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월) 『대학신문』이 주최한 ‘총장재선출 관련 학내 구성원 좌담회’가 교수회관(65동) VIP룸에서 열렸다. 지난 학기 마무리돼야 했던 제27대 총장선출은 총장최종후보자로 선정됐던 강대희 교수(의과학과)가 성희롱·성추행 논란 끝에 자진 사퇴하면서 이번 학기로 미뤄졌다. 이후 총장선출 파행의 원인으로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와 이사회의 후보자 검증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하지만 제27대 총장재선출은 별다른 제도 개선과 수습 과정 없이 지난달 6일부터 시작됐다. 총장후보대상자 명단은 지난 4일 확정됐으며, 오는 12일에 5명의 총장예비후보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이날 좌담회에선 ‘지난 총장선출의 실패 원인과 총장선출제도 개선 방향, 차기 총장에게 기대하는 점’을 주제로 학부생, 대학원생, 직원을 대표하는 패널들이 대담을 나눴다. 좌담회 패널로는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홍성민 지부장, 대학원총학생회 이우창 전문위원(영어영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서울대노조 류영민 수석부위원장, 총학생회 신재용 총학생회장(체육교육과·13)이 참여했다. 교수협의회 김기한 교수(체육교육과)는 좌담회 당일 참석하지 못해 서면으로 답변을 보내왔다. 사회는 『대학신문』 조정빈 편집장(언어학과·14)이 맡았다.

*좌담회의 내용은 실제 발언과 서면 답변을 바탕으로 가독성과 편집 방향을 고려해 재구성했습니다.

1. 지난 총장선출, 왜 실패했을까?

▶사회: 지난 총장선출 파행으로 총장선출 과정을 다시 한번 밟고 있다.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류영민: 총장예비후보자들이 서로 너무 공격하지 않았다. 미투 제보나 연구비 횡령 의혹이 있어도 서로 전혀 거론하지 않고 다 덮기에 바빴다. 체면만 중시한 결과다. 차기에도 이런 식이면 현재 상황이 똑같이 반복될 것이다. 현재 총장 후보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은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그러나 서울대에는 특유의 프레임이 있다. ‘우린 서울대야, 밖에 나가면 안 돼’라는 생각을 하는 구성원이 적지 않다. 어떤 잘못을 해도 그건 우리끼리 해결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한 번도 이렇게 총장이 낙마하는 경우가 없어서 이런 견고한 프레임이 만들어진 것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해선 더는 시대적 상황을 따라가지 못한다. 차기 총장이 누가 되든 이런 틀을 깨줬으면 한다.

이우창: 최근 수년간 한국 사회의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평가가 적지 않게 달라졌다. 그럼에도 서울대가 이에 둔감한 것이 문제다. 가령 이사회는 총장 후보의 성 비위 논란을 알면서도 총추위의 추천대상이라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한국 사회가 바뀌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총장선출이 시작되기 전에 성희롱·성폭력 문제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임을 모두가 인지했다면 서울대의 운명은 달라졌을 것이다. 학교의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중역들은 현재 한국 사회가 그들의 젊은 시절과 다르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과거에는 별 탈 없던 것이 지금은 대충 넘어갈 수 없는 문제일 수 있다. 의사결정자들이 이 기준을 따라가지 못하면 조직 전체의 운영이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신재용: 후보자 검증에 실패한 원인은 투명하지 않았던 검증 과정에 있다. 총추위는 후보자의 비위 사실을 잡아낼 수 없는 환경이라 말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만약 학생들이 총추위에 포함돼 있고, 익명의 제보를 차단하지 않거나 제보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했다면 지금과 같이 총장최종후보자가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김기한: 평교수 의견 반영이 미흡했다고 본다. 교수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제도에만 집착한 책임은 학내 심의·의결기구인 본부, 평의원회, 이사회가 져야 할 것이다. 일부 총추위 위원들의 일탈적 행위는 총장선출의 공정성을 훼손했고 아직도 이런 행위는 근절되지 않는 것 같다. 특히 간선제의 부작용에 대한 예측이 부족해 총장선출과 관련된 각 기관의 역할과 책임이 불분명했고 이후 관리 기관의 책임 회피 논쟁을 초래하기도 했다. 후보자 검증 기간과 방식, 학내 구성원과의 소통 등에서 역시 문제점들이 노출됐다.

