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사회대 여자화장실에 숨어 있던 남자 고등학생이 불법촬영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되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여자 화장실은 불법촬영카메라 설치 가능성 때문에 한동안 폐쇄됐다. 지난 7월 31일에는 ‘워마드’에 불법촬영 카메라를 서울대에 설치했다는 글이 올라와 총학 및 여러 단과대 학생회가 서울대 내 시설의 불법촬영 카메라 설치 여부를 조사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2016년 9월 자연과학대 연구동 여자 화장실에서 성폭행 미수 사건이 발생했던 상황에서 조금도 더 나아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단순 사건의 해결을 넘어 근본적인 문제진단과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본부는 학내 구성원, 특히 여성들의 신변을 위협할 수 있는 문제를 제대로 진단해야 한다. 불법촬영 범죄의 대상에 성별이 구분되지는 않겠지만, 최근 일어난 불법촬영 범죄의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다. 이러한 범죄로 인해 피해자는 엄청난 수치심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이 힘들어질 정도로 큰 정신적 피해를 입게 된다. 학내에서 지속해서 불거지는 불법촬영 범죄는 여성이 안전하게 생활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질문하게 한다. 신변에 위협을 느낄 만큼 일상적인 생활공간에서의 범죄가능성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공론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불법촬영 등의 범죄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위해 학내 구성원들의 인식개선이 수반돼야 한다. 최근 들어 발생한 여러 불법촬영 관련 사건으로 인해 현재 서울대에서도 불법촬영카메라 탐지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카메라 탐지만으로 불법촬영 범죄를 완전히 근절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는 마치 여자 화장실 성폭력 미수 사건 이후 여자 화장실에 비상벨을 설치하는 정도의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학내 안전 시스템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함은 물론, 조사 결과를 참고해 구체적인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학내 구성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는 시설의 문제를 넘어 구성원 모두의 공감 및 인권의식의 제고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학내의 구성원들 간에 신뢰에 기반한 공동체가 든든히 이어지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본부는 대학 구성원들, 특히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약자들이 불편부당함과 두려움 없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 학외에서 논란이 되던 불법촬영 범죄가 최근 들어 학내에서도 구성원들을 위협하는 만큼, 본부 역시 불법촬영 범죄의 근본적인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이를 효과적으로 방지할 만한 제도는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신중을 기해 조사, 연구하고, 학내 구성원들의 공감 및 인권의식을 제고하기 위한 인식개선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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