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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뚤어지지 않은 연애를 보기 위해취재 | 만연한 연애 예능, 그 이면을 들여다보다
  • 장한이 기자
  • 승인 2018.09.09 11:36
  • 수정 2018.09.09 11:36
  • 댓글 0

한풀 꺾인 것 같던 연애 예능의 인기가 2017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치솟으며 다시 연애 예능 열풍이 불고 있다. 2017년 ‘하트시그널 시즌 1’을 시작으로 ‘로맨스 패키지’, ‘내 딸의 남자들’, ‘선다방’ 등의 연애 예능이 쉼 없이 뒤따라 나왔다. 특히 올해 방영된 채널A ‘하트시그널 시즌 2’는 7주 연속 비드라마 부문 온라인 화제성 1위 프로그램으로 뽑히며 그 인기를 실감했다. 하지만 큰 인기와 화제성의 이면엔 부작용도 있었다.


그때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연애 예능

인간은 보편적으로 연애에 대한 욕구와 타인의 행위를 보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과거에도 연애 예능은 흥행할 수밖에 없었다. 1995년 사회자가 중매를 서는 맞선형 프로그램 MBC ‘사랑의 스튜디오’를 시작으로 2002년 KBS ‘산장미팅-장미의 전쟁’,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 등의 프로그램이 뒤이어 탄생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애 예능은 흥행불패”라며 “남녀관계는 영원하기 때문에 함께 고민하고 공감할 수밖에 없는 좋은 소재”라고 평가했다. 또한 타인의 연애를 엿보고자 하는 인간의 심리 역시 흥행 배경으로 작용했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애라는 영역 자체가 사적이기 때문에 이를 엿보는 것에 대한 죄의식은 분명히 있으나 그 행위에서 오는 즐거움이 있다”며 “연애 예능에서의 이런 ‘길티플레저’(guilty pleasure)는 연애 예능이 당연히 흥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좋아하는 연애 예능

최근엔 자연스러운 일상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연애가 일반적이라고 생각됨에 따라 연애 예능 또한 그 과정을 담아내는 것에 중점을 뒀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청자들은 더 이상 출연자들의 짧게 노출되는 작위적인 모습이 아닌 출연자들의 일상과 그 안에서 관계가 맺어지는 큰 스토리를 보길 원한다”며 “바야흐로 스토리텔링의 시대”라고 표현했다. 이 때문에 2011년 방영된 SBS ‘짝’에선 매개자 없이 일반인 남녀가 출연해 서로가 원하는 짝을 찾도록 했다. 또한 2018년 방영된 채널A ‘하트시그널 시즌 2’는 긴 합숙동안 일반인 출연자들의 ‘썸’을 보다 자연스럽게 조명했다. 이렇듯 현재 공유되고 있는 연애관을 반영한 연애 예능이 등장함에 따라 시청자의 연령대도 다양해졌다. ‘하트시그널’ 애청자 강민수 씨(건설환경공학부·18)는 “출연자들이 좋아하는 사람을 볼 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행동들이 방송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흥미롭게 봤다”고 말했다. 또한 평소 연애 예능을 즐겨 보는 홍윤영 씨(49)는 “연애 예능을 통해 요즘 젊은 세대가 갖고 있는 연애관을 보고 느낄 수 있어 좋다”고 시청 이유를 밝혔다.

현재의 연애 예능은 패널과 예측시스템 등의 요소를 도입함으로써 예능에서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했다. 그 중 ‘하트시그널’과 Mnet ‘러브캐처’는 패널들이 러브라인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게임 요소를 가미했다. 이런 액자식 구성을 취한 포맷에 대해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촬영해온 영상물을 보고 스튜디오 안에서 반응을 보이거나 논평하는 액자식 구성이 예능화되면서 시청자들은 패널들의 다양한 입장을 들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도 “패널들이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설렘 포인트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롭지만 오래된, 설레지만 상처 입는

현재의 연애 예능은 새로운 방식을 취하는 등 형식적인 틀을 바꿨지만, 근본적인 내용이 변화하지 않았다. 구시대적인 남성상과 여성상을 고착화하고 지나친 환상을 심어주는 경우가 종종 연애 예능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많은 연애 예능에서 남성 출연자들은 재력과 직업을, 여성 출연자들은 외모를 강조한 캐스팅이 눈에 띄었다. 실제 ‘로맨스 패키지’에선 ‘연매출 80억 프랜차이즈 요식업체를 경영하는 사업가’, ‘서울대 법대 출신 변호사’로 남성 출연자를 소개하는 반면, 여성 출연자에 대해선 ‘미스코리아 서울 선’이라며 출중한 외모와 젊은 나이를 강조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런 연애 예능 출연자들은 결코 표준이 아닌데 일상을 판단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윤인진 교수(고려대 사회학과)도 “연애 예능 출연자들은 높은 기준을 통과한 훈련된 프로 스포츠 선수와 같아 이들의 상황은 일반인이 겪는 실제 상황과 괴리가 있다”며 시청자들이 환상이나 편견을 가지지 않도록 주의하길 권고했다.

이런 연애 예능은 시청자의 과몰입이라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지나친 몰입은 시청자들의 환상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의 인간 관계에 소홀해지도록 만들기도 한다. 윤인진 교수는 “시청자들이 대리만족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만 방송을 본다면 연애, 나아가 사회적 관계를 맺는 것 자체를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시청자들의 과몰입은 일반인 출연자들의 개인적인 생활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하트시그널 시즌 2’의 한 남성 출연자가 시청자들이 원하지 않는 선택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 SNS 계정에서 질타를 받기도 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애 예능에서 시청자들이 원하는 결말이 나오지 않았을 때 그 화살은 종종 출연자를 향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 그는 “시청자들이 방송을 시청할 때 경계심을 갖고 방송 속 가상의 이미지를 현실에 개입시키지 않고 방송과 현실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덧붙여 장재숙 교수(동국대 아동가정학과)는 “방송에 비춰질 자신의 모습을 모르는 일반인 출연자들을 위해 연출진들은 출연 이후에도 심리상담 등을 통해 출연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청자들의 과몰입 이면엔 연출과 편집상의 문제도 존재했다. ‘하트시그널 시즌 2’에선 극적 긴장감을 위해 왜곡된 타임라인을 방영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는 “리얼 버라이어티라고 해도 결국 방송은 극적 반전이나 자극적인 이미지 창출에 힘쓴다”고 말했다. 이에 장재숙 교수는 “출연자들은 시청자들이 본 장면 외에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며 “방송 속의 장면 이외 행간에 다른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달라는 자막이 편집상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작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연애 예능엔 부작용도 있지만, 앞으로도 연애 예능이라는 콘텐츠는 계속해서 방송에 등장할 것이다. 윤인진 교수는 “연애는 남성과 여성을 이해하는 과정이며 더 나아가 어떤 사회적 관계를 맺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연애라는 과정을 다룰 때 연애 예능 연출진들은 조금 더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시청자들은 성숙한 자세로 연애 예능을 받아들이길 바라본다.

삽화: 손지윤 기자 unoni0310@snu.kr

장한이 기자  hanyi0201@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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