2. 총장선출 제도,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굳게 닫힌 총추위, 권한에 따른 책임은 어디에?

▶사회: 현재의 총장선출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있다면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홍성민: 서울대도 비정규직 직원, 학생 대표 등이 총추위에 다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규정대로라면 정책평가를 할 때 교수의 비중은 80% 정도 된다. 이를 50% 미만으로 깎아야 한다. 대통령 선거를 할 때도 만 19세 이상은 투표권을 다 준다. 수십 명의 비정규직 구성원이 있어도 이들을 하대하고, 학교의 진짜 주인공이 학생이라 하면서 정작 학생이 총장선출에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 힘든 현재의 제도는 잘못된 부분이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내 구성원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직선제의 도입 역시 고려해봐야 한다.

신재용: 총추위에 학생이 배제돼있다는 것이 큰 문제다. 현행 총장선출 제도는 대학의 중장기 미래를 설계하고 집행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현재의 구조가 학내 구성원의 총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이사회와 총추위의 권한이 책임에 비해 과도하기 때문이다. 현재 총장선출 권한은 10명 정도의 이사회, 30명의 총추위 그리고 불과 몇백 명의 교수 정책평가단에 쏠려 있다. 직원이 교원 대비 14%, 학생이 교원 대비 9.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보니 직원이나 학생이 총장선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대학은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는 구조임에도 그 중심 구성원인 학생이 배제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따라서 총장선출 과정에 있어 이사회와 총추위의 권한을 축소하고 일반 학내 구성원들의 참여를 강화해야 한다. 일차적으로는 이번 총장선출 과정에서 총추위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 학생들은 집회를 통해 총추위 권한 축소를 계속해서 요구 중이다. 총장 후보 10인, 5인을 선출하는 과정에서의 권한 행사를 막는 것은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아 현실적으로 힘들지만, 최종 후보 3인을 뽑을 때 총추위의 권한을 축소하는 것은 총추위의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본다.

류영민: 서울대노조 또한 학생의 참여가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생이 제일 중요한 구성원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추위의 일부 외부 위원들이 감시당하는 느낌이 든다며 학생 참여를 반대했다.

이우창: 케이크를 나눌 때 케이크를 자르는 사람과 선택하는 사람을 구분해야 공정한 것처럼 총추위가 후보 선정 과정에 참여하는 총추위는 후보 선출에선 제외돼야 한다. 자기가 후보를 추리는 동시에 고르기까지 하는 것은 어디에 내놔도 이상한 제도다. 해결의 첫 단추는 총추위가 학생 참관 및 발언권을 빠르게 승인하고 학내 선출기구로서 대표성과 정당성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나마 가장 크게 확보하는 것이다.

현행 간선제를 제대로 이행하기 위한 준비 장치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지난 총장선출 때 너무 많은 것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고 즉흥적으로 결정됐다고 느꼈다. 간선제엔 수많은 정교한 장치가 필요하다. 시간이 없어 이번엔 전면 개편이 힘들겠지만 다음 선출부터는 직선제로 갈지, 간선제를 어떻게 보완할지 논의해야 한다.

김기한: 직선제 논의와 관련해 2017년 교수들의 설문조사를 통해서 총장선출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자 하는 교수들의 열망은 이미 확인됐다. 다만 직선제 실현을 위해선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서울대법) 개정이 필요하다 보니 이에 대한 구성원 간의 합의가 필요하다. 만약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서울대법과 학칙의 테두리 안에서 직선제의 장점을 극대화할 방안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직선제 도입, 부작용은 없을까?

