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호

물리천문학부 석·박사통합과정

주변 사람들에게 천문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와, 천문학 하시면 광활한 우주를 바라보면서 작은 인간은 정말 보잘것없다고 느끼시겠어요.”

물론 천문학을 공부하면서 우주에 대해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될 때면 우주가 정말 넓으며 신비롭다는 것을 새삼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태양계 천문학을 공부하다 보면 작은 존재들도 전혀 보잘것없지 않다는 것을 거듭 배우게 됩니다.

태양계 천문학은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과 그 주위를 도는 위성, 소행성, 혜성 등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특히 제가 소속돼 있는 연구실은 소행성과 혜성 등 태양계 안에서도 작은 천체를 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소천체들은 행성들이 만들어질 무렵 함께 만들어졌지만 크기가 작아 상대적으로 다른 천체와 충돌하지도 않고, 대기가 없어 지구나 화성 등 두꺼운 대기가 있는 천체들에 비해 표면이 상대적으로 잘 변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소천체들을 관측하면 형성 당시 태양계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엿볼 수 있고, 이는 태양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추측하는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특히 제가 연구하고 있는 소행성 ‘이토카와’는 작은 존재가 얼마나 우주를 이해하는데 소중한지 잘 보여주는 좋은 예시입니다. 이토카와는 크기가 서울대학교 500동 정도에 불과한 작은 소행성입니다. 1990년대만 해도 이렇게 크기가 작은 소행성들은 커다란 돌덩이만 남았을 것으로 예측했다고 합니다. 이들이 가볍고 중력도 약해 표면에 있는 작은 자갈, 모래들이 다 소행성을 쉽게 벗어났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05년 일본의 하야부사 탐사선이 이토카와를 방문해서 사진을 찍어보니 오히려 소행성 표면에는 자갈이 덮여있었고 이 소행성이 하나의 돌덩이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마치 돌탑처럼 커다란 돌덩이들이 모여 있는 구조로 이뤄져 있었습니다. 이는 작은 소행성, 더 나아가서는 소행성 전반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이처럼 작은 소행성과 혜성을 연구하는 것으로부터 우리는 태양계라는 큰 규모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태양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태양계를 이해함으로써 다른 별과 그 주위의 행성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되며 이는 은하 안에서 별의 형성을 이해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태양계 천문학은 제게 작은 존재에도 나름의 가치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태양계 천문학을 공부하다 보면 인간의 위대함도 느낄 수 있습니다. 우주의 나이에 비교하면 너무나도 짧은 약 1만 년 사이에 우주의 많은 것을 밝혀냈고 이제는 태양계 곳곳으로 탐사선을 보내 끊임없이 지식의 지평선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보면 우주에는 크든, 작든, ‘보잘것없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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