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의 근간, 체육특기자 제도의 그늘을 들여다보다
한국 스포츠의 근간, 체육특기자 제도의 그늘을 들여다보다
  • 정명은 기자
  • 승인 2018.09.0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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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일) 막을 내린 이번 아시안 게임은 평창 동계올림픽과 러시아 월드컵으로 달궈진 한국의 스포츠 열기를 이어갔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포츠 스타가 탄생하면 대중들은 그에 열광하며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이렇듯 국내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인기는 치솟았지만 정작 우리 주변의 체육 꿈나무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각 대학에 ‘체육특기자’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체육계 꿈나무들은 현재의 체제 속에선 그들이 마주하게 될 현실적인 문제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체육 특기자들은 처음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여러 입시 비리를 겪고 재학 중엔 학업과 운동 사이에서 방황하며, 졸업 이후의 진로가 불투명하다. 국내의 스포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도입한 체육특기자 제도가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제도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자발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이에 『대학신문』에선 현재의 대학 체육특기자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알아보고, 학생 선수들 앞에 놓인 여러 폐단을 짚으며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학생’이자 ‘선수’인 체육특기자, 그들은 누구인가

운동을 통해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하는 체육특기자 선발 제도는 1972년 국가의 주도 아래 탄생했다. 당시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의 입상은 국위 선양과 국민통합으로 직결됐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엘리트 선수를 키운 것이다. 수학 능력이 아닌 운동 능력만으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게 하는 이 제도는 곧바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여러 중·고교에 새롭게 운동부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 스포츠 정책 연구센터의 김승곤 센터장은 “체육특기자 제도는 학생을 대학에 보내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고자 했던 학부형들의 요구와 맞닿아있어 가능했던 일”이라며 “체육 특기자 제도는 스포츠 불모지였던 한국에 스포츠 기반을 다져 체육 저변을 확대하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체육특기자 선발 제도는 지난 40여 년간 시대의 요구에 맞게 변화를 거쳐 왔다. 제도의 도입 초기엔 교육부 산하 직속 기관이었던 국립교육평가원이 체육특기자 제도를 총괄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했다. 따라서 모든 대학은 국립교육평가원이 일괄적으로 세운 기준에 맞게 학생들을 선발했다. 그러나 1997년부터 ‘고등교육법 시행령’ 34조 2항에 의해 각 대학은 자율적으로 ‘사회 통념적 가치 기준에 적합한 합리적인 입학전형의 기준 및 방법에 따라’ 체육특기자를 선발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서로 다른 비전과 인재상을 추구했던 대학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다.

이후 체육 특기자 선발 제도는 형평성 측면에서 물의를 빚어 다시 한 번 변화를 겪게 됐다. 당시 고교 스포츠 스타들이 체육특기자 제도로 경영학과, 법학과와 같은 인기 학과에 진학했던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에 2000년에 체육특기자들은 체육계열에만 진학할 수 있도록 하는 동일계 진학 규정이 생겼다.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의 김대희 연구위원은 “체육특기자 전형은 정원 내 전형으로 운영됐기 때문에 체육특기자들이 일반학과에 진학해 해당 학과의 정원을 차지했던 것이 그 원인”이라며 “어쩔 수 없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했으므로 형평성을 보장하기 위해 체육특기자들은 체육 계열에만 진학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오늘날 정착된 제도는 각 대학에서 자율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현재 ‘고등교육법’과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대학이 특별 전형을 통해 체육특기자를 선발하도록 규정한다. 매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가 특별 전형으로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합리적이고 다양한 자격 기준을 명시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면 각 대학은 이를 참고해 체육특기자 선발 제도를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용식 교수(가톨릭관동대 스포츠레저학과)는 “현재 여러 대학은 경기 실적과 실기 전형, 면접을 통해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으며 교과 및 교과 외 활동에 대해선 자율적으로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고 체육특기자 선발 제도의 현주소를 설명했다.

그들의 대입은 엿장수 마음대로?

제도의 원래 목적과는 무관하게 체육특기자 선발 제도는 폐쇄적인 체육계의 분위기 속에서 입시 비리로 얼룩졌다. 비공식적으로 행해져 왔던 입시 비리는 지난 2016년 이화여대에 부정입학한 ‘정유라 사건’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이는 제한된 예산으로 대학 스포츠팀에 필요한 선수를 스카우트하려는 대학, 안정적인 삶을 보장받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 선수와 학부형, 그리고 좁고 폐쇄적인 체육계의 분위기의 삼박자가 맞물린 결과다.

