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농성 상황방에서 ‘한남’ 발언 논란

발언자 실명 사과 요구 확산

총학과 학생연대 사태 수습 나서

온라인상 인권침해 이어져

지난 6월 7일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스누라이프’에 ‘대본부 천막농성 상황방’(상황방)에서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글이 올라오자마자 스누라이프엔 해당 발언을 한 학생 2명과, 상황방의 운영자인 ‘사회학과 H교수 사건대응을 위한 학생연대’(학생연대)의 사과를 요구하는 글이 빗발쳤다. 이에 제27차 총운영위원회(총운위)에선 논의 끝에 ‘학생연대 의결방’의 대화 내용을 공개하기로 했으며, 학생연대는 학생연대의 활동을 돌아보는 공개 평가 회의를 열었다. 한편 이번 논란이 번지는 과정에서 온라인상의 무분별한 인신공격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상황방은 학생연대가 ‘사회학과 H교수 파면 천막농성’(천막농성)을 벌이면서 농성 상황을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온라인 단체 대화방이다. 이 대화방엔 천막농성에 참여했거나 관심이 있는 학생 130여 명이 있었다. 학생연대 백인범 대표(사회학과·16)는 “대본부 천막농성 상황방은 소속과 무관하게 천막농성 경험이 있거나 관심이 있다면 누구든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카카오톡 대화방”이라며 “천막농성과 관련해 여러 소식을 학생들에게 전하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말했다.

논란이 됐던 발언도 바로 이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서 H교수와 관련된 기사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H교수를 다루는 기사와 그에 달린 댓글이 대화방에 올라오자 A 씨가 “타노스님 저 한남들의 반을 날려주세여!!”라고 말했으며, 이에 또 다른 학생인 B 씨가 동조하며 “왜 반만 날리죠? 다 날려버립시다”라고 답했다. 이와 같은 발언이 문제가 되자 A 씨는 사과문을 통해 “기사에 댓글을 단 사람들을 공격하며 해당 발언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스누라이프를 시작으로 해당 발언이 공론화되면서 6월 9일과 10일에 걸쳐 A 씨와 B 씨는 학생연대 페이스북 페이지에 익명의 사과문을 올리고 11일 상황방을 나갔다. 그러나 일각에선 발언 당사자들의 실명 사과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백인범 대표는 익명 사과가 이뤄진 경위에 대해 “발언자가 다른 구성원들에게 심각한 2차 피해를 야기할 것으로 보긴 어려웠다”며 “실명 공개로 인한 신상 유출 등을 학생연대가 방지할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실명 사과를 강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와 함께 학생연대의 가맹단위인 총학생회(총학)와 학생연대 또한 사과문을 발표하고 공개 평가 회의를 여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6월 7일 총학생회장단과 중앙집행위원회(중집)는 입장서를 발표해 “공동체의 문화를 개선하지 못한 것과, 혐오 표현을 미처 저지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9일 학생연대 또한 ‘학생연대 내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반성하고 성찰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입장서를 냈다.

그러나 학생연대의 입장문 발표가 늦어진 것을 두고 스누라이프 등 온라인에선 설전이 일었다. 이에 학생연대는 입장문에서 “대표 개인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상황에 대한 방어적 설명만을 제시했던 것을 사과드린다”고 전했으며, 제27차 총운위에서도 대응이 늦어진 경위를 설명하기 위해 학생연대 의결방의 대화 내용을 일부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학생연대 의결방은 학생연대의 활동 방향을 논의하는 온라인 대화방으로, 의결방엔 총학생회장단과 사회대 학생회장이 총운위원 자격으로 소속돼 있다. 이후 공개된 의결방 대화내용에 따르면, 의결방에선 △발언자들의 사과문 공개 방식 △입장문 발표 시기 △입장문 내용 등을 논의했다.

이와 같은 논란으로 학생사회에선 무엇보다 학생연대의 활동이 동력을 잃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제27차 총운위를 참관했던 장다예 씨(정치외교학부·13)는 “수많은 학우들의 지지를 받고 시작한 활동이자, 몇몇 학우들이 크게 희생하며 이어온 투쟁이 학생 사회 내부의 다른 의제로 대체되며 허무하게 끝나는 것이 몹시 안타까웠다”며 “이번 사안에서 제일 중요한 점은 천막농성에 대한 정당성을 이어가 농성을 성공시키는 것이라는 생각을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참관인이었던 박병찬 씨(자유전공학부·09)는 “이번 사건으로 학생연대에 대한 지지철회를 고심했다”며 “학생연대가 이 사건을 개인의 일탈로 매도하지 않고, 자신들의 진정성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편에선 학생연대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학소위)의 활동을 전면적으로 비판하며 ‘H연대 혐오발언 및 학소위 대응 동문모임’(대응동문모임)을 만들었다. 대응동문모임은 천막농성 상황방 사건 이후 스누라이프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단체로, 문제가 된 발언자들의 실명 사과를 요구하는 자보와 현수막을 붙이고 6월 29일엔 ‘H연대 내 혐오발언 당사자들 실명사과 요구 집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대응동문모임 전현균 대표(지구환경과학부·12)는 “많은 동문들이 분노하고 있음에도 학생연대의 공개 평가 회의에서 학생연대와 학소위가 일반 학우들의 여론을 대변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대응동문모임을 만들게 된 배경을 밝혔다. 전현균 대표의 주장과 관련해 학소위는 ‘서울대 전체학생대표자회의 카톡방’에서 문제가 된 발언을 두고 총학생회장단과 중집에게 혐오표현의 기준을 질문한 것으로 논란에 휩싸인 바 있으며, 당시 학소위 백지은 위원장(정치외교학부‧16)은 입장문을 발표해 이를 해명했다. 당시 학소위 백지은 위원장은 “총학생회장단과 중집이 ‘혐오표현’과 ‘인권침해적 발언’이라 규정한 배경을 듣고 싶었다”며 “학소위에서 관련 발언들에 대한 규정에 참고하기 위해 단톡방에 의견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천막농성 상황방 사건 이후, 온라인상에선 문제가 된 발언의 발언자인 A 씨와 B 씨 이외에도 학생 대표자들에 대한 무분별한 인신공격이 이뤄져 피해 당사자들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총학은 6월 28일 ‘무분별한 비난과 인권 침해를 중단해주십시오’라는 입장서를 게재해 “천막농성 카톡방 사건이 문제 제기된 이후 온라인에서 일부 이용자들에 의한 불필요한 비난과 각종 인권침해가 이어지고 있다”며 “원색적인 비난은 사건 해결에 있어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이 또한 학생들 서로에 대한 폭력인 만큼 사라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재용 총학생회장(체육교육과‧13)은 “인권침해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되지 않는다”며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혐오 발언이나 개인에 대한 무분별한 인신공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학생사회 뿐 아니라 모두가 노력해야한다”고 호소했다.

현재 천막농성은 종료됐다. 사회학과 H교수는 징계 재심사 과정에서도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으나 총장이 이를 승인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지난달 학생연대와 총학은 △성낙인 당시 총장과 사회학과 교수가 피해자 보호 및 사태 해결에 대해 최소한의 책임을 졌다는 점 △학내에서 이행할 수 있는 절차가 대부분 진행됐다는 점 △서울대 차원의 제도 개선 논의를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는 점을 근거로 천막농성을 해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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