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부모활동가가 본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

내 아들은 발달장애인, 더 정확히는 자폐성장애인이다. 흔히들 발달장애인이라 함은 자폐성장애인과 지적장애인을 합친 용어다. 그렇지만 나는 발달장애인을 잘 모른다. 그들의 특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같은 유형이라고 해도 저마다의 특성을 지닌다. 자폐성장애라고 해도 그 특성이 다 같지 않고 지적 장애라고 해도 특성이 같지 않다. 이것이 장애로 인한 특성인지 아니면 성격상의 특성인지 혹은 자라온 환경에서 기인하는지 헷갈릴 때도 많다. 그럼에도 사회는 획일적인 잣대로 발달장애인을 진단하고 그들의 특성을 너무나도 간단한 몇 단어로 요약한다. 그리고 그 요약된 단어를 모든 사회적 서비스의 제공의 개인기준으로 삼는다.

대중들에게 각인된 발달장애인의 모습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반응하고 행동하며 어디로 튈 줄 모르는 장애인일 것이다. 지능이 낮은 사람으로만 생각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사람들로 일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며 학습도 불가능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간혹 일탈행동을 한다면 밖에 나오지 말아야할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공식통계에 의하면 지금까지 발달장애인으로 등록된 사람은 전국적으로 21만 명이 넘었다. 그리고 학계의 통계에 따르면, 장애인으로 등록하지 않은 아동을 포함할 경우 발달장애인의 수는 50만 명에 이른다. 한 자녀가 발달장애인이라 하면 그 가족은 발달장애인가족이 된다. 발달장애인가족이라고 분류할 수 있는 인구는 2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 사람들은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발달장애인의 상태에 주로 부정적인 형태의 영향을 받고 있다. 남한 전체인구 중 5% 이상이 발달장애인의 상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된다. 5%의 구성원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으면 해당 문제는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사회문제’라고 한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문제는 사회문제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 사회적 합의의 창구는 민간이 아닌 정부가 돼야 한다.

며칠 전 정부의 발달장애인 지원계획이 발표됐다. 그러나 이번 지원계획은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현실을 해결하기엔 미흡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지원 정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다시 말해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얼마나 반영하고 그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으로 발표됐지만 대통령만 바뀌었다 뿐이지 이것을 수행하는 공무원들이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바라다보는 인식이 달라지지 않았기에 과연 발표만큼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궁금하다.

물론 모든 장애인의 문제가 개인과 그 가족의 문제로 인식돼 왔지만, 이제까지 우리 사회의 시각은 발달장애인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과연 이것이 개인만의 문제인지 아니면 우리사회가 발달장애인과 함께 살 수 있는 준비가 덜 돼서 발생하는 문제인지를 말이다. 나는 이를 정책보다는 우리사회가 발달장애인과 함께 살 수 있는 준비가 덜 돼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정의하고 싶다.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오해하고 이런 오해가 편견이 돼 결국 발달장애인을 고립시키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이 발달장애인의 돌발행동(요즘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이런 행동을 ‘도전적인 행동’이라고 칭하지만, 관리자의 입장에서 문제의 행동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이런 명칭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에 대해서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고 그런 행위에 대해 적대적인 감정이 담긴 말과 행동을 보인다. 그리고 혹자는 발달장애인이 사회로 나오는 것 자체에 대해 심한 불쾌감을 표현하기까지 한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사회 도처에 엄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반응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누구라도 외출하는 것을 꺼리고 인간관계를 축소하고 단절시킬 것이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은 고립된 상황에 놓이기 쉽고 이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의 불행으로 치부하기에 그들이 겪는 고통은 너무도 무겁고 사회전반에 걸쳐서 발생하고 있다. 경제적 빈곤과 인간관계의 단절, 인간관계의 단절로부터 오는 고립감과 무기력, 상실감의 심리적 문제와 그로 인한 또 다른 여러 가지 심리사회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것은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문제다. 발달장애인의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이 혼자 해결할 수 있는 개인적 원인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부모 유고시에 발달장애인은 어떻게 세상을 살아야할 것인가에 대한 현재의 사회복지체계에서는 대책이 없다는 것도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힘들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를 동반한 발달장애인은 항상 누군가의 보호가 필요하다. 특히 돌발행동을 제지할 수 있는 사람이 항상 동행해야 한다. 혼자선 생활에 필요한 재화와 용역을 구할 수 없고 신변처리도 할 수 없다. 혹여 가능하더라도 일반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즉, 처음부터 끝까지 다른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부모 유고시에 어떻게 될까?

