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동문이 돼 교문을 나서는 졸업생 여러분의 졸업을 축하하며 그 장도(壯途)를 축복한다. 여러분이 나서는 세상은 이제 막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그대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았습니까?” 어쩌면 당신은 서울대 졸업, 고시 합격, 대기업 취직, 로스쿨 입학 등등을 자랑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이 듣고 싶은 얘기는 당신이 얻은 성과의 크기가 아니다. 세상은 당신이 어떻게 살았는지 당신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세상에 평탄한 삶이란 있을 수 없다. 졸업생 중에는 갑자기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 남모르게 돈을 벌며 공부한 사람도 있고, 가족 또는 친구와의 관계에 어려움이 있어 힘들어한 사람도 있고, 다른 사람과 달리 뒤처지는 자신에게 실망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세상은 이렇게 녹록지 않은 현실을 당신이 어떻게 살아냈는가를 듣고자 한다. 당신의 이야기는 세상에 감동을 주며 어려운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야기가 있을 때 비로소 당신은 단순히 뛰어난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포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세상의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 없는 나 자신이 초라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내가 살았던 삶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상황을 인정해야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은 것, 원하는 직장에 취직하지 못한 것, 부모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에 좌절하지 말고, 당신이 살아온 삶의 현장에서 당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면 된다.

졸업은 자신이 살았던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살아갈 삶을 그려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삶 속에서 나는 누구였는지, 내겐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돌아보자. 또 앞으로 내가 살아갈 삶에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는지 상상해보자. 눈에 보이는 것으로 경쟁하는 것에서 벗어나 당신 자신이 누구인지, 또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성찰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에 입학하고 졸업하기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낸 여러분이 자랑스럽다. 이제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현재 어느 자리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자리에 있든,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바닥에 외로이 있든, 당신이 어떻게 그 삶을 살아내는가가 중요하다. 세상이 묻는 말에 자신이 살아낸 삶을 당당히 선포하며 자신을 발견하고, 세상을 품을 수 있는 여러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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