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장애인 화장실, 사용에 불편함 없는 곳은 단 9곳

내부 접근조차 어려운 곳도 상당수 존재해

모두를 위한 이용환경 개선 논의돼야

지난 2일(화) CJ인터내셔널센터(152동)에서 ‘2018 장애인 이동환경 실태조사’ 결과발표회 및 토론회가 열렸다.

인권센터는 지난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학내 장애인 화장실의 이용환경을 평가하는 ‘2018 장애인 이동환경 실태조사’(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2일(화)에 인권센터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애인 화장실이라는 이름을 가진 화장실 수백 여 곳은 장애인, 특히 휠체어 사용자들에겐 접근마저 어려운 ‘벽’과 같은 공간이었다.

현재 정부에선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배리어프리) 인증심사기준 및 수수료기준 등’과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등을 통해 장애인 화장실에 대한 안내표지, 대변기·소변기·세면대·손잡이 등의 시설 형태와 화장실 높이, 폭 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실태조사 결과, 정부 기준이 무색하게도 학내 장애인 화장실 중 장애 학생들이 실제 이용하기에 불편함이 없는 곳은 242곳 중 단 9곳에 불과했고, 불편함이 있지만 사용하기에 적합하다고 분류된 곳까지 포함해도 29곳에 불과했다. 현재 서울대에 77명의 장애 학생이 있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한참 부족한 수치다.

인권센터 실태조사팀은 학내 장애인 화장실을 대상으로 사용 적합성 평가를 진행했으며, 평가 기준에는 △화장실 진입 편의성과 위치 적합성 △화장실 시설 사용 적합성 △내부 공간 적합성 조사 등이 포함됐다. 131개의 조사대상 건물 중 사용 적합성 평가에서 세 영역 모두 적합 판정을 받은 화장실은 우천법학관(15-1동), 사범관2(10동)의 전체 화장실과 생활대(222동), 우정원 글로벌사회공헌센터(153동)의 일부 화장실뿐이었다. 이번 실태조사의 책임자인 인권센터 김인희 전문위원은 “화장실 문이 잠겨있는 등 접근이 아예 불가능한 곳도 있었고 사용할 수 없거나 사용자에게 불편감을 주는 화장실이 대부분이었다”고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인권센터에서 조사한 장애인 화장실 모습이다. 왼쪽은 인문사회계멀티미디어강의동(83동) 4층 공용 장애인 화장실, 오른쪽은 SK경영관(58동) 3층 남자 장애인 화장실이다. 83동 화장실의 경우 두 변기가 붙어있고 손잡이가 한쪽밖에 없으며, 58동 화장실은 적재물이 가득해 이용이 어려운 모습이다. (사진제공: 인권센터)

특히 시설 자체가 잘못 설치돼있거나 다른 화장실에 비해 관리가 미흡한 장애인 화장실이 다수 존재했다. △반투명 재질의 화장실 문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위치한 휴지 걸이 △복잡하고 좁은 화장실 입구 통로 △안전바 설치 미비 등 사용자를 고려하지 않은 화장실 설계는 장애 학생들의 이용을 방해했다. 이에 대해 김 전문위원은 “잘못된 설계로 인한 사용 불편 문제는 개선이 어렵고, 재설치를 하기 위해선 비용도 더 많이 들게 된다”며 “처음부터 수요자를 고려해 장애인 시설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실태조사 동안 지속적인 관리 부족으로 변기 안전바나 잠금장치가 고장이 나도 수리되지 않은 채로 방치돼 있거나, 휴지 등의 소모품이 갖춰지지 않은 장애인 화장실 사례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거기에 물건이 화장실 내부에 적재돼 아예 시설 내부를 사용하기 어려운 곳도 많았다.

한편 발표회 참석자들은 장애인 이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발표자로 자리에 참석한 김원영 변호사는 “장애인 화장실을 설치할 때 기본적인 배리어프리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여전히 사생활 보호에 대한 감각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이 또한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개선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애학생지원센터 임희진 전문위원도 “앞으로 장애 학생 이동환경 개선, ‘모두’를 위한 이동환경을 위해선 이동환경이 장애인에 국한된 문제라고 생각하지 말고 모두가 일상생활에서 관심을 둬야한다”고 당부했다.

사진: 황보진경 기자 hbjk0305@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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