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뉴스타파」의 보도로 와셋(WASET: World Academy of Science, Engineering and Technology), 오믹스(OMICS International) 등의 사이비 학술단체가 주관한 행사에 서울대 연구진이 여럿 참가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또한, 서울대를 비롯한 국내 연구진이 와셋 등 사이비 학술단체가 개최한 학술대회에 참가한 것을 연구 실적으로 기재해 연구비를 지원받았다는 사실도 알려져 비판받고 있다. 이번 가짜 학술단체 사태의 원인으로는 연구자들의 도덕적 해이와 양적 평가에 치중한 연구 평가 방식이 지목된다.

와셋이나 오믹스 등의 학술단체가 사이비라는 비판을 받는 것은 이 단체들이 학술단체의 본질적인 목적인 학문 연구보다 영리 추구를 주목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와셋은 500유로(한화 약 65만 원)의 등록비만 내면 제대로 된 심사 과정 없이 논문을 채택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런 와셋 주관 학술대회에 지속적으로 참가하고, 심지어는 참가 실적을 BK21플러스 사업단 등의 연구 실적으로 기재해 지원금을 받기도 했다. 지난 「뉴스타파」의 보도에 의하면, 이와 같은 가짜 학회 와셋의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거나 와셋이 개최한 학술대회에 참가한 건수를 집계한 결과 한국이 세계에서 5위였으며 그중 서울대가 100건으로 국내 기관 중 가장 많았다. 서울대 교수 중 가장 많은 논문을 투고한 고승영 교수(건설환경공학부)는 와셋에 13건의 발표용 초록과 논문(같은 제목의 논문과 발표용 초록을 하나로 간주할 경우 7건)을 게재했다. 2014년 당시 이재욱 교수(산업공학과)가 연구책임자였던 ‘지속가능 산업 혁신 시스템 사업단’의 경우 4억 3천만 원 가량의 정부 지원금을 받았으며, 연구 실적으로 기재된 내용에 5건의 와셋 주관 콘퍼런스 참석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와셋에 투고한 일부 연구자는 와셋은 문제가 없는 단체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고승영 교수는 “와셋 학술대회가 규정상 어긋나는 점도 없었고 질의응답도 있는 등 여느 국제학술대회와 크게 다른 점이 없었다”며 「뉴스타파」의 보도에 대해서도 “그들의 판단과 별개로 직접 간 사람의 입장에서는 별 이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같은 가짜 학술대회 사태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이 양적 평가에만 치중하는 연구 평가 제도와 이로 인한 연구자들의 도덕적 해이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수의대 우희종 학장은 이번 사태의 원인을 짚으며 “대학의 연구 활동의 평가가 양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많은 연구자들이 평가에 쫓기며 가짜 학술대회의 유혹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교수 출신인 오세정 의원(바른미래당) 또한 “근본적으로는 연구 실적 평가가 양적 평가가 아닌 질적 평가로 바뀌어야 한다”며 “일단 한국연구재단,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통해 유령 학술단체를 연구 성과로 등록한 연구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재발방지책 마련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서울대는 사이비 학술단체 사태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발표하지 않고 있으며 현재 관련 부서들이 현황을 검토하고 있다. 김성철 연구처장(전기·정보공학부)은 “현황 파악이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대외적으로 발표할 만한 자료를 준비하지 못했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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