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의창 교수

체육교육과

우리 학생들은 대학 입학 후에도 기초교육을 다시 받도록 돼 있다. 순전히 상식적 수준에서만 말한다면, 관악의 학생들은 더 이상의 기초공부가 필요 없는 0순위 해당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공 불문하고 글쓰기 과정을 반드시 이수해야 하며, 자연과학 관련 전공 학생들에게는 셈하기가 부과된다. 한편 주로 고전으로 된 책 읽기는 선택이지만, 핵심교양과목 필수이수 학점 내에서 반드시 선택하도록 규정된 준(準)필수과목이다.

대단히 상식적인 현황이다. 한국 내 거의 모든 큰 대학의 기초교육이 이런 식으로 구조화돼 있다. 기초교육에 대한 지성 주의적 관점이다. 서구의 대학 교육과정에 그 근거를 둔, 자유 교양교육의 이상을 따르는 이성 중심주의 사고의 산물이다. 대학은 합리적 사고와 비판적 의식을 기반으로 하는 고등정신 기능을 향상시키는 곳이어야 함을 으뜸으로 하는 교육적 태도다.

틀리지 않다. 하지만 완전히 옳지도 않다. 특히 현재와 미래를 위한 고등교육을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현재 관악의 기초교육관은 재검토돼야 한다. 지성주의에 기초한 기초교육관은 쇄신돼야 한다. 그 대안은 전인주의적 기초교육관이어야 한다. ‘전인’(全人, whole person)은 체성, 지성, 감성, 덕성, 영성이 조화롭게 성숙해가는 사람이다. 전인을 위한 기초교육은 지성만이 아니라, 다른 차원들도 탄탄해지고 영글도록 돕는 것이어야 한다.

고전학자 마사 누스바움이 강조했듯, 자기 삶을 행복하게 영위하고 자기 일을 멋지게 해내며 세계 시민으로 살아나갈 미래 성인을 키워내야 하는 대학의 교육은 직업교육이나 전문교육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것은 전인교육의 기초를 튼튼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12년간 초강력 입시 위주 교육을 받아온 한국의 청년들을 위해선더욱더 강력히 요청되는 관점이다. 동년배 친구들과 수많은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며 관악에 입성한 우리 학생들, 시험과 경쟁의 콜로세움에서 살아남아 최후의 승자가 된 학업의 글래디에이터들에게 필요한 기초교육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글쓰기와 책 읽기와 셈하기가 그것을 충족시켜주리라고 기대할 수 없다. 체성과 감성과 덕성과 영성은 또 다른 기초교육이 필요하다. 그 가운데에서도 최고 청년 지성인 우리 관악 학생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내 개인적 판단으로는, 체성의 기초교육이다. 체육은 몸과 마음을 동시에 가꾸도록 해준다. 신체적 건강은 물론, 정신적, 정서적 건강도 함께 되찾도록 해준다. 글쓰기보다는 몸 쓰기(운동하기), 책 읽기보다는 체 읽기(신체알기), 셈하기보다는 겜하기(게임하기)가 시급하다.

사실, 제대로 된 자유교양교육에서는 체성을 강조한다. 고대 그리스 고등교육 기관인 김나지움(체육관으로 번역되는 것은 우연의 일치인가?)에서는 공부와 운동이 똑같이 강조되었다. 19세기 후반 미국의 대학교육을 시찰한 후 허버트 스펜서는 『교육의 본령: 인지적, 도덕적, 신체적 교육』을 통해서 올바른 교육은 지, 덕, 체가 하나 된 교육임을 설파했다. 그리고 모두 알다시피, 현대 선진국의 모든 대학에는 다양한 신체활동 참여를 위한 온갖 시설과 프로그램이 갖춰져 있다.

체성은 단지 몸에 대한 기초교육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로마 시대 유베날리스의 주장은 현대에 과학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운동과 스포츠가 우리 몸과 마음에 가져다주는 탁월한 효과에 대하여 전 세계 의료과학계에서도 주목한다. 운동 참여가 지성, 감성, 덕성, 영성의 모든 차원에 직접적, 간접적 영향을 주고 있음이 여러 보고서를 통해 알려지고 있다. 이는 전 생애에 걸친 총체적 건강의 관점에서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체육교육과 신체활동을 강조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정책의 근거가 되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접어드는 관악의 교육을 위해서 필요한 기초교육은 어떤 모습을 띠어야 하는가? 기존의 지성 중심적 기초교육이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이끌도록 하는 교육, 장차 일하게 될 전문 분야에서 바람직한 리더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그리고 세계 시민으로서 성장하도록 하는 교육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우리 관악의 기초교육이 보다 전인 지향적 기초교육으로 재단장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더 나아가 이 관점이 기초교육을 넘어 교양교육 전체로 확장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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