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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활을 되돌아보며
  • 대학신문
  • 승인 2018.10.14 07:41
  • 수정 2018.10.14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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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용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한국에 유학을 온 지 어느새 5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훌륭한 국문학자가 되려는 꿈을 갖고 고향에서보다 더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 서슴없이 서울행을 택했다. 대학원에 입학하고 서울대생이 됐다는 기쁨은 잠시였다. 내 5년은 이미 십 년 이상의 내공을 쌓은 내국인 선배와 동료들의 뒤를 따라가기 바쁜 시간이었다. 모든 것을 자기 스스로 해결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법을 배워야만 했다. 지금은 일상이 돼버린 대학원 생활이지만, 그동안 일어났던 크고 작은 일들은 내 성장에 의미 있는 일부분이 돼갔다. 나의 미래를 고려해봐도 대학원의 경력은 내 가장 빛나거나 혹은 가장 침체된 나날은 아니더라도, 중요한 전환점 중의 하나라 생각된다. 유학 생활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 다시 이처럼 내가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보는 것은 일종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유학생의 신분에 몰입하다보면 늘 외부로부터 상처를 받기 마련이다. 상처를 받다 보면 자연스레 모든 것을 경계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정작 가장 큰 상처는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나의 내면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사람들은 늘 이런 점을 의식하지 못한다. 낮은 직위, 얼마 안 되는 장학금, 그리고 타인의 험담 때문에 우리는 늘 괴로워하거나 화를 낸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지치게 되고 일상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잃기 마련이다. 공리적인 것에 덜 흔들리고, 보다 안정된 마음으로 영욕과 득실을 바라보게 되면 우리는 아름다운 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있으리라.

물론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나 자신으로 놓고 말하면 무의식중에 받은 내적인 상처가 많았던 것 같다. 상처는 사소한 일 외에 학문적인 일로부터도 비롯됐다. 동료들과 스터디를 하는 과정에서 내가 한없이 부족해 보였고, 늘 자신을 부정하곤 했다. 원인의 일부는 자존감의 상실이라 생각된다. 유명한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에 의하면, 자존감이란 성공과 갈망의 비례관계를 뜻한다. 그는 자존감이란 자아체험과 연관이 있는 개인적 특징으로서 자기의 가치를 보호해주는 일종의 기제로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 후 일련의 연구들은 자존감이 높은 사람일수록 자기 긍정과 자기 접수에 능하며 반대로 낮은 사람일수록 사물에 대한 확신이 떨어져 정서적으로 불안함을 나타낸다고 밝힌다.

내가 지금까지 늘 두려움을 느끼면서 스스로 상처를 줬던 것은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가치를 긍정하기 위해선 다른 사람의 표준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말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연구에 있어서 완벽을 추구하는 강박관념 같은 것들과도 거리를 둬야 할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국문학에서 연구하는 텍스트들은 일종 생활 자체와도 같다. 우리는 텍스트를 연구하는 동시에 텍스트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연구를 하다 보면 발걸음이 빨라져 텍스트를 읽는 즐거움을 상실하게 되고 텍스트를 단지 생활의 모방으로 간주하게 된다. 텍스트를 읽고 연구한다는 것은 기호학적인 표상을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내포된 삶을 읽어내는 것이다. 나는 비록 작가는 아니지만, 텍스트를 읽을 때마다 받았던 감동을 기록하고자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를 알아가면서 내재된 상처 또한 치유되지 않을까.

대학신문  snupress@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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