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회성

조선해양공학부 석사과정

군인정신으로 할 수 없는 건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게 서울대일지라도 마찬가지였다. 2017년 3월, 해군 대위인 나는 군에서 선발돼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석사과정으로 입학하게 됐다.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해군 소위로 임관한 지 7년째가 되던 해였다.

그러나 당당하던 나의 패기와는 달리 첫 학기는 혼란과 적응의 연속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각종 수식과 공학 이론들은 마치 처음 배우는 듯했고, 수업 수준 또한 만만치 않았다. 수업 진도와 과제는 상상 이상으로 많았으며, 연구실에서의 실험과 연구는 생소하고 어려웠다. 연구실 특성상 중장비와 공구를 다뤄야 했으며, 실험을 구성하고 데이터를 얻는 과정 또한 쉽지 않았다. 논문을 찾고 관련 내용을 이해하는 것조차 버거웠다. 학위 연구와 학교 수업 진도를 따라가기 위해 밤낮이 없이 생활하는 대학생들과 연구실 대학원생들의 모습은 경이로울 정도였다. 군인으로 살아가는 나는, 군인정신만으로 되지 않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군인으로서 바라보고 경험했던 초창기의 생소하고 불편했던 일반대학원 생활은 몇 가지 생각의 전환으로 극복해 갈 수 있었다. 그 첫 번째는 나를 먼저 바라보는 데 있었다. 서울대 위탁 교육을 지원했던 이유는 단순히 전문지식을 쌓기 위한 기회만은 아니었다. 군인으로서 일반적인 서울대 학생들이 느끼는 생각, 감정 그리고 행동을 알고 싶었고 마주하고 싶었다. 이런 초기의 지원동기를 다시 떠올리며 주변의 학생들을 관찰하니, 그들의 생각과 행동이 하나하나 이해되기 시작했고 그들과 어울리는 삶들이 점점 익숙하고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두 번째는 주변의 도움이었다. 학과 수업과 연구에서의 어려움을 직면했을 때 혼자서 하려다 보니, 마주한 상황이 더 복잡하고 더 어렵게 느껴졌다. 첫 학기, 혼자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하면 그만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오만이며 착각이었다. 처음으로 본 중간고사 성적은 매우 좋지 않았고, 이로 인한 충격으로 큰 혼란에 빠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학생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고민하며 문제를 해결해 가고 있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인 주변의 도움을 거부하고 있던 건 나였지 주변 사람들은 아니었다. 나에게 어려웠던 전공 수업은 함께 수강하는 주변 학생들의 도움으로 따라갈 수 있었고, 생소했던 실험과 연구는 연구실 구성원의 관심과 적극적인 도움으로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연구 중에 직면한 각종 문제는 정답보다는 해를 찾는 방법을 배움으로써 나의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다.

다행히 지금은 이런 방법을 통해 어려움을 디디고 학교에 잘 적응하여 즐거운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다. 이 글을 읽는 서울대 구성원 중 누군가도 나와 같은 어려운 순간을 겪어보거나, 겪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그중 누군가는 내가 느낀 어려움보다 더 낯설고 생소한 상황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군인이 느끼고 경험했던 대학교 생활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그 어려움을 극복했던 나만의 방법을 공유함으로써 그 방법이 생각 외로 굉장히 단순한 곳에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이 글을 읽는 어려움을 겪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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