발달장애인이 이 세상에서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처우를 받으며 살기에는 우리사회의 사회적 지원체계는 아직 미흡하다. 아니, 전무하다. 기껏 내놓은 지금까지의 대책이 시설에 수용해 최소한의 대우를 받게 하는 것이다. 이것마저도 돌발행동이나 과잉행동이 없는 경증 장애인에 한해 실시되는 대책이다. 이것 또한 탈시설화라는 정책적 방향전환으로 못 받게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지역사회가 이들과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이들과 함께 살아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 이번에 발표한 대책이 실효성을 지니려면 지역사회에서 발달장애인을 수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현재 겪고 있고, 겪게 될 문제 중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교육과정을 마치면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타인에 대한 폭력적 행위를 동반하는 과잉행동을 보이는 발달장애인이 갈 곳은 거의 없다. 하루 종일 집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앞서 말한 그에 따른 가정 내의 각종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런 발달장애인이 집을 벗어나서 부모(보호자)와 시간을 정해서 특히 낮 시간에 떨어져 지낼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한다. 과잉행동을 동반한 성인기중증발달장애인전담주간보호서비스 그리고 발달장애인의 가족에 대한 심리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번 정책발표회 때 질문한 장애부모의 발언을 깊이 되짚어 생각해야한다. 발달장애는 중증장애의 영역으로 가장 심각한 1급의 비율이 50%를 육박한다. 그렇지만 이번 대책은 발달장애의 급수에 매몰된 나머지 조금 더 세심히 봐야할 영역이 빠져 있다. 1급 발달장애인보다 신체와 정신장애가 중복된 이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그러나 이번 정부 정책에는 이들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다.

흔히 장애인복지는 인풋(input)의 개념이 강해 생산성이 나오지 않는 장애영역에 대해서는 나몰라라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 정책은 따져보면 현실성보다는 효과성에 치중돼 있다. 답변으로 다른 정책으로 다시 생각해보고 발표를 하겠다고 하지만 연이어 나오는 정책이 아닌 만큼 그것 역시 면피용이 아닌지 의구심이 간다.

장애인의 정책중 가장 우선돼야 하는 것은 사회인식의 전환이다. 현실을 바로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식이 변해야한다. 또한 장애인복지에 쓰이는 재원 역시 시혜와 동정으로 바라봐선 곤란하다. 재원의 부족의 한계를 얘기하지만 우리는 한번도 복지국가로 나간 적이 없다. 지금 국민소득이 3만 불이 넘었다고 한다. 유럽의 복지국가들에서 완성된 시기가 국민소득 5천 불의 시점이라는 것을 볼 때 이는 장애인식에 대한 국민인식의 전무에서 기인한 현상이다. 나아가 중앙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지역에서의 인식개선운동이 중요하다. 아무리 국가정책이 훌륭하다고 해도 지역인식이 제자리를 잡지 않으면 큰 효과를 가질 수 없다. 발달장애인은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살아왔고 앞으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진섭 (사단법인 ‘발달장애인과 세상걷기’ 이사장 · 균도아빠)
장애인 부모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발전소 인근 마을에 살며 탈핵운동, 장애인운동 등의 사회운동으로 지역민을 설득하고 발달장애인의 문제를 알리고 있다. 왼쪽은 그의 아들 이균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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