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에서 대규모 조직적인 부정행위가 적발되었다. 이번 사건이 특히 충격적인 것은 직접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뿐만 아니라 아래 학년의 학생들까지 동원되어 복잡한 방법과 과정을 오랫동안 치밀하게 계획하고 예행연습을 하는 등 전문적인 범죄조직이나 저지를 만한 행각이었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작가가 관객의 지능이나 상상력과 경쟁하며 그들의 탄성을 자아내기 위해 기상천외하게 지어내는 범죄영화 대본에서나 볼 수 있을 만한 줄거리이다. 수십 대의 이동전화기를 구입하고 방을 빌리는 등 자금도 많이 들였다고 한다. 일반적인 어린 학생들의 지능과 배포, 자금동원력 등을 고려할 때 상식으로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자연히 전문적인 알선업자가 일의 기획과 조직 구성, 실행 지휘를 했을 것이라는 의심도 제기되었으나, 지금까지 수사가 진행된 바로는 그렇지도 않은 듯하다고 한다.

 

이제 수사가 진행되는 대로 관련된 학생들이 처벌받고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저 어쩌다 터져 나온 몇몇 철없는 학생들의 일탈된 행위였다고 치부해버리고 그들을 처벌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을 일이 아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작 심각하게 짚어보아야 할 것은 감히 그런 엄청난 짓을 저지를 엄두를 내게 한 우리의 교육현실이다.

 

그들에게는 그런 짓이 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저질렀을 터이다. 무엇보다도 우선 단 한번의 시험으로 이후 인생의 행로가 거의 결정되어 버린다는 인식이 작용했겠다. 그러니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점수만 잘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은 이번 일을 저지른 학생들뿐만 아니라 어떤 학생이건 일반적으로 다소간 가지고 있다. 학교 시험에서는 물론이고 수능시험에서도 적발되지 않은 채 넘어가는 개개인의 부정행위가 많이 저질러지리라 짐작된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이번 사건과 같은 짓에 기꺼이 가담할 학생들도 많을 것이다.

 

도덕불감증이 그토록 심각한 지경에 이를 정도로 청소년들의 가치관이 불건전한 것은 우리 학교교육의 실태와 근본에 대한 심각한 반성을 요청한다. 아무리 번드르르한 교육의 명분과 구호로 포장을 한다 해도, 훌륭한 선생님들이 아무리 인성교육에 힘을 기울인다 해도, 고등학교와 중학교, 더 나아가 초등학교, 심지어 그 이전부터 학생들은 공부를 한다는 것이 결국에는 대학입시 준비로 수렴이 된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주입받고 깨달아왔다.

 

공부를 하는 목적이 오직 대학에 들어가는 경쟁에서 이기는 데 있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인식에 속속들이 사로잡힌 마당에, 단 한번으로 너무나 많은 것이 결정되어버리는 결전의 장에 임하는 절박한 심정에서는 기회만 마련된다면 어떤 짓이라도 저지를 수 있을 터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사회의 학벌문제, 대학입시문제, 그리고 이로 인한 학교교육의 파행이 언젠가는 일으키고야 말 일이었다. 이제라도 무엇보다 우선 수능시험의 존폐여부를 비롯하여 대학입시제도 전반에 대한, 그리고 학교 교육현장의 실태에 대한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검토에 시급하고 절실하게, 또 본격적으로 착수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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