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이 삶을 쫓아낼 때: 관광천국을 넘어 살만한 터전을 위한 상상
관광이 삶을 쫓아낼 때: 관광천국을 넘어 살만한 터전을 위한 상상
  • 강경희 전임기자
  • 승인 2018.10.14 1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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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 지속가능한 관광을 꿈꾸는 도시, 바르셀로나를 방문하다

올해 7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도심을 활보하는 관광용 2층 버스 여러 대에 기습적으로 현수막이 내걸렸다. 관광객으로 가득 찬 버스 위에 올라탄 시위대는 “지역주민들의 희생으로 치러지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과잉관광)을 멈추라”고 외쳤다. 6월엔 바르셀로나의 유명 관광지인 구엘 공원에 복면을 쓴 활동가들이 등장해 공원 기둥에 스스로를 사슬로 묶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관광이 지역과 지역민들을 착취한다는 의미였다.

기자가 바르셀로나를 방문한 8월에도, ‘관광이 도시를 죽인다’(Tourism Kills the City)는 문장이 쓰인 스티커가 거리 곳곳에 붙어있었다. 무엇이 주민들에게 서늘한 구호를 외치게 했을까. 『대학신문』에선 바르셀로나를 방문해 도시가 겪는 오버투어리즘 현상을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도시의 노력을 따라가며 오버투어리즘의 해법을 고민해본다.

관광의 역습, 지역의 마당을 점령한 관광

저가항공과 공유숙박의 확산,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맞물려 관광산업은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유명 관광 도시들은 관광 명소를 찾는 엄청난 인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오버투어리즘은 이렇게 ‘지나치게 많은 수의 관광객이 방문함에 따라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이 악화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오버투어리즘은 2012년 관광학자 해럴드 굿윈(Harold Goodwin)에 의해 처음 사용된 이후, 관광 산업의 폭발적 성장을 배경으로 몇 년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단어가 됐다.

바르셀로나 역시 이런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인구 160만 명의 바르셀로나에 2017년에만 3천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했다. 365일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 없는 시내,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관광객을 싣고 다니는 수백 대의 관광버스로 인한 만성적 교통체증, 주거지로 침투한 공유숙박, 그로 인한 소음과 쓰레기, 오르는 집값. 주민들이 운영하던 소규모 레스토랑의 자리는 관광객을 위한 호텔과 기념품점, 다국적 의류기업으로 대체됐다.

주거지가 관광지로 변하면서 현지 주민들의 삶은 망가졌다. ‘에어비앤비’(Airbnb)로 대표되는 숙박 공유 서비스의 확산으로 관광객과 일상을 공유하게 된 주민들은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파티로 인한 소음과 만취한 관광객들의 난동으로 고통 받고 있다. 에어비앤비의 상승세와 함께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불법 공유 숙박 시설이 대거 양산되면서 부동산 임대료 역시 급증했다. 업무용 공간을 공식 허가 없이 공유 숙소로 제공하거나 오랜 시간 집 주인이 살지 않으면서 불법으로 단기 임대 시장에 내놓는 식이다. 주택 시장의 교란으로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을 감당하지 못한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떠났다. 에어비앤비로 임대되는 주택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인 ‘고딕지구’(Gothic Quarter)는 2010년에서 2017년 사이 주민 45%가 줄었다. 자전거 여행객으로 인한 통행권 침해도 심각하다. 바르셀로나를 찾는 많은 관광객들이 요금이 저렴한 공공 자전거를 이용해 도시 곳곳을 여행하는데, 이로 인해 정작 주민들은 자전거 이용이 어려울 뿐 아니라 좁은 골목을 휘젓고 다니는 자전거로 통행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삶의 터전 한복판에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일상을 위협받는 주민들 사이에 ‘반(反)관광 정서’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2017년 바르셀로나 시에서 매년 실시하는 인식조사에 따르면, ‘더 많은 관광객이 와도 될 것’이라는 응답이 2007년 50%에서 10년만에 35%로 하락했다. 반면 ‘한계에 다다랐다’는 응답은 60%로, 지역의 관광 수용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주민들의 인식이 두드러졌다.

