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싱글맘을 위한 예술 치유 프로그램 ‘내 마음의 움직임’

누구나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싶다. 하지만 숨 가쁜 일상을 살다 보면 ‘나’에게 집중하는 일은 항상 뒷전으로 밀려난다. 특히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그런 여유는 더더욱 없다. ‘그림마음연구소’는 이런 엄마들을 위해 예술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대학신문』은 이 프로그램 현장을 방문해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분노’를 소재로 한 활동을 통해 분노했을 때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봤다. (사진제공: 그림마음연구소)

종암동에 위치한 ‘서울예술치유허브’에선 매년 공모를 통해 선발된 예술단체들이 시민을 대상으로 예술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림마음연구소 역시 이 공간에서 싱글맘을 대상으로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그림마음연구소는 재작년부터 ‘엄마’를 주제로 한 집단미술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특별히 올 하반기엔 ‘싱글맘’에 초점을 맞췄다. 그림마음연구소 미술심리치료사 진아영 씨는 “엄마의 마음 상태가 자녀 양육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며 “엄마이자 여성으로, 그리고 사회인으로서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싱글맘에게 위로와 해소의 장을 마련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당당한 싱글맘’을 주제로 한 내 마음의 움직임은 매주 토요일 3시간씩 12회에 걸쳐 진행된다. 진아영 씨는 “신체활동과 미술 활동을 통해 감정의 움직임을 살펴본다는 의미에서 프로그램 이름을 내 마음의 움직임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싱글맘들은 매주 분노, 걱정, 편안함 등과 같은 감정을 주제로 신체활동과 미술 활동을 함께 체험한다. 프로그램 전반부에선 명상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 이후엔 신체 이완과 호흡을 통해 마음을 가다듬고, 본격적인 미술 작업에 들어간다. 미술심리치료사 박주연 씨는 “‘편안함’이 주제인 날엔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편안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명상을 한 후, 다양한 재료로 그 감정을 표현하게끔 한다”며 “어떤 사람은 부드러운 촉감을, 어떤 사람은 단단한 촉감을 편안하게 느낄 수 있기에 다양한 재료를 미리 준비해둔다”고 설명했다. 미술 활동이 마무리된 후엔 프로그램 참여자 15명이 자신의 그림을 소개하며 감정을 나눈다.

프로그램 곳곳엔 참가자를 향한 배려가 묻어난다. 박주연 씨는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시간에 자녀를 위한 미술 활동 시간을 따로 마련해준다”며 “이 시간만큼은 엄마들이 자녀에 대한 걱정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를 돌보느라 프로그램에 쉽사리 참여하지 못하는 싱글맘을 위한 고민이 담긴 것이다. 또한 그림마음연구소는 프로그램이 모두를 위한 치료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인다. 참가자가 그림마음연구소를 편안하고 안전한 쉼터로 느낄 수 있도록 신경을 쓰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진 씨는 “어떤 작품도 작가의 허락을 받지 않고는 유출하지 않는다”며 “프로그램의 모든 일정이 끝나고 난 후에 예정된 될 전시도 지원자에 한해서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참여자의 만족도도 높다. 참여자 A씨는 “그림을 그리면서 누군가가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따뜻함을 느꼈다”며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내가 나를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른 사람들과 그림을 통해 공감하는 것이 큰 힘이 된다”고 소감을 말했다. 참여자 B씨도 “한부모로 살면서 나만을 위한 시간을 만드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며 “이 프로그램으로 나만을 위한 시간을 일부러라도 만들어야겠단 생각에 실제로 시간이 날 때마다 명화 색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주연 씨는 “인천이나 경기도 등 먼 곳에서 오는 분도 있다”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심리 치료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림마음연구소는 앞으로도 마음의 치유가 필요한 싱글맘에게 ‘예술’을 매개로 다가갈 예정이다.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심리치료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은 마음의 병을 치료 받기 어렵다. 싱글맘도 그 중의 하나다. 외로운 사투를 벌이는 싱글맘에게 다가가는 그림마음연구소의 발걸음이 더욱 더 힘차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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