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책 처방을 통해 열리는 새로운 세상
맞춤형 책 처방을 통해 열리는 새로운 세상
  • 홍지윤 기자
  • 승인 2018.09.02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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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서점 ‘지금의 세상’ 김현정 대표를 만나다

바쁜 일상 탓에 뒷전으로 밀리기 십상이지만 가장 힘들 때 생각나는 것은 다름 아닌 책이다. 삶에 지칠 때 서점에서 나에게 꼭 맞는 책을 추천해 준다면 우리의 발걸음은 곧장 그곳으로 향할 것이다. 빵집과 세탁소 같은 자그마한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동작대로3길, 그곳에 바로 그런 서점이 자리하고 있다. 서점 ‘지금의 세상’을 운영하는 김현정 대표를 지난달 27일 만났다.

진로를 고민하는 대학생에게 커트 보니컷의 『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를 추천한 김현정 대표는 “세상이 말하는 성공적인 삶을 살고 싶지 않은 순간이 누구에게나 온다”며 “이 책은 그런 시기를 겪은 작가가 졸업하는 대학생들에게 전하는 책”이라며 웃음지었다.

책을 아무리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하던 일을 그만두고 서점을 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김현정 대표는 “교육 관련 회사에서 일하던 중 내가 가르치는 일보다 사람들과 대화하는 일과 잘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퇴사를 고민할 때쯤 책이 대화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돼 서점을 열었다”고 이야기했다. 이렇듯 대화를 위한 도구로써 책을 대하는 김 대표는 서점을 찾는 손님의 고민을 듣고 그에 맞는 책을 추천해주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그는 “대화를 하며 책을 추천하는 것을 통해 손님에게 자신의 고민을 정리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서점에 방문할 여유가 없어 직접 책을 추천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매주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기도 한다. 부끄러움이 많아 처음엔 목소리로만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는 그는 “라이브 방송에서 추천해준 책과 함께 건넨 위로가 많은 공감이 됐다고 하는 손님을 볼 때 뿌듯하다”고 밝혔다.

지금의 세상에서 책이 진열되고 판매되는 방식엔 책을 향한 김현정 대표의 사랑이 가득 담겼다. 김 대표는 사람들이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먼저 그는 새로운 기준으로 책을 분류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김 대표는 “사람들이 책을 찾는 시점을 기준으로 책을 분류하면 손님들이 쉽게 책을 고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행복에 대한 갈망, 미래에 대한 두려움, 지적 호기심, 사랑에 대한 감정, 마음의 편안함의 5가지 시점에 따라 분류 기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지금의 세상엔 책을 향한 다섯 가지 세상이 존재하는 것이다. 책에 대한 분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을 넘어 손님이 책을 아예 모른 채 사갈 수 있도록 지금의 세상에선 ‘지금의 책’을 만들었다. 김 대표는 “자신의 취향에 맞춰 책을 읽다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싶어하는 손님도 있고, 자신의 취향을 아직 몰라 책을 고르지 못하는 손님도 있다”며 “이런 손님들이 책을 사갈 수 있도록 마련한 것이 지금의 책”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대표는 책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손님들이 마음의 안식처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지금의 독서 모임’은 손님들이 정해진 분량의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문장을 노트에 적어오면 그것을 바탕으로 대화가 진행되는 모임이다. 김 대표는 “지금의 독서 모임에서 각자의 인생 이야기를 듣다 보면 짧은 시간이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금의 그림 독후감’은 자칫 딱딱하게 여겨질 수 있는 책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기 위해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그는 “그림으로 책을 표현하면 많은 손님이 책을 더 쉽게 접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주인장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 김현정 대표지만 서점을 운영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김 대표는 “규모가 작은 서점에 대한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어렵다”며 “지금의 세상을 신선하게 느끼는 손님도 있지만 책이 많이 없는 서점이 서점이 될 수 있냐고 묻는 손님도 있다”며 고충을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응원의 말을 건네는 손님들로부터 큰 힘을 얻기도 한다. 김 대표는 “책이 너무 많아 시간을 낭비하는 기분까지 드는 큰 서점과는 달리 지금의 세상엔 좋은 책들만 있는 것 같아서 좋다고 칭찬해 준 손님이 기억에 남는다”며 “이곳의 가치를 알아주는 어른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 속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인 그는 “한 달 월세 내기, 좀 더 재미있는 독서 모임 하기, 이곳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바쁜 와중에도 여유를 찾기와 같이 작은 목표부터 하나씩 이루고자 한다”고 이야기했다. “책은 내게 해결책”이라고 말하는 김현정 대표. 책이 주는 위로가 그를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사진: 대학신문 snupress@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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