관광이 이웃을 죽인다(el turisme mata els barris), 관광객이 이웃의 삶을 망치고 젠트리피케이션을 일으킨다(counsumers are destroying this neighborhood’s life and feeding gentrification) 등 거리 곳곳에서 적힌 문구에는 오버투어리즘으로 고통을 겪는 주민들의 반(反)관광 정서가 드러났다.

오버투어리즘에서 살아남기, 총량 통제책과 딜레마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겪는 유명 도시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단순하지만 확실한 대책은 수요를 억제하는 것이다. 관광세(tourism tax)를 부과하거나 관광객 수를 제한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바르셀로나는 도시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이나 구엘공원의 1일 입장객 수를 제한해 관광총량을 관리한다. 하루에 30만 명 이상이 찾는 ‘라 보케리아’(La Boqueria) 시장은 지역주민들이 장을 보는 금요일과 토요일 낮 시간대에 15명 이상 단체관광객의 입장을 금지하고 있다. 라 보케리아 시장에서 만난 주민 파울라 씨는 “입장을 통제하기 전엔 시장에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제대로 장을 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며 “지금 실시하는 단체관광객 통제 역시 7~8명 이하로 더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라 보 케리아 시장은 지역 주민들이 시장을 많이 이용하는 금, 토요일 낮 시간에 단체관광객 입장을 금지한다. 보안 요원들이 시장 입구에서 관광객 입장을 관리한다.

관광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공급을 억제하는 방안도 있다. 2014년 오버투어리즘 문제 해결을 주요 공약으로 걸고 당선된 아다 콜라우 바르셀로나 시장은 취임 이후 가장 먼저 호텔 신축 허가 중단 조치를 취했다. 불법 공유숙박에 대한 단속도 강화해, 시 당국은 올해 7월까지 2000개가 넘는 불법적인 숙소를 폐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공급을 제한하는 정책인 동시에 임대료 상승을 억제함으로써 주민들의 주거권을 보호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그러나 관광총량을 억제하는 정책에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삶의 터전으로서의 지역을 보존하기 위해 관광 수요나 공급을 억제할 수 있지만, 자칫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위험성도 존재한다. 특히 주민들의 전반적 소득수준이 낮고 관광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보다 높은 저개발국·도시의 경우 억제 정책이 지역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대표적인 예로 환경악화로 섬 전체를 폐쇄한 필리핀 보라카이 섬과 태국 마야 베이 해변을 들 수 있다.

관광총량을 제한하는 접근법은 지역의 경제적, 사회문화적 여건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논의돼야 한다. 지난달 18일 서울에서 개최된 ‘제7차 UNWTO 세계도시관광총회’에서도 오버투어리즘의 해법에 대한 토의가 이뤄졌다. 세계은행 산업무역부서의 관광 파트에서 근무하는 와이드 씨는 “환경악화로 섬 전체가 전면 폐쇄된 보라카이 섬의 주민들 중 많은 수가 현재 소득 상실상태”라며 “관광의 사회적 부작용 뿐 아니라 경제적 효과 역시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총량제한 정책은 자원의 희소성을 증가시킴에 따라 접근비용이 상승해 엘리트 관광의 부활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 역시 존재한다.

시장 입구의 안내판에서도 단체 관광객의 입장을 제한한다는 사실을 안내하고 있다. 라 보케리아 시장은 지역주민들이 시장을 많이 이용하는 금, 토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15명 이상의 단체관광객의 입장을 금지하고 있다.

성장은 관리될 때 모두에게 유익하다

관광 총량의 억제와 분산을 넘어, 관광은 ‘관리’될 때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미래 관광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되고 있는 ‘관리된 관광’의 핵심은 지역이 통제·관리할 수 있는 범위에서 관광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바르셀로나 시 당국은 바르셀로나 시 당국은 지난해 3월 ‘Strategic Tourism Plan for 2020’을 발표하고 ‘관리된 관광’의 관점에서 도시의 관광정책을 기획할 것을 선언했다. 목표는 프로모션에서 관리와 계획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지역주민들의 삶을 위협하지 않는 범위에서 관광객의 즐거움을 증대하는 것 두 가지다.

