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머문 노동법,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과거에 머문 노동법,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 김용훈 기자
  • 승인 2018.10.07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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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33조위원회’ 1차 연속토론회: ILO 핵심 협약 비준 “글로벌 스탠다드 노동권”

‘국제노동기구’(ILO) 창립 100주년을 목전에 둔 지난 4일(목) 국회에서 국회연구단체 ‘헌법33조위원회’가 ILO 핵심 협약 비준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ILO 핵심 협약 비준을 약속하고, 노동자·사용자·정부가 참여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이를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 발맞춘 것이다. ‘헌법33조위원회’의 대표인 심상정 의원(정의당)은 “노사정 논의 내용을 처음으로 국회에서 공론화하는 자리”라며 토론회의 의의를 밝혔다. 『대학신문』은 각각의 이해관계와 상이한 현실 인식 사이에서 열띤 논쟁이 이뤄진 토론회의 모습을 기사에 담았다.

◇국제 기준보다 미흡한 국내법=우리나라는 ILO가 선정한 8개의 핵심 협약 중 4개를 아직 비준하지 않고 있다. 현행법과 ILO 협약의 내용이 서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결사의 자유를 골자로 하는 제87호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호 협약’과 제98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 협약’의 미(未)비준에 대해, 한국 정부는 공무원 단결권을 제약하는 국내법과의 상충을 이유로 제시했다. 이처럼 국제 사회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국내법은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로부터 수차례 개선을 권고 받았다. △특수고용노동자의 결사의 자유 침해 △공무원 및 교원의 결사의 자유 침해 △평화적 노조 활동에 대한 형사처분 등이 지적된 바 있고 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해선 이러한 현행법의 개선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디딘 땅이 다르니 보는 곳도 다르다=하지만 서로 다른 이해를 가진 각 주체는 상이한 이야기를 내놓고 있다. 사용자를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김영완 노동정책본부장은 “ILO 협약이 한국 노사관계의 특수성과 관행을 무시할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며 협약 비준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김 본부장은 그렇기에 △해고자와 실업자의 조합 가입을 금지한 노조법의 개정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권 인정 △자율 교섭에 따른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여부 결정 등의 ILO 권고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 경총은 노동계가 사측보다 힘의 우세에 있기에 ILO 핵심 협약 비준 논의가 단결권 강화에 치우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다른 참가자들은 이에 반대되는 주장을 펼쳤다. 국제산별노조 ‘industriALL’의 윤효원 글로벌노조컨설턴트는 “ILO 핵심 협약의 내용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ILO 협약은 한국의 법체계 내에 존재하지 않는 이질적 요소가 아니라 헌법의 재확인일 뿐이기에, 비준 및 수용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윤 씨는 “핵심 협정이라 번역된 ‘fundamental conventions’의 본 의미는 기본적인 협약”이라며 ILO의 핵심 협약은 국제 사회가 바라보는 최소한의 노동 환경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신인수 법률원장도 “ILO 핵심 협약은 20세기 수준의 노동환경이라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국의 후진적인 노동 구조를 비판하고, 협약을 비준하라고 촉구했다.

이해관계에 따른 견해차는 있지만, 궁극적으론 협약이 비준될 전망이다. 심상정 의원에 따르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논의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이라는 큰 방향이 설정됐다. 또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익위원인 이승욱 교수(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도 공익위원 간에 의제에 관한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밝혔다.

◇아직 험난한 여정=그럼에도 ILO 핵심 협약 비준은 방법론을 두고 질곡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협약 비준과 현행법 개정이 같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 순서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김대환 국제협력관은 “사회적으로 이견이 큰 현실에선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조율된 안이 나오고 국회에서 법 개정이 논의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이에 선(先)입법론은 비준을 피하기 위한 의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유정엽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실장은 “완전한 선입법 후 비준 논리는 그동안 정부의 핵심 협약 비준 기피 논리와 다름없었다”며 “비준 이전에 모든 국내 법 제도를 ILO 핵심협정에 부합하도록 개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승욱 교수는 절충적인 견해를 내놨다. 이 교수는 “국내 노동법 개정 없이 비준을 먼저 추진할 경우 법 적용에 있어서 국내 노동법을 적용할지 핵심 협약을 적용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사회적 혼란과 법적 난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입법의 선행을 주장했다. 다만 “제도상의 문제 모두를 비준 전 혹은 동시에 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개정이 시급한 사항을 우선 개정한 뒤 협약을 비준하고, 나머지를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심상정 의원은 토론회를 마치며 “건전한 시민들의 상식에 호소하고 국민의 공감대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약 비준은 궁극적으로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시민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협약 비준이 목적이 아닌 과정임을 유념해 꾸준한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사진: 신하정 기자 hshin15@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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