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학부 백명진 교수

백명진 교수

디자인학부

미대 캠퍼스가 한눈에 들어오는 미대 디자인 연구동(49동)에 들어서자 백명진 교수(디자인학부)가 기자에게 악수를 건넸다. “잘 있다 간다”며 간단한 정년퇴임 소감을 말한 백 교수는 “과거를 많이 가지고 있는 저와 달리 미래를 많이 가지고 있는 학생들로부터 많은 것을 받고 간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Q. 그동안 남긴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A. 교내 미술관 CI*를 디자인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가 미대 소속인데 미술관은 미대와 관련 있다 보니 신경을 많이 썼다. 다만 CI를 위해서는 건축가와의 소통이 필요한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 렘 콜하스라 쉽게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서로 간 교감이 부족했던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Q. 서울대의 상징인 ‘샤’ 모양 정문에 변화를 준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의미를 담았는가?

A. 나는 기존에 있던 ‘샤’ 모양 정문에 색을 바꾸고 조명을 설치하는 변화를 줬다. 멋있게 보이는 것보다 학교의 시각적 정체성으로서 정문의 가치를 강조하고자 했다. 또 어두운 밤에 주변을 지나다니는 학생들이나 시민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조명을 설치했다.

Q. 교외에서 한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A.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개·폐회식 전광판 디자인 공모전에서 연출자로 선정됐다. 각 국가 선수단이 입장할 때 전광판에 인구수, 특산품 같이 잘 알려지지 않은 구체적 특징을 보여주는 방식을 제안했고 이것이 심사위원들에게도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는데 결국 예산 문제로 포기했다. 그때 연출을 직접 맡기까지 했더라면 역사에 조금이나마 일조를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Q. 디자이너로서 평소 추구하는 철학이나 이미지는?

A. ‘Less is more’라는 말이 있다. 디자인에서는 형태도 중요하지만 기능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형태와 기능은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해야 하지만 개인적으로 단순하고 간결한 형태는 언제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Design for all’이라는 말에 매우 동의한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이 ‘Design for luxury’, 즉 명품인데, 디자이너들이 일부만을 위한 일에 집중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희소성이 있어야만 가치 있는 것인지, 대량 생산된 것들은 정말 가치가 없는 것인지, 진정한 의미의 명품이란 무엇인지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끝으로 백 교수는 “서울대가 지향하는 학문적 목표와 문화적 목표를 연결 지어 생각하는 경우가 적은 것 같다”며 “수월성만을 추구하기보다 대학의 정신적, 문화적 가치를 발전시켜 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CI(Corporate Identity): 기업의 이미지를 통합하는 작업, 주로 시각 이미지로 표현되는 기업 로고나 상징을 뜻한다.

사진: 신하정 기자 hshin15@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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