이런 일그러진 욕망은 상응해 대표적인 입시 부정인 ‘끼워 팔기’와 ‘사전 스카우트’를 낳았다. 끼워 팔기는 대학이 단체 종목에서 기량이 뛰어난 특급 선수를 영입하면서 기량 미달 선수를 같이 입학시키는 관행이다. 김승곤 센터장은 “예산이 부족한 대학 스포츠팀은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스카우트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해당 선수에 대해 동반 입학할 수 있는 TO(여석)를 지정해준다”며 “TO를 통해 동반 입학하는 기량 미달 선수 측에선 해당 선수에게 사례금 명목으로 일정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라 지적했다. 김유겸 교수(체육교육과)는 “대학은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고 학부형 간 거래가 이뤄져서 제재가 어려운 상황”이라 말하기도 했다. 이런 암거래는 입학 전형 이전에 지원자의 합격을 약속하는 사전 스카우트와도 연결된다. 김대희 연구위원은 “대학이 우수한 운동선수 및 출신 고등학교에 스카우트비를 지급해 입학자를 내정하는 관행이 만연했다”고 설명했다. 대학의 입시 관계자가 전형 일정 이전 학생을 만나 합격을 약속하는 것은 현행법상 명백한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체육특기자 제도가 도입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대다수의 대학에서 관행적으로 행해진 것이다.

입시 비리가 드러나자 최근엔 여러 기관과 단체에선 입시 부정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학습권 보장을 위한 체육특기자 제도 개선 방안 발표’를 통해 대학 체육특기자 선발 전형의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끼워 팔기 문제를 막기 위해 2020년부터 단체종목 포지션별 모집 인원 및 개인종목 종목별 모집인원을 의무적으로 명시하게 해 대학이 임의로 TO를 지정하지 못하게 하는 한편 실기와 면접 시에는 타 대학교수로 이뤄진 외부위원을 1/3 이상 필수적으로 참여하게 한다는 내용을 권고해 사전에 합격자를 내정하는 문화를 없애고자 했다. 이를 두고 이혁기 교수(경남대 스포츠과학과)는 “그간 입시 비리 문제에 대해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 차원에서 해결책이 논의된 것과 달리 제도적으로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한 데 그 의의가 있다”며 “바람직한 체육특기자 선발 문화를 조성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또한 국내의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이뤄진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는 체육특기자들의 대입 전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자 체육 특기자 대입정보 정책 설명회를 개최하고 각 대학의 입시 요강을 한눈에 나타내는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체육특기자 대입 포털을 운영을 준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개선 방안은 부정 입학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교육부가 발표한 방안이 시행되더라도 자의적인 해석에 따라 여전히 입시 부정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단체 종목 포지션별 모집 인원 명시의 실효성 자체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김대희 연구위원은 “입시 이전에 대학의 사전 스카우트를 통해 영입이 결정된 학생 선수의 포지션에 맞춰 대학이 임의로 포지션 별 인원을 명시할 수 있다는 제도의 구조적 결함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승곤 센터장은 “오히려 대학이 제시한 포지션에 맞는 선수를 찾아 동반 입학시키기 위해 학부형들을 연결시켜주는 전문 브로커 문화가 활성화될 것”이라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면접 시 1/3 이상의 외부위원이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방안 역시 논쟁적이다. 이양구 교수(서원대 체육교육과)는 “대부분의 학교 및 학과에서 면접에 참여할 외부위원을 그들의 뜻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으로 추천할 가능성이 높다”며 외부위원을 선정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꼬집었다. 이용식 교수 역시 이에 대해 “외부위원을 선발 과정에 참여시키더라도 이들은 전문성이 떨어지고 체육계에 대해 자세하게 알지 못하므로 대학 스포츠팀의 감독이나 코치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보다 현실성 있는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개별적인 문제에 대한 각각의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일시적이고 불완전하므로 더욱 장기적으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대학이 자의적으로 체육특기자 선발 전형을 운영해 온 것은 체육특기자 제도를 총괄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부재했기에 가능했다. 이에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지난 2010년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현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가 출범했으나 아직 관리하는 종목 수가 적고 활성화되지 못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강준호 교수(체육교육과)는 “우리나라와 같은 문제를 보다 일찍 고민했던 미국의 경우 전미대학체육협회(Nation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 NCAA)가 대학스포츠 전반을 관리하고 있다”며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도 NCAA와 같이 일관성 있는 기준을 제시하고 관리한다면 대학 내부의 입시 비리를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와 더불어 이양구 교수는 “대학이 아닌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등의 외부 기관에서 관리할 수 있는 외부 위원을 심사위원으로 참여시켜야 공정한 평가가 가능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학업과 운동 사이, 갈 곳 잃은 대학 학생 선수

