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9일부터 27일까지 약 한 달 동안 생협 식당 노동자들은 정문 앞에서 피케팅을 진행했다.

생협 식당 노동자, 고질적인 통증에 시달려

열악한 임금, 복지 개선 목소리도

노사 간 견해차 좁혀지지 않아

7월 9일부터 27일까지 생활협동조합(생협) 식당 노동자들은 피켓을 들고 정문 앞에 섰다. 이들의 피켓엔 ‘스테로이드 주사 그만’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지난 5월 말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공동행동)이 생협 식당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매일 반복되는 고강도의 노동으로 인해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아가며 일하고 있었다.

지난 5월 28일부터 31일까지 공동행동과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지부’(대학노조)에서 생협 직영식당인 학부생활관(919동) 식당, 제3식당(75-1동), 동원생활관(113동) 식당, 자하연식당(109동), 학생회관 식당, 제2공학관(302동) 식당에서 근무하는 80명의 생협 식당 노동자를 대상으로 ‘생협 노동자 건강권 실태조사’(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덥고 습한 조리실에서 고강도의 노동을 수행하느라 신체적 고통을 겪는, 일명 ‘골병’ 든 노동자가 상당수였다. 전체 응답자 80명 중 34명이 넘어짐, 부딪힘, 화상, 베임 등의 사고를 겪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어깨와 손목·손가락, 허리 부위의 통증을 호소한 응답자의 비율은 각각 80%, 75%, 82.5%에 달했다.

제때 휴식과 치료를 받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는 응답 또한 많았다. 응답자의 70%가 부상 시 병원 방문이 자유롭지 않다고 대답했고, 절반이 넘는 인원이 그 이유로 시간 부족과 직장 내 눈치를 꼽았다. 병원에 가기 위해 연차를 내는 것이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병원에 갈 시간이 넉넉지 않다 보니 생협 노동자들은 빠른 치료와 회복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자하연 2층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A씨는 “주변 사람들 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틀어지고, 일이 육체적으로 힘들어 주말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고 주중에 일하는 패턴이 반복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생협 사무처는 이 실태조사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동시에, 노동 환경이 열악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생협 사무처는 설문조사 문항에 대해 “업무 강도를 숫자로 택하게 하는 방식은 매우 주관적”이라며 “유의미한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생협 사무처는 “전기용량과 공간상 가능한 모든 조리실과 휴게공간에 에어컨을 설치했다”며 “실제로 노동자가 요구한 것들을 개선하고자 지속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동행동과 생협노조는 이와 같은 생협 사무처의 입장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설문조사를 주도한 공동행동 양진영 집행위원장(사회학과·17)은 “노동자가 고강도의 업무로 인해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통증을 겪고 있는 상황이 열악한 환경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반문하며 “생협 식당의 노동 환경이 열악한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이창수 부지부장은 “일부 식당의 경우 창문도 없을뿐더러 에어컨을 조리실 내부에 들여놓기 어렵다 보니 식당 노동자들은 고열에 노출되는 상황에 놓여있다”며 “그런데도 배식하는 노동자들이 땀을 흘리거나, 배식이 끝나갈 때 에어컨을 세게 틀고 홀에 잠시 나와 있으면 지적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한편 생협 식당 노동자들의 낮은 임금 또한 문제로 지적됐다. 높은 노동강도는 물론 경력에 비해서도 임금 수준이 낮다는 것이다.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전체 응답자의 42.5%의 월평균 소득은 151~190만 원 구간에 집중해있다. 경력에 따른 임금 상승 폭이 작기 때문이다. 실제로 10년 차 노동자인 A씨의 임금은 176만 원으로, 세금과 보험료를 내면 남는 돈은 150만 원 남짓이다. A씨는 “10년 동안 높은 강도의 노동을 계속해왔음에도 최저임금을 형식적으로 넘어선 임금을 받아 박탈감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생협의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은 노사 간 입장 차만 확인한 채 결렬됐다. 생협의 교섭단위인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홍성민 지부장은 “처음으로 병가 수당을 요구하는 등 복지 개선을 요구했지만 결국 결렬됐다”고 전했다. 반면 생협 사무처는 “이번에 요구한 여러 수당 등을 포함하면 노조는 사실상 약 17%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지금도 비슷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생협 식당 노동자가 적은 임금을 받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선 이와 같은 생협 식당 노동자 문제해결을 위해선 본부가 더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생협이 별도의 법인이다 보니 본부가 생협의 재정 환경이나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데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창수 부지부장은 “천원의 학식 등 학생 복지를 위한 학교의 정책이 생협 식단 운영에 바로 반영이 된 만큼 생협과 학교가 완전히 분리된 것으로만 볼 순 없다”며 “사태 해결을 위해 본부의 직접고용 혹은 인건비 지원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공동행동 피케팅에 참석한 이재현 씨(서양사학과·18) 또한 “학생들의 기본 복지를 담당하는 생협의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본부가 마땅히 챙겨야 할 학생복지업무를 생협이 분담하고 있는 만큼 생협은 직영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신하정 기자 hshin15@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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