▶사회: 총장직선제 도입에 있어 우려의 시선 역시 존재한다. 포퓰리즘(populism) 때문에 선거가 난잡해질 수도 있고 구성원들의 관심이 모이지 않아 소위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도 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류영민: 투표의 본질을 생각할 때, 당연히 표를 가져가려면 스스로가 뭘 대가로 줄 수 있을지를 인증해야 한다. 선거는 당연히 어느 정도의 포퓰리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직선제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처음 나온 것은 일반 대중이 선거에 참여할 때부터였다. ‘저 무지한 사람들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사람을 뽑으면 어떡하지?’와 같은 생각이 쭉 발전해온 것이 지금의 논의다. 저 사람도 나만큼의 책임감과 지성을 갖고 있다고 인정하면 끝날 일인데, 나는 갑이고 나보다 못한 지적 수준을 가진다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이우창: 지난 총장선출은 간선제로 진행됐음에도 포퓰리스트적인 요구가 나왔고, 이에 후보들이 굴복했다. 이처럼 간선제 모델에서도 이미 포퓰리즘이 진행되고 있는데, 직선제를 채택했다고 해서 포퓰리즘으로 인한 문제가 생기리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는 직선제와 간선제의 문제라기보단 직선제도 어떤 직선제, 간선제도 어떤 간선제인지 시스템을 짜는 것에 달려 있다. 예컨대 간선제라면 좀 더 사람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갖고 판단할 사람이 정책평가에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서울대의 총장선출 방식은 문제가 있다. 특히 그날 아침에 무작위로 뽑힌 사람이 모여서 투표하는 지금의 정책평가 방식은 이를 충족시키는 것 같지 않다. 다수가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전문성을 어떻게 제고해서 제도를 짜냐가 쟁점이 돼야지 직선제와 간선제를 가지고만 논의하는 허접한 수준의 논의는 이제 벗어나야 하고, 이런 얘기가 계속 나오는 건 지적 게으름의 소산이라 생각한다.

신재용: 직선제에 대한 논의는 크게 공약 남발을 어떻게 막을지, 전체 구성원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총장선출을 하나의 어젠다로 인식시킬 방법이 뭐가 있는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공약을 많이 외치는 건 공약을 지킨다는 것이 보장된다면 좋은 일이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 총장 후보의 됨됨이와 추진력을 비롯해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내 구성원들 또한 총장선출이 자신의 삶에 와닿는 일임을 인지해야 한다. 총장이 후보 시절에 냈던 공약에 대해 학생, 직원, 교수 모두 계속해서 지켜보고 비판을 가해야만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제보는 어떻게, 공개는 어떻게?

▶사회: 총추위가 어떻게 하면 후보자를 제대로 검증할 수 있을까?

류영민: 강대희 총장최종후보자의 미투 관련 논란은 학내 구성원이 이미 많이 알고 있었고, 거론되기도 했으나 그대로 덮어졌다. 본인이 해명했고 별일 아니었다는 식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처럼 정보 공개를 한다고 해서 우리들이 수사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총장 후보자 검증이 될지 의문이 남는다. 오히려 정보 공개 확산으로 인해 역효과가 날 수도 있지 않을까? 구체적인 검증 방법을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신재용: 익명의 제보가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면 다른 기관에서 익명 제보를 보증해주는 식으로 제보를 받으면 괜찮을 것 같다. 정책평가 이전에 후보자들의 비위 혐의를 파악하고 혐의 당사자에게 소명의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지난 총장선출 때는 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후보자들에게 자신의 혐의에 대해 소명할 기회를 주었지만 이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책평가 이전에 후보자에 대한 비위 혐의가 제기되면 이런 혐의가 있다는 사실을 학내 구성원들에게 알리고, 해당 후보자에게 기한을 정해 언제까지 소명하게 하는 방식이 적절할 것이다.

