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같이 더웠던 8월이 드디어 지나갔다. 여름방학이 끝나버린 건 아쉽지만 학교로 오는 길에 피부로 느껴지는 8월의 그것과는 너무나 다른 9월의 바람은 참 반갑다. 지난여름 사상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폭염은 한반도에 눌러앉아 우리의 일상을 짓눌렀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뉴스로 들어가 날씨를 확인할 때마다 끝날 줄 모르고 계속되는 폭염으로 답답한 마음에 한숨이 푹 쉬어졌다. 하지만 진짜로 숨이 턱 막힐 정도의 답답함을 느낀 것은 날씨를 확인하고 난 뒤 다른 뉴스 분야 탭으로 넘어갔을 때였다. 8월엔 우리를 답답하게 하는 뉴스가 너무 많았다. 남북 및 북미 관계의 교착, 무성과에 그친 8월 국회, 드루킹 특검의 씁쓸한 퇴장, 납득하기 힘든 안희정 전 지사의 무죄 판결과 판결 이유, 여성, 난민 등 소수자 이슈를 둘러싼 사회 갈등 악화 등 답답한 뉴스들이 많았지만 아마 사람들이 가장 답답하게 느꼈던 뉴스는 경제 관련 뉴스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자신 있게 추진했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발표된 경제지표에 따르면 일자리 증가 폭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으며 소득 격차는 더욱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정부에서 가장 중점을 뒀던 것이 일자리 부문이고 소득주도성장이 저소득층의 지갑을 채운다는 명분으로 제시됐다는 것을 생각할 때 이 두 지표가 함께 악화된 점은 뼈아픈 부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 상황보다 더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러한 경제 성적표를 둘러싼 정치 주체들의 태도다. 정부나 야당 가릴 것 없이 경제문제를 지극히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경제지표에 악화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당사자인 정부는 이러한 지표가 발표되고 얼마 후 통계청장을 경질했다. 무슨 이유든간에 이 시점에서 통계청장을 경질하는 건 정부의 책임회피로 보일 수밖엔 없다. 또한 야당이나 언론 등에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을 끊임없이 제기하는데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말 한마디로 일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경제정책을 점검하기보다는 비판을 정치적 공세로만 인식하고 그에 대한 방어적 태도를 취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야당의 태도도 문제다. 현재 야당은 경제지표의 악화를 자신들의 반전 기회로 보는 것 같다. 최저임금 상승에 대한 논쟁에 한정해 열을 올리는 모습은 언제나 그렇듯 정치적 프레임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그렇다면 저임금 노동력으로 생산성을 쥐어짜 내는 경제 시스템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해법인가?”라고 되묻는다면 지금의 야당은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나? 지금의 야당이 예전과 같은 지지를 받으려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전 야당들처럼 정부의 실책에만 기대기에는 지금 야당은 과거에 벌인 과오가 너무 크다. 대통령 지지도가 급락함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지지도 상승이 지지부진한 것이 그 증거다.

태풍도 밀어낼 만큼 한반도를 무겁게 짓누르던 폭염도 시간 앞에선 무력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를 둘러싼 답답한 상황들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 같진 않다. 경제문제뿐만 아니다. 정치 주체들이 이제까지의 관성에 젖어 앞서 말했던 여러 이슈들을 정치 공방전의 창과 방패로만 이용한다면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계속해서 짓누르게 될 것이다.

삽화: 홍해인 기자 hsea97@snu.kr

여동하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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