서 핵의학은 점점 중요해진다. 지금 당장만 볼 게 아니라, 앞으로 많이 쓰일 것을 내다봐야 한다. 가치가 없어 보인다면 자신이 가치 있게 만들면 될 일이다. 한편으로 ‘방사능’이라는 말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감성적 태도가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과학적이고 이성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Q. 수필집을 여러 권 낸 이력이 눈에 띈다. 글을 쓰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A. 『사랑』의 주인공 안빈이 원래 시인이었다는 사실에서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 의사가 돼 수많은 논문을 쓰고 집필을 지도하며 글 쓰는 요령이 생겼다. 그러던 중 2005년 위암이 발견돼 고생을 했고, 이후엔 파킨슨병까지 생겼다. 그러면서 마음이 복잡해졌고 지금까지 한 생각들을 젊은 후학들에게 들려줘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인 일부터 수필을 쓰기 시작해 학교나 병원에 관한 이야기들까지 쓰게 됐다.

Q. 서울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느낀 점을 하나 꼽자면?

A. 연구와 교육은 서울대 출신 의사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서울대 의대 학생이면 지적 능력 면에선 최상위권이다. 그 사람이 연구를 안 하고 인류를 위해 헌신하지 않는다면 누가 하겠는가? 서울대 의대 출신은 굶어 죽더라도 대학에 남든가 연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또한 그 자신이 만족하는 길이기도 하다.

정 교수는 퇴임 이후 국립암센터 석좌교수로 활동하며 연구에 계속해서 힘쓸 계획이다. “의학은 어떻게 보면 신의 영역에 속한 학문”이라는 그는 “힘든 길이지만, 그 안에서 보람을 느끼고 자아를 실현하기 바란다”며 후학들을 응원했다. 그의 말처럼 대학에 남아 연구를 하겠다는 뜻을 가진 젊은 의학도들이 꾸준히 나와, 우리나라 의학계를 이끌어나가기를 기대한다.

사진: 대학신문 snupress@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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