체육특기자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재학 중에도 학업적인 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학생’으로서의 과업과 ‘선수’로서의 과업을 모두 수행해야 하는 학생 선수들은 학업과 운동 사이에서 갈등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체육특기자들을 위한 체계적인 학사관리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 속에서 잦은 훈련과 경기 출전으로 인한 출석 미달과 학사 경고는 그들이 대학을 정상적으로 졸업하는 데 큰 장애가 되기도 한다.

이에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에선 체육특기자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제도적인 개선에 힘쓰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지난 2017년 발효된 ‘C0 룰’ 이다.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C0 룰이란 직전 두 학기의 평균 평점이 2.0(C0)을 넘지 못하는 학생선수의 대회 출전을 금지하는 규정이다. 이는 학생 선수들에게 대학생으로서의 최소한의 기초 학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실제로 C0 룰이 발효된 첫 학기 많은 수의 학생이 성적 기준에 도달하지 못해 리그 출전이 제한됐다. 농구, 배구, 축구 3개 종목에서 총 30개 대학 100명의 리그에 출전하지 못했고, 무려 14명이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연세대학교 축구부는 리그 참가 최소 인원을 충족하지 못해 2017년 U-리그를 포기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교육부는 「체육 특기자 제도 개선방안」을 통해 공부하는 학생 선수를 양성하고자 했다. 이 개선 방안은 대회 출전과 훈련 참가로 인한 결석이 수업 시수의 1/2을 넘지 못하도록 했고, 시험과 대회 출전 기간이 겹치면 추가 시험을 보거나 별도의 과제물을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새롭게 마련된 이런 규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다수 존재한다. 체육계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채 임시방편 격인 제도를 마련했다는 것이 주된 비판점이다. 초·중·고의 학사관리 시스템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점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것은 학생선수들에게 적지 않은 학업 부담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체육 특기자 자녀를 둔 김윤상 씨(49)는 “현재의 대학생들은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학업과 유리된 채 성장했기 때문에 곧바로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며 “단순히 눈앞의 메달과 실적만을 좇기 보다는 학원 스포츠의 최소 주기인 12년 정도로 넓게 기준을 잡고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혁기 교수는 “학생 선수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학생선수라는 정체성을 형성하게 해야 효과적”이라며 “일정 점수를 기준으로 획일적으로 제재를 가하는 것은 학생 선수들의 주체성을 무시하는 행위“라 비판하기도 했다. 또한 체육계 일선 현장과 연계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김승곤 센터장은 ”학생 선수들이 공부를 하고자 해도 대한 체육회 및 시도 경기협회가 주관하는 경기 일정이 평일 오전 시간대에 잡히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이런 규정들의 적용 범위가 몇몇 개의 특정 리그 경기로 한정된다는 것이 문제가 됐다. 별개의 대학이 아닌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에 의해 시행되고 있는 현재의 C0 룰은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가 주관하는 농구, 배구, 축구, 야구, 정구의 다섯 개 리그에만 적용된다. 강준호 교수는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가 관리하는 경기 종목이 적어 그 규모가 작아 해당 규제의 범용성이 떨어진다”며 “타 종목 선수나 개인 종목 선수와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용식 교수는 “같은 학교의 체육 특기자라도 종목에 따라 C0 룰 적용 여부가 달라져 불만의 목소리가 많다”며 “이는 제도의 기반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경고했다.

