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정세 속에서 단 한번도 그 중심에 서보지 못한 나라. 조선시대 이전에는 중국, 한국전쟁 이후에는 미국이라는 강대국의 주변국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던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한국 사회가 ‘중심’에 대한 콤플렉스와 ‘중심’의 대열에 끼고자 하는 욕망을 갖게 된 것, 즉 ‘주변부 의식’을 갖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한국사회의 주변부 의식
극복방안 모색해


『문학과 사회』는 주체적 의식을 갖고 주변부 의식에서 벗어남으로써 실제로 우리가 자리하고 있는 ‘주변’이라는 위치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이번 『문학과 사회』 겨울호는 「주변부 의식을 넘어서」란 제목의 특집을 통해 한국 사회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주변부 의식을 짚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세밀하게 읽기」에서 김태환(『문학과 사회』 편집 동인)은 학계 일부에서 제기된 자생이론에 대한 요구가 오히려 주변부 의식의 한 형태라고 비판한다. 그는 우리 학문의 주변성은 한국사회 자체 내에서 만들어진 자생이론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이론을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이론의 수용은 본격적으로 이론을 생산하기 위한 예비 작업”이라며 “이론의 생산이 불모(不毛)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일차적으로 이론의 불성실한 수용이 원인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텍스트에 대한 이해 없이 말의 사전적 의미에만 의거해 이뤄진 번역을 예로 들며, 대강의 내용만 파악하며 넘어갔을 경우 생기는 치명적 오류를 보여준다. 그는 구체적인 사실들의 세밀한 분석에서 새로운 이론이 나온다는 점을 강조하며, ‘세밀하게 읽기’를 주장한다.

중심과 주변이 더 이상 공간적, 문화적의미를 갖지 않게 된 ‘탈근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하는 주체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알고 싶다면 문화평론가 서동진의 「불안의 시대와 주변의 공포」를 보자. 탈근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격증, 학력 등으로 증명되는 개인의 ‘자격’보다 오히려 그가 갖고 있는 개인의 역량이 강조된다. 그는 탈근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모두가 인재의 잠재성을 갖고 있는 동시에 주변의 씨앗을 품고 있다”며 언제 주변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결국 모두가 불안하다”고 주장한다.

 
한국 영화의 주변의식 웰메이드 영화로 극복


한편 영화평론가 김영진은 「한국 영화, 할리우드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는갯에서 세계영화시장에서 주변에 위치한 한국 영화가 갖고 있는 헐리우드 콤플렉스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는 헐리우드 콤플렉스에서 비롯한, 한국적 소재에 헐리우드 시스템을 도입한 ‘한국형 블록버스터’보다 봉준호와 박찬욱을 중심으로 하는 ‘웰 메이드 영화’에서 한국 영화의 미래를 기대한다고 말한다.

꾸준히 한국 사회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주변부 의식. 구태의연한 주제지만 이를 새롭게 조망하려는 『문학과 사회』의 노력은 신선하다. 이를 통해 더욱 생산적인 논의가 형성돼, 한국 사회가 주변부 의식을 극복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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