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

심리학과 석사과정

전통적인 통계학에서 모수(parameter)란 실제(實際)를 알 수 없거나 알기 어려운 추정의 대상이다. 특히나 심리학에서 모수의 실제를 아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측정 및 계량화하고자 하는 대상이 물리적 실체가 없는 심리적 ‘구성개념’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심리측정, 계량심리 분야에서는 심리적인 구성개념에 관한 모수의 추정 방법론들이 주된 관심사가 된다.

이를 위해 여러 가지 통계적 추정 방법을 사용하게 되는데, 통계적 추정이란 필연적으로 오차를 가진다. 일반적인 통계 방법론에서 이 같은 오차를 가진 추정치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두 가지로, 점 추정과 구간 추정이다. 점 추정은 비록 오차가 있더라도, 직관적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단일한 값을 제시하는 방법이다. 반면에 구간 추정은 모수의 추정치를 단일한 값 대신, 오차의 크기를 반영한 적당한 길이의 구간으로 제시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추정의 느슨함을 허용함으로써, 오차를 인정하고 보다 보수적인 접근을 하려는 것이다.

최근 떠오른 생각 중 하나는, 사람이 옳다고 믿는 것, 그런 마음속의 올바름에 대해서도 구간추정과 비슷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의 절친 P는 자신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분명하게 의사 표현을 하고,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피하고는 한다. 반면에 나는 상당히 많은 부분을 다른 사람에게 맞춰주고, 마음속의 불편함을 한 번씩 접어가며 의사 표현을 강하게 하지 않는 편이다. 어림잡아 보자면, 내 올바름의 구간의 길이가 P보다 곱절은 될 것이다.

사람의 올바름이 점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는 그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통계학에서 나름의 이유로 느슨함을 허용해 구간추정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타인과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올바름에 느슨함을 허용할 때가 있고, 역시나 올바름의 구간과 길이를 가지게 마련이니까. 문제는 그러한 느슨함이 지나치면 상처받는 사람이 생긴다는 점이다.

여러 사람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올바름에는 더 큰 느슨함이 생기고, 긴 구간을 가지게 된다. 그리하여 구간이 너무 길어질 때면, 나의 올바름 정 가운데를 믿고 사랑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실망하게 하거나 상처를 주는 일이 생기고는 한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선을 넘어간 나의 느슨함을 반성하고 중심을 다잡고자 마음을 먹는다. 때로는 편협함이 아니라 느슨함이 문제가 되는 법이다.

믿는 바를 지키면서도 타인이 들어올 공간을 만들어두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올바름을 밀도 높게 쌓아 올린, 그렇지만 아담한 구간을 열어둔 P를 존경한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때면 지금의 P가 되기 위해 그가 거쳐 온 인생의 시간과 고민들을 생각해보고는 한다. 마음속 올바름의 자리를 알맞게 찾는 것만큼, 얼마의 구간을 열어두고 살아갈지도 중요한 고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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