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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전, 서울과 한양 사이 파란 불씨를 당기다특집 | 서울 vs. 한양, 그 뒤엔 수도전 기획단이 있었다
  • 장한이 기자
  • 승인 2018.10.14 07:54
  • 수정 2018.10.14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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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가을, SNS에 수도전에 관한 이야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서울’과 ‘한양’ 중 진정한 수도를 가리는 ‘수도 매치’에 대한 누군가의 장난 섞인 글이 학생들의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가볍게 시작된 이 이야기는 지난 6월 첫 수도전 기획단 모집 공고가 뜨며 현실이 됐다. “수도전은 처음이라”, 아직은 어색한 양교의 만남이 시작됐다.

수도전은 처음이라

수도전 기획단은 서울대와 한양대 양교가 함께 하는 행사를 기획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3개월간 바쁘게 달려왔다. 두 학교의 구성원 모두가 함께하는 즐거운 행사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모인 것이다. 경기팀 구본성 씨(정치외교학부·18)는 “한양대와 교류하는 수도전이 연고전과 같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획단에 지원하게 됐다”며 지원 동기를 밝혔다. 수도전 기획단은 담당 행사에 따라 서울대 학생들로만 구성된 디자인팀과 홍보팀, 양교 학생들로 구성된 경기팀, 공연팀, 전시팀, 학술팀으로 나뉘었다. 이들은 여름 방학과 학기 중 매주 1회, 필요한 경우 2회씩 만나 회의를 진행했지만, 기획부터 실행까지 단계마다 등장하는 새로운 벽을 마주해야 했다.

기획단원 모두가 공통으로 꼽았던 가장 큰 복병은 바로 전례가 없다는 것이었다. 디자인팀장 김희준 씨(디자인학부·16)는 “두 학교가 협의해 만들어가는 행사가 너무 이례적인 일”이라며 “전례가 없어 기본적인 틀조차 마련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학교 대항전인 ‘연고전’이라도 참고하고 싶었지만, 연고전 기획 및 진행 과정이 외부에 완전히 공개된 것이 아니라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기획 초기인 7월, 백지상태였던 기획단은 어떤 행사를 기획할 것인지 고민이 많았다. 서울대 학술팀장 김제우 씨(물리·천문학부·17)는 “수도전 학술행사가 자칫하면 너무 진지해지거나 너무 유치해질 수 있어서 그 균형을 맞추는 것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시간이 지나며 큰 틀을 잡아갔지만 이내 기획단은 실질적인 어려움에 부딪혔다. 한 예로 경기팀은 경기 장소를 대관하는 데 차질이 생겨 장소를 변경해야 했다. 한양대 경기팀장 박정용 씨(한양대 체육학과·14)는 “관객 유치를 위한 한양대행 셔틀버스 운행이 불발되기도 하고, 금전적인 문제에 맞닥뜨리기도 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금전 문제 때문에 기획단원들은 외부 후원을 받기 위한 기획안 작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경기팀 정낙일 씨(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17)는 “후원을 받기 위한 기획안을 작성할 때 예상 관중과 표본이 필요했는데 참고할 선례가 없어 난항을 겪었다”고 말했다. 수도전 직전, 기획의 마지막 단계에선 예기치 못한 일들이 기획단을 괴롭혔다. 뒤늦게 협찬 의사를 밝힌 업체가 있어 수도전 이틀 전에야 협의를 거쳐 홍보물을 만들기도 했다. 홍보팀장 이진아 씨(간호학과·18)는 “3일 내내 영상과 홍보물을 만드느라 숨 돌릴 틈 없이 바빠 자는 시간을 줄여야 했다”며 “매시간 각기 다른 문제들이 발생했지만 대응할 매뉴얼이 없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기획단은 수도전을 개최하게 됐다.