홍성민: 소명 기회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죄를 지은 사람이 자신이 죄를 지었다고 인정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연구비 횡령 같은 잘못을 저지르고도 자신은 횡령한 적이 없다 하는 사람도 있었다. 차라리 경찰 입회하에 조사하는 것이 정확하다. 이처럼 혐의가 있어도 본인 소명만으로는 안 했다 하면 끝이니 중앙 기구의 입회가 필요하다.

3. 학내 구성원들이 바라는 총장의 모습

◇겨레의 대학에서 세계의 대학으로, 무엇이 필요한가?

▶사회: 총장이 제시해야 할 연구, 교육 분야의 과제는 무엇이라 보는가?

이우창: 가장 필요한 과제는 고등교육과 대학 자체를 다양한 각도에서 연구하고 실천적인 제언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적인 연구 기구를 설립하는 것이다. 현재 서울대는 학부, 대학원 교육 및 젊은 연구자의 육성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선도적인 수준의 환경을 제공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를 위해선 좁게는 서울대와 여러 학과에서, 넓게는 한국의 고등교육 차원에서 문제를 진단하고 제도적 개선책을 제안하며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학부 과정엔 지금보다 더 강력한 자료 해석, 보고서 작성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대학원에서도 전문적인 지도가 가능해야 하며, 젊은 연구자를 뽑아 행정업무만 한 아름을 안겨줘 연구자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소진하는 환경도 바꿔야 한다.

또, 이르면 내년 초부터 적용될 강사법 개정안에 따라 단과대, 학과에서 강사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구상해야 한다. 이는 박사과정을 마친 사람들의 생활비 마련, 학부생들의 수업 질과도 연관된 문제다. 강사법 개정에 따라 강사 비용을 얼마나 높이고, 수업 부담을 얼마나 주고 어떤 방식으로 고용할 것인지 등 제도적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신재용: 학부 교육의 질을 향상하는 것과 동시에 학문적 기초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한다. 외국어, 독해, 글쓰기, 자율 연구 등의 교과목들을 통해 기초 역량을 향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교육 관련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할 때도 학생들과 소통하며 방향을 듣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 올해 수강신청 제도나 ‘서울대 학업성적 처리 규정 일부개정규정안’ 등이 졸속으로 만들어졌다. 문제가 있는 규정을 개정하고 명확히 하는 것에는 긍정적이지만 소통 없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홍성민: 서울대는 타 대학은 못하는 기초학문을 지원해야 한다. 장기발전계획에 따라 서울대는 대학 평가에 반영되는 수치들을 끌어올리고자 성과 중심의 연구중심대학을 추구하고 있다. 서울대는 궁극적 목표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 다른 대학들은 소위 말하는 ‘돈 되는’ 연구만 지원하고 진리 탐구에 목마른 학생들을 배제하더라도 서울대는 고고한 진리 탐구의 전당으로 남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류영민: 서울대 교수 2,100여 명 중 보직 교수는 400여 명이다. 보직 교수의 수를 줄여야 한다. 보직 교수에게는 강의를 감면해주는데 이 때문에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되고 있다. 교수는 교육과 연구를 하는 사람이고, 직원이 행정을 하는 사람이라는 기본적인 것을 지켜야 한다. 그 선이 무너지니 교육과 연구를 해야 하는 교수들이 인사에 개입하고 직원들과 갈등을 빚기도 한다.

▶사회: 지난 총장선출 당시 다수의 총장예비후보자가 교육 정책으로 기숙형 학부대학(Residential College, RC)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RC 공약에 대한 의견은?

신재용: RC를 타 대학이 한다고 해서 졸속으로 진행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매년 4,000여 명이 기숙사에 떨어지는데 이를 구제할 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이우창: 지난 총장선출 당시엔 RC 공약을 내놓은 후보만 많고 구체적인 RC 모델을 가지고 있는 후보자는 없었다. RC를 추진하기에 앞서 현재 기숙사는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충분한 역량을 투여하고 있는지 재고해야 한다. 먼저 기숙사에서 어떤 교육적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어떤 구상을 가지고 관리와 인력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답변이 있어야 RC 공약이 즉흥적인지 아닌지 판가름할 수 있다.