따라서 과도기적 시점에서 제도가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의 체육특기자들이 성장해온 환경을 고려해 보다 유연한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 김대희 운영위원은 “C0 룰이 정착하려면 학생 선수들이 대회나 훈련 일정 등으로 인해 수업을 빠진 경우 NCAA 매뉴얼을 따르는 미국 대학들처럼 1:1 멘토링 제도나 주말 및 계절학기 일정을 통한 보충 수업 제도가 활성화 돼야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학생 선수들에게 일반 학생들과 동등하게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학생 선수가 경기나 훈련 등으로 불참한 수업 시간을 보충해 주어야 할 의무를 회원대학에 부여하고 있다. 이처럼 학생 선수들이 학업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반 환경이 갖춰진다면 C0 룰이 보다 효과적으로 정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학체육계의 유관 단체들의 협력을 통해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이용식 교수는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만의 노력으로는 학생 선수들의 학사관리가 불가능하다”며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대학, 대한체육회, 각 시·도 경기 협회 등의 유관 단체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학생 선수들이 최대한 수업 시간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경기 일정을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많던 체육 특기생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제대로 된 학사관리를 받지 못한 채 대학을 졸업한 체육특기자들의 진로 문제 역시 녹록지 않다. 대학에 재학하는 체육 특기자들은 대부분 프로팀이나 실업팀에 입단하길 원하지만 극소수의 스타 선수 위주로 이뤄지고, 프로팀에 입단하더라도 운동선수 자체의 수명이 길지 않아 30대에 들어서게 되면 새로운 진로를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한체육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포츠강사 등 관련 종사자를 모두 합해도 체육 분야에 종사하는 은퇴선수는 18%에 그쳤다. 즉 프로팀이나 실업팀의 입단 여부와 관계없이 체육 특기자들의 대다수는 체육 계열을 벗어난 제2의 삶을 준비해야 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체육 특기자들은 대학 진학 시 체육 계열로 입학해야 한다는 동일계 진학 제도가 정착되며 체육 특기자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었다. 이는 학생 선수들에게 체육 계열을 벗어나 다양한 진로를 모색할 기회를 앗아갔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통계에 따르면 스포츠산업 및 체육 관련 학과 졸업생의 정규직 취업률은 50%에도 못 미치는 상태로 일반학과의 졸업생에 비해 10% 이상 차이나는 실업률을 보였다. 김유겸 교수는 “초·중·고에서부터 체육 특기생으로 살아온 대학의 체육특기자들은 제한된 학과에 진학해 대학 공동체와 아예 유리된다”며 “이는 개인의 행복 추구권에도 반하는 규정”이라 비판했다.

따라서 희망자는 이에 걸맞게 진로 지원 프로그램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대한체육회는 이를 위해 은퇴 선수 진로 지원센터를 둬 선수 생활을 그만둔 선수들의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다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스포츠 선진국인 미국, 호주, 일본, 독일 등은 이미 듀얼커리어 시스템이 정착돼 있어 운동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 진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 선수들의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양구 교수는 “독일에선 학교와 체육 단체들과의 협업으로 스포츠 엘리트를 양성하는 스포츠엘리트슐레(Eliteschule des Sports’)와 체육중점학교인 스포츠슐레(Sportschule)를 운영한다”며 “해당 기관에선 스포츠지도자, 심판, 스포츠 기자로 진출할 수 있는 이론과 행정교육을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시행하며 운동을 그만두는 선수들이 타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내에도 이 같은 방법을 선택적으로 적용해 학생 선수들의 진로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한국 체육계의 근간인 학생 선수는 ‘학생’ 신분인 운동선수이므로 학생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아야한다. 그러나 현재의 대학스포츠 체제 하의 학생들은 대입을 준비하면서부터 입시 비리를 마주하게 된다. 관행처럼 행해져 온 입시비리를 뚫고 대학에 입학하더라도 학생 선수들은 적절한 지도를 받지 못한 채 학업과 운동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이는 그들의 진로 문제와도 직결돼 프로 입단에 실패했을 경우 별다른 대안 없이 실직 상태에 이르게 된다는 문제를 야기한다. 결국 입시부터 비리로 얼룩진 체육 특기자 선발 제도는 기초 학력이 부족한 학생이 대학에 들어와 제대로 된 학사관리를 받지 못한 채 졸업해 졸업 후에도 자리 잡지 못한다는 문제를 낳는다. 이는 체육특기자들이 입학부터 재학, 졸업 후 진로에 이르기까지 학생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내의 체육 저변을 확대하고 스포츠 문화를 꽃피우기 위해 학생 선수들이 학생으로도 선수로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건강한 체육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삽화: 손지윤 기자 unoni0310@snu.kr

레이아웃 인포그래픽: 강세령 기자 tomato94@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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