숨 가쁘게 흘러간 첫째 날의 경기

10일(수)엔 한양대에서 배구와 농구 경기가 열렸다. 이를 위해 경기 시작 4시간 전부터 경기팀은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 모이기로 했다. 하지만 한양대 시설팀에서 빌리기로 한 앰프, 의자, 책상들이 올림픽체육관 앞까지 배달되지 않아 시간이 지체됐다. 이에 한양대역 출구 앞에서 올림픽체육관까지 물건을 옮기기 위해 경기팀원들은 2, 3명씩 그룹을 지어 물건을 들기 시작했다. 힘들게 도착한 올림픽체육관에서 그들은 파란 단체복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숨을 고를 새도 없이 경기팀은 당일 처음으로 진행될 배구 경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경기팀원들은 무릎을 꿇고 허리를 굽히며 라인 테이프를 수작업으로 붙이거나 음료와 책상들을 옮기고 배치했다. 한눈에 봐도 고된 일들이었지만, 경기팀원들은 서로 도우며 힘을 냈다. e스포츠 기획을 담당했던 구본성 씨는 “배구 경기가 내 담당이 아니더라도 같은 기획단 경기팀 소속으로서 종목을 따지지 않고 돕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만큼 함께 일할 수 있어 그다지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가 임박하자 경기팀은 마지막으로 인원 배치를 점검하고 경기를 준비했다.

경기팀원들이 첫 서브 이벤트를 위해 상품이 적힌 종이를 맞은편 코트에 펼쳐놓고 있다.

양교 경기팀장들은 경기 코트 옆, 관중석, 문 앞 등에 스태프들을 분주히 배치했다. 오후 6시 30분 드디어 첫 여자 배구경기가 시작됐다. 코트를 벗어난 공을 줍기 위한 스태프가 투입됐으며 나머지 스태프들은 문 앞과 관중석에서 관중들에게 응원 도구와 팜플렛을 나눠주며 관중들과 함께 경기를 즐겼다. 경기팀 박성한 씨(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18)는 경기를 즐기는 관중들을 보며 “우리가 만들어낸 행사를 선수들과 관중들이 즐기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남녀 배구 경기 후 순탄히 진행되는 듯했던 수도전 경기엔 혼란이 일기도 했다. 응원전과 농구 경기가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경기가 예상보다 길어진 탓에 응원전을 하는 사이에 농구 경기가 실수로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이내 스태프들은 농구 경기를 중지시키고 양교 응원단을 인솔했으며 장내는 안정을 되찾았다. 다행히 남은 농구 경기와 농구 이벤트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오후 10시 30분, 경기가 모두 끝났다. 경기팀원들은 수도전 마크가 그려진 스티커를 관중들에게 배부하고, 주위의 출구를 안내했다. 관중들과 선수들이 체육관을 빠져나간 후에도 경기팀은 1시간이 넘게 올림픽체육관을 정리해야 했다. 관중석의 쓰레기를 줍고, 이른 오후 옮겼던 짐을 다시 나르며 자정에야 일을 마쳤다. 농구선수이자 경기팀원인 정낙일 씨는 “이틀 전에 링거를 맞았지만, 오늘도 많이 힘들어 밖에서 심호흡을 하고 오기도 했다”며 “기획단 일과 농구 모두 해야 하는 나를 위해 팀장님을 포함한 많은 경기팀원이 더 고생해줬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수도전 첫날, 혼란스럽고 바쁘게 흘러간 경기 기획단의 하루가 마무리됐다.

함께 일했기에 화려했던 둘째 날의 공연

수도전의 새로운 날이 밝았다. 11일(목)은 한양대 노천극장에서 양교 학생들의 공연이 있는 날이었다. 서울대 공연팀장 이승수 씨(지구환경과학부·14)는 공연 기획단원이 모이기로 한 시간보다 일찍 한양대를 찾았다. 바람이 많이 불어 작품 전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시팀을 도와주기 위해서였다. 이승수 씨는 한양대역 출구 앞 수도전 전시 부스에서 전시팀과 함께 행거를 재정비하고 낚싯줄을 이용해 작품을 고정하는 것을 도와준 후 곧장 노천극장으로 가 공연팀을 만났다. 시간 맞춰 모인 공연팀은 행사 일정을 살핀 후,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업무 시작에 앞서 공연팀 김진혁 씨(조선해양공학과·15)는 “혹시 공연이 과열돼 사고가 날까 걱정이 된다”며 “공연팀은 양교 학생들이 공연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에 가장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팀원들이 노천극장 바닥에 포스터를 붙이고 있다.