◇학생, 직원, 교수가 바라는 복지

▶사회: 총장에게 바라는 복지 확충 정책은?

신재용: 학생 복지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첫째로 생활비 안정이 필요하다. 생활협동조합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해 고품질의 소비재를 학내 구성원에게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둘째로는 기숙사를 더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곧 완성될 외국인 기숙사에 내국인 학생들도 함께 수용하고, 그동안 다른 학부생 기숙사 재건축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비 지원을 늘려야 한다. 학부는 학점별 등록금제 시행, 대학원은 안정적 연구를 위한 장학금과 연구 지원금 확충이 필요하다.

이우창: 서울대는 외국인 학생에 대한 복지가 미흡하다. 서울대엔 외국인 학생, 연구자를 어떤 식으로 관리할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인종차별을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에 대한 교육 모델과 가이드라인이 없다. 외국인 학생들은 본국과 한국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된다면 본국에 돌아갔을 때 매우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다.

류영민: 직원 복지로 어린이집 확충, 휴양 시설의 확충 등이 필요하다. 현재 서울대는 구성원 수에 비해 휴양 시설이 부족한 편이다. 서울대병원이 법인이 분리돼 있다 보니 의료비 감면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서울대병원 의료비 감면 혜택 역시 필요하다.

홍성민: 비법인직원과 법인직원의 복지 수준 차이가 매우 크다. 예산이 부족하다보니 비법인직원들은 복지 수준이 법인직원보다 낮다. 법인직원은 경조사 때 물품, 화환, 돈 등을 학교에서 지원해주지만, 비법인직원은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한다.

▶사회: 앞으로 총장은 어떻게 재정을 확충해나가야 하는가?

류영민: 현재 서울대는 정부 출연금을 받고 있지만 이는 정부에 따라 변동이 있어 안정적이지 않다. 안정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서울대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신재용: 서울대가 법인화됐다고는 하지만 정부 출연금 없이는 운영할 수 없는 수준이다. 현재 서울대는 비법인직원들이 서울대 행정을 상당 부분 부담하고 있음에도 고용 불안정과 처우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많은 기관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데 서울대가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보여준다면 정부 출연금을 늘리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우창: 서울대의 주 수입원에는 등록금, 정부 출연금, 산학협력금, 기부금, 투자기금 운용수익 등이 있다. 이 중 등록금은 교육부 방침 등에 따라 조정이 어렵고, 기부금은 기부자들에게 달려있으므로 대학은 정부 출연금을 어떻게 늘릴지 고민해야 한다. 정부의 지원을 늘리기 위해선, 서울대가 어떻게 다양한 기구와 관계 맺고 설득할 수 있을지를 더 전문적으로 고민해 봐야 한다.

김기한: 서울대 법인 재원의 다양화와 독립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학의 연구와 교육을 지원하는 범위 안에서 서울대 법인의 자체 수익 모델을 개발해 지속 가능하고 독립적인 재원 창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단발적 기부금 모금을 지양하고 지속 가능한 기부금 출연을 받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서울대가 총장을 한 번 잘 뽑는다고 패널들의 바람대로 학생들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곳, 기초 교육에도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는 곳, 직원들이 전혀 차별 받지 않는 곳, 재정이 충분해 모두에게 적절한 복지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변화엔 시작이 있듯 서울대에도 세계적 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는 초석을 다질 총장이 필요하다. 총추위와 이사회가 학내 구성원들과 힘을 모아 서울대를 변화시킬 수 있는 총장을 선출하길 기대해본다.

사진: 박성민 사진부장 seongmin41@snu.kr

삽화: 손지윤 기자 unoni0310@snu.kr, 홍해인 기자 hsea97@snu.kr

레이아웃: 강세령 기자 tomato94@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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