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스의 문학은 ‘인문학적 상상력의’모범”

▲ © 노신욱 기자
지난 23일(화)~26일 인문학연구원과 한국제임스조이스학회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조이스와 인문학」 학술대회가 열렸다. 조이스는 『젊은 예술가의 초상』, 『율리시스』, 『더블린 사람들』 등을 쓴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로, 다양한 문체를 통해 환상과 무의식의 세계를 표현하며, 언어 및 소설 형식상의 실험을 시도해 후대 작가들에게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는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열린 조이스 관련 국제학술대회로, 국제적 교류가 부족했던 국내 학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접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김길중 교수(영어교육과)는 「세계 속의 세계: 조이스의 상상 속에 나타난 인간관」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조이스 문학은 인문학적 상상력의 모범으로, ‘티끌 하나에도 세상이 들어있다’는 불교적 세계관에 비견된다”며, “조이스 작품에서는 사람의 내면 의식과 같은 작은 세계 밖에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개인의 내면 세계를 통로로 해 이질적인 세계들을 파악하면 더 큰 세계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조이스는 과도한 자아몰입에 빠진 등장인물을 제시하고, 이들이 마주치는 다양한 세계의 모순과 이를 극복하고 이해하려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김교수는 “예를 들어 『더블린 사람들』에 등장하는 여인이 실성해서 죽어가며 외치는 모호한 게일어는 쇠퇴한 아일랜드어와 연결된다”고 해석한다. 그는 민족어의 붕괴와 민족 대이동을 촉진한 19세기 중엽의 감자 대기근에 이르는 사회적 배경을 제시하며, “이런 과정을 거치며 쇠퇴했던 민족에 대한 기억(아일랜드 언어)이 그의 외침을 통해 다시 등장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조이스의 작품에는 과도하게 자아에 몰입하는 인물 등장

그들 통해 더 큰 세계이해하는 방식 제시해

 

이머 놀란 교수(아일랜드대)는 「조이스와 식민지 경제」라는 발표를 통해 『율리시스』 속에는 저개발 상태의 아일랜드 식민지 경제가 묘사되고 있음을 설명했다. 작품 속 아일랜드의 소비 사회가 굉장히 과장되게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왜냐하면 이 당시 아일랜드는 경제 발전을 이루지 못한 채 낙후된 지역이었는데, 조이스는 선진국들의 활발한 소비 성향을 아일랜드에도 그대로 적용시키는 유토피아적 상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식민지 경제 아래서 선진국의 자본주의를 원하지만 도달할 수 없는 식민지의 이중적인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박지향 교수(서양사학과)는 「게일연맹과 언어민족주의」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아일랜드의 민족 언어 부흥운동과 당시 정치, 문화의 관계에 대해 다뤘다. 게일연맹은 식민 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아일랜드어 부흥운동을 폈지만 결국은 사람들의 인식 부족으로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재미(영어영문학과 석사과정 02)씨는 “영국의 식민지였던 아일랜드와 같이 일본의 식민지 상황을 겪은 한국 문학도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발표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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