관광객 분산 정책은 관광 관리의 일환으로, 관광총량 제한 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바르셀로나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시도되고 있다. 말 그대로 관광객을 ‘분산’하는 정책으로 방문객들에게 주변 다른 지역에 대한 안내 및 추천을 제공하고 유명 관광지에 대한 실시간 정보를 공개해 혼잡한 시간대를 지나 관광지를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 대표적인 도시로, 암스테르담은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 통신 기술을 적극 도입했다. 암스테르담 내 주요 관광지들의 실시간 혼잡도를 스마트폰을 통해 방문객들에게 알려주고 이와 함께 주변 다른 관광지 및 인센티브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관광객의 자연스러운 분산을 꾀한다.

바르셀로나의 분산정책은 바르셀로나 시내 7개의 관광안내소에서 시체스, 타라고나, 몬세라트 등 바르셀로나 근교 지역의 관광지 추천을 함께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바르셀로나 도심에 위치한 카탈루냐 광장 관광안내소에서 근무하는 다이애나 씨는 바르셀로나 이외 지역을 안내하는 목적에 대해 “방문객들이 카탈루냐 지역 다른 도시들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바르셀로나에 지나치게 집중된 관광객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답했다. 바르셀로나 시의회의 세르지 마리 관광국장 역시 “현재 바르셀로나는 이웃 도시들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이웃한 도시들을 개발함으로써 관광객을 분산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바르셀로나는 관광을 둘러싼 각기 다른 입장들을 조율하고 여러 주체들이 상생하기 위한 방안으로 거버넌스 구축에 힘쓰고 있다. 2016년 발족한 ‘바르셀로나 관광위원회’엔 정부관료, 학계, 전문가, 지역주민, 관광사업자 등 다방면의 관계자들이 참여해 관광 정책 방향과 보완점을 논의한다. 세르지마리 관광국장은 “관광 정책의 처음부터 지역 주민과 민간부문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며 “바르셀로나는 정부, 민간, 시민 3자가 두루 참여하는 프로세스를 통해 우리의 도시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토론한다”고 설명했다.

바르셀로나는 오버투어리즘의 문제를 해소하고자 시의 주요 관광지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구엘 공원의 하루 입장객 수를 제한하고 있다. 수요를 억제해 관광 총량을 통제하는 방식의 일환이다.

관광의 자기파괴적 환상에서 벗어나야할 때

관광지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해당 지역이 가진 관광자원이 지역 활성화, 이익 창출 등의 동기와 만날 때 지역은 관광지가 된다. 관광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경제적 편익을 극대화하려는 민간·공공부문 노력의 상승작용이 나타나고 지역에서 관광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며 지역은 완전한 ‘관광지’로 변모하게 된다. 문제는 관광산업이 발달하며 지역경제가 관광산업에 종속되는 시점부터는 관광산업의 성장에 가속이 붙으면서 지역이 산업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다는 점이다.

스테판 페이지 교수(영국 본머스대 관광학부)는 자신의 저서 『Tourism Management』에서 관광업의 성장이 관광지에 미치는 이러한 영향을 ‘눈덩이 효과’(snowball effect)에 비유했다. 작은 눈덩이가 언덕을 굴러가면서 점차 불어나 통제할 수 없는 덩치와 속도로 굴러내려 가는 것처럼, 처음 관광객을 끌어들인 관광지의 매력은 급속도로 증가하는 각종 관광산업의 요구에 의해 걷잡을 수 없이 훼손된다.

눈덩이는 언제까지 불어날까. 눈덩이가 무한정 커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역이 관광매력을 상실해 해당 관광지를 찾는 유인을 대체하는 관광지가 부상할 때 관광의 파괴적 움직임은 중단된다. 관광산업에 많은 것을 의존하던 관광지가 결국 관광에 의해 파괴되는 것이다. 생존을 지탱하던 관광이 존재론적 위협으로 변해가는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관광은 추구해야 할 이상이 아니라 관광지로 살아남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삽화: 권민주 기자 kmj4742@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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