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부는 비권․반권의 바람

▲ © 이상윤 기자

 

2004년, 건국대에서는 ‘비운동권’(비권)인 「좋은소식」 선거운동본부(선본)가 과반수 이상의 지지로 총학생회(총학) 선거에서 당선됐다. 전통적으로 한총련이 강세이던 건국대에서도 비권이 당선된 것은 ‘운동권’학생회가 학생들의 이해와 요구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비권과 ‘반운동권’(반권) 학생회의 연대도 눈에 띈다. ‘한총련의 메카’로 불리던 한양대에서는 3년째 비권 선본이 당선됐고, 숙명여대ㆍ숭실대 학생회와 ‘학생연대21’을 조직해 공동사업을 펴고 있다. 서울대에 출마한 「보다」선본을 비롯해 홍익대ㆍ경북대의 비슷한 성향을 가진 선본들은 ‘신학생회’를 결성해 탈정치, 학생들의 경쟁력 강화 등의 공약을 함께 하고 있다.

 

연대ㆍ한양대ㆍ전남대 선거, 학생 복지에 대한 관심 높아

 

고려대 총학선거에는 3개 선본이 나섰다. 「강한나라 강한고대」선본은 구 ‘노학연대선봉대’계열로, 후보들은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총회를 통해 선출됐다. 정후보 유병문씨(산업시스템정보공학부ㆍ02)는 “이라크 파병과 같은 반주체적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한국이 통일 강대국이 돼야 하며, 고려대도 이에 발맞춰 세계 100위권 안에 들 수 있도록 발전해야 한다”며 선본의 모토를 설명했다. 

 

「나를 표현하는 더 큰 세상 Q」(Q) 선본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사회당원이 많으며 전국학생연대회의(연대회의) 계열이다. 연대회의는 공동선본을 발족시켜 서울대, 서울교대, 성신여대에 「Q」 라는 이름으로 출마했다. 고려대 「Q」 선본장 하인수씨(정외과ㆍ00)는 “학생운동의 혁신과 학생의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명랑단」은 반권을 표방하며 학생회의 권력분산을 주장하고 있다.

 

연세대 총학선거에는 4개 선본이 출마했다. 「시그마 통일 연세」선본은 NL계열인 한총련으로, 2004년 41대 총학 「우리는 하늘을 달리다」의 기조를 잇는다. 선본장 이한호씨(행정학과ㆍ98)는 “학생회가 학생사회와 멀어진 것이 운동권의 책임은 아니다”라며 “신자유주의가 대학사회에 도입되면서 벌어진 결과”라고 주장했다. 또 “현재 미국의 경제식민지로 전락한 한국경제의 해결책은 남북통일”이라며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범국민 대책기구 마련과 남북경협 EXPO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반권을 표방한 「니가 필요해」선본은 탈정치, 작은 총학을 지향한다. 선본장 별샛별씨(유럽어문학부ㆍ98)는 “한총련 계열인 작년 총학생회는 정치참여에만 치중, 학내사안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며 탈정치를 모토로 내걸었다. 특히 이 선본은 ‘중도 앞 행사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New Type 연세총학」(New Type)선본과 「그대 상상력에 권력을」(그대상상력)선본은 비권을 표방하며 공개적, 민주적 학생회 운영과 학생 복지를 중요시한다. 「그대상상력」 선본장 강찬구씨(재료공학부ㆍ97)는 “2003년과 2004년 서울대 「학교로」 총학생회를 벤치마킹했다”며 ‘축하사’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오대열씨(사회계열ㆍ03)는 “작년 학생회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지 않아, 이번에는 「New Type」이나 「그대상상력」 선본이 당선될 것 같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전남대 총학은 과거 ‘통일운동세력의 진지’로 불렸으나, 올해 출마한 「반올림학생회」(반올림)선본과 「우리학생회」(우리)선본은 학생복지에 관한 공약을 내세워 눈길을 끈다. 반권을 표방한 반올림의 경우 총학생회 민원센터 운영 등의 공약을 내세웠고, 한총련 혁신계열의 우리 선본은 취업대책마련, 학점취소제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중앙대 총학선거에는 「세상의 중심에서 의혈을 외치다 의혈의 힘」(의혈의힘)과 「우리 모두의 새로운 시작, The first」(퍼스트)선본이 등장했다. 의혈의힘 선본의 김민석 정후보는 중대신문 등이 주최한 합동 공청회에서 “운동권, 비권을 구분하는 것은 이분법적인 사고”라면서도 “약력에서 한총련 대의원 경력을 뺀 것은 운동권을 경계하는 대학사회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인지했기 때문”이라 밝혔다.

 

「퍼스트」선본은 중앙대에 처음 출마한 비권 선본으로, “비권 총학생회는 특정 정당이나 운동권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회참여를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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