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장마가 끝난 뒤 맞은 개강 첫 주엔 시간표를 확정 짓고 강의 계획을 따라가기에 바빠 학내에 비치된 『대학신문』을 집어 들지 못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몇 편의 기사만을 접할 따름이었는데, 아침 날씨가 선선한 둘째 주가 돼서야 『대학신문』의 지면을 제대로 만날 수 있었다. 이번 주 지면엔 지난주에 이어 총장 재선출에 관한 보도가 1면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몇 주 째 총추위와 총학·교협 간의 견해차에 대한 보도만 접하다 보니 총장 재선출 관련 기사에 대한 피로도가 늘어난 느낌이다. 2면의 4컷 만화만이 학생들의 답답한 심경을 보여줄 뿐이었다.

1969호 『대학신문』에서 두드러진 기사는 두 편의 기획기사였다. 하나는 성폭력·인권 침해 실태조사 결과를 자세히 소개한 보도로, 서울대 학생들이 서울대의 인격권이 얼마나 보장받고 있다고 느끼는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가 상세히 소개돼 있었다. 눈에 띄는 결과는 대학원생 중 인권이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과반을 기록했다는 점과, 성별에 따른 평등권 침해 경험 조사결과에서 침해 경험이 있는 남학우 대비 여학우들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는 사실이었다. 대학원생들의 인권 침해가 생각보다 만연하다는 사실에 놀랐고, 남학우의 입장에서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젠더 권력 구조에 대해서도 재차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서울대 인권 돋보기’라는 제목을 사용했지만, 나는 이번 성폭력·인권 침해 실태조사 결과 보도가 거시적인 시각에서 학내 구성원들의 인권 침해 실태를 보여준 ‘줌아웃’의 기사였다고 생각한다. 위계적 질서가 은연중에 내재해 있는 학내 집단 속 미시의 정치나 ‘위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밝히기보다는 서울대 학우 다수의 주관적 침해 인지를 전체적인 그림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모집단과 표본에 대한 고민 없이 단순집계 결과를 보도했다는 점이다. 설문에 참여한 학부생 316명과 대학원생 432명이 학번, 전공, 분포를 따졌을 때 서울대 전체 학우라는 모집단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서울대생이 평가한 서울대 인권’ 같은 조사 결과는 표본 추출이 중요할 수 있으므로, 다음에는 이를 고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다른 기획기사인 ‘북한의 미래, 개혁의 장벽 앞에 서다’는 북한 정권의 개혁 이슈를 같은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 베트남과 비교 분석해 풀어낸 ‘줌인’의 기사였다. 경제조건과 권력 구조의 측면에서 북한 체제 개혁 가능성을 진단한 기사의 내용이 흥미로웠다. 이에 더해 북한 정권이 중국과 베트남과 달리 남쪽의 대한민국과 체제 경쟁에 놓여있다는 피포위의식(Siege mentality)을 염두에 두면 북한 문제에 대한 보다 적확한 진단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새 학기를 맞아 수개월만에 집어든 『대학신문』 1969호는 줌인과 줌아웃의 기사들이 돋보이는 구성이었다. 학부생 기자들이 직접 기획하고 취재해 작성한다는 사실이 『대학신문』이 지닌 고유의 특징인 만큼, 학생들의 시각에서 독창적이고도 대담한 시도가 담긴 기사를 더욱 자주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성규

정치외교학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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