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얘기지만, 학교를 5학기째 다니면서 대학신문을 꼼꼼히 읽어본 적은 없었다. 신문에 실리는 일들은 어딘가 거대한 사건들 같아서 소박한 나의 일상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셔틀버스 가판대에서 집어 든 9월 3일 자 『대학신문』은 나의 예상을 깨고 신문에 실리는 사건들이 내 일상과 얼마나 가까운지 일깨워줬다.

내가 읽은 1968호는 2학기 개강과 함께 발간됐다. 새로운 계절,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차례인 만큼 『대학신문』에서도 구성에 각별히 신경을 쓰지 않았을까 싶었다. 지난 호에서 졸업, 즉 떠나는 이들을 위한 글이 비중 있게 다뤄졌다면 이번 호에서는 남은 이들의 새로이 시작되는 현재진행형 이야기가 다뤄지리라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1면을 펼쳐 들고 첫 사진을 보는 순간 “바로 이거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단과대별 학생 휴게실이 큼직한 글씨로 소개돼있었던 것이다. “충분한 휴식과 함께 즐거운 새 학기 보내시라”는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학기 중 가장 널찍할 개강 초에 휴식을 권유하는 안내가 아이러니하면서도 시험과 과제 생각에 개강이 두려운 학우들의 마음을 꿰뚫어 본 재치 있는 처사가 아닐까 싶었다. 덕분에 ‘『대학신문』, 생각보다 나와 가까운 녀석이구나’ 생각하며 차근히 읽어나갈 수 있었다. 휴게실 지도가 새 학기를 시작하는 마음을 한층 가볍게 만들어줬다면 곧이어 다뤄진 총장 재선출 일정 지연, 근로장학생 인원 감축 건은 여전히 우리에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특히 생활협동조합(생협) 식당 노동자들과 생협 사무처와의 갈등을 다룬 기사는 학내 구성원들이 당연하게 여겨왔던 일상을 다시 한번 뒤집어보게 하는 실마리가 되지 않았을까.

언급한 기사뿐 아니라 김일성종합대학과의 교류, 사회대 화장실 불법촬영 발각, 특집으로 다뤄진 수강신청 건에서도 『대학신문』이 학내구성원의 의견을 소중히 여긴다는 인상을 받았다. 기사에서는 학생들의 의견 인용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또한 이번 호는 서울대의 ‘베테랑 직원’과의 인터뷰가 새롭게 기획됐고 사설란에서는 외국인 학생의 복지 개선 문제를 다룸으로써 서울대를 조금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사회, 학술, 기획, 문화 면에서는 학교 밖 최근 이슈들도 다뤄졌다. 사회 면에서는 민스룰 도입이 주제였는데, 이는 학내에서도 큰 문제였던 사회대 화장실 불법촬영 사건의 한 연장선상에서 다뤄진 것으로도 보였다. 기획 면에서는 지난 2일에 막을 내린 아시안게임과 관련해 체육특기자 제도를 심도 있게 다뤄 시의성 있는 주제들을 선정하면서도 당사자가 아니면 잘 모르는 상황들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아쉬운 점은 첫째, 의견이 실린 학내구성원들 대부분이 여전히 인문계, 사회계열 구성원이라는 점이다. 이공계, 예체능 계열 구성원들의 목소리까지 다양하게 담긴다면 내가 이번 호를 읽으며 느꼈던 “구성원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더 깊게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둘째, 독서의 계절 가을이 시작돼 그런지 책 섹션이 따로 있음에도 문화, 학술 면이 모두 책에 관련된 기사로 채워졌다. 연극이나 영화, 전시 등 다양한 문화 장르가 다뤄진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쪼록 『대학신문』이 앞으로도 학내 공동체에 활기를 불어넣고, 서로 관심을 가질 내용으로 적절히 구성돼 신문에 실리는 사건은 자신의 일상과 관련이 없다고 여겼던 과거의 필자 같은 학우들에게 새로운 시야를 선물해주길 바라본다.

방소정

고고미술사학과·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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