공연팀의 첫 업무는 포스터 붙이기였다. 청중평가단 자리를 표시하기 위해 노천극장 맨 앞자리부터 총 7줄의 가장자리에 포스터를 부착했다. 하지만 바람이 거센 탓에 붙여둔 포스터도 날아가기 일수였고, 많은 양의 포스터를 붙이느라 허리를 펼 새도 없었다. 팀원들이 포스터 붙이기에 여념이 없는 사이 이승수 팀장은 3시간에 걸친 리허설을 관리했다. 댄스, 힙합, 밴드 리허설을 도맡아 진행하고, 사회자를 만나 대본을 점검했다. 그는 “공연 순서가 당장 어제와도 달라진 점이 있어 대본 수정이 많았다”며 “사회자들에게 혼란을 준 것 같아 죄송스럽다”고 말하는 와중에도 무대를 점검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공연시간이 다가오자 공연팀은 청중평가단의 자리 안내를 도왔다. 공연 1시간 전, 많은 청중평가단이 모이자 그들은 평가에 쓰이는 리모컨을 점검하고 사용 방법을 안내했다. 공연 시작 전 할 일이 얼추 마무리되자 팀원들은 각자 휴식을 취하거나 음료를 사 먹는 등 잠깐의 휴식을 즐겼다. 그러나 여유도 잠시, 이내 공연이 시작됐다.

공연팀장 이관영 씨(한양대 기계공학부·16)(제일 오른쪽)와 이승수 씨(그 옆)가 무대 뒤편을 관리하고 있다.

오후 6시, 밴드 부문 공연을 시작으로 무대 뒤는 더욱 바빠졌다. 무대 뒤편에서 일하는 공연팀원들은 사회자와 끊임없이 대화하며 무대 시간을 조정했고, 애프터파티를 위해 클럽 ‘옥타곤’과 연락을 취하는 등 숨 가쁜 시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공연팀은 그들이 만들어낸 무대에 대해 뿌듯함을 느꼈다. 공연팀 이수민 씨(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18)는 “기획에 있어서 힘든 일도 많았지만, 우리가 기획한 무대에 양교 학생들과 연예인들의 멋진 공연이 오르는 것을 보니 힘듦이 씻겨나가는 듯하다”고 말했다.

모든 공연이 끝난 후 관중석과 무대 앞에 널브러진 쓰레기를 치우는 것 역시 공연팀의 몫이었다. 이날 힙합 무대까지 선보이며 바쁜 하루를 보냈지만, 공연팀으로서 끝까지 남아 일했던 김태빈 씨(한양대 국어교육과·17)는 “수도전 기획단의 공연팀원이자 행사 참여자로 활동해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지만, 공연팀 친구들이 많이 도와줘 공연도 기획단 일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공연팀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를 포함한 공연팀은 뒷정리를 마무리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자정이 다 돼서야 애프터파티로 향할 수 있었다.

제1회 수도전이 지난 12일 그 막을 내렸다. 수도전 기획단으로서의 소회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경기팀 양진욱 씨(전기·정보공학부·17)는 “이번 수도전이 마지막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며 웃어 보였다. 관악에서 왕십리까지 그 거리를 좁히기 위해 기획단은 3개월간 노력했다. 더운 날씨 속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회의실에서, 추운 날씨 속 떨면서 지켰던 무대에서, 기자는 수도전 기획단과 함께하며 그들의 노고를 느꼈다.

삽화: 손지윤 기자 unoni0310@snu.kr

사진: 유수진 기자 berry832@snu.kr 황보진경 기자 hbjk0305@snu.kr

장한이 기자  hanyi0201@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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