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은 기자

식품동물생명공학부

체육 특기생 기획 기사를 쓴 기자는 사실 체육과는 정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이다. 서서 걷기보단 앉기를, 앉기보단 누워있기를 좋아해 주로 실내에서의 ‘와식생활’을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살아온 삶의 모습은 체육 특기생들의 삶과는 크게 다르다. 그들이 땀 흘리며 운동할 때 나는 책상 앞에 앉아 펜을 잡아왔으니 그들과 나는 아예 서로 다른 두 별에서 살아온 셈인 것이다.

이번 기획 기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걱정스러웠던 것도 바로 그 점이었다. 평소 관심만 조금 가졌을 뿐 체육 특기생 제도가 정확히 어떻게 운영되는지조차 몰랐다. 그런데 그 이면을 파헤치는 기사를 준비하려니 일반적인 사실만 얼기설기 엮어 가볍고 뻔한 내용의 기사가 될까봐 겁이 나기도 했다. 체육 특기생들이 겪는 실질적인 고충을 생생하면서도 정확하게 짚어내야 하는 기사가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돼버리면 기사 가치를 잃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혹여 체육 특기생들이 지닌 삶의 무게에 비해 너무나 가벼운 글이 될까봐 다양한 분야의 최대한 많은 취재원들의 말을 듣기 위해 노력했다.

예상했던 대로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체육계와 교육계는 이제 막 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책을 내놓고 있었다. 제도를 개편하려는 지금의 과도기적 시점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했다. 관악과 방이, 노원을 오간 수차례의 인터뷰와 전화 통화마다 취재원들은 서로 다른 문제점을 짚었고 그에 따른 대책을 제시했다. 체육 특기자 제도 위에 쌓인 문제가 수십 년간 고착화 돼 너무나 거대해져버린 것이 그 원인이었다. 각기 다른 실마리에서부터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 사이에서 어느 것이 옳은 방향인지 알 수 없었다. 아무리 체육 특기생의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특히 기사를 쓰며 생기는 자기모순이 괴로웠다. 한 학부형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교육부가 마련한 작금의 대책이 체육계 일선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체육 특기자 제도에 대한 이해 없이 탁상공론만으로 낳은 결과이므로 실현가능성이 낮다고 그 대책의 한계를 꼬집기도 했다. 해당 내용을 기사로 옮기며 문득 고민이 됐다. ‘기사를 통해 정부의 대책을 비판하는 나는 과연 체육계의 현실을 잘 알고 있는가?’ ‘내 기사에서 제시하는 전문가들의 해결방안은 과연 실현가능한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고민했지만 결국 이 두 가지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었다.

아직도 기사가 쉽게 쓰여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6월말부터 지금까지 꽤 오래 기획 기사를 준비해 기사가 지면에 실리기까지 했지만 썩 마음에 차지 않는다. 나름대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치밀하게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스로 던진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수 없기 때문이리라. 언제쯤 위선자가 되지 않고 그들의 편에 온전히 서서 기사를 쓸 수 있을까. 남은 기자 활동의 임기 내내 고민하며 풀어나가야 할 숙제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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