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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예비후보자 정책 분석 좌담회: 제 점수는요,
  • 김민주 취재부 차장
  • 승인 2018.11.04 07:11
  • 수정 2018.11.05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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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제27대 총장 선출을 앞두고 『대학신문』이 주최한 좌담회가 교수회관(65동) VIP룸에서 열렸다. 이날 좌담회에선 학내 각층의 구성원들이 모여 총장예비후보자 5인의 발전계획서 및 소견서를 바탕으로 그들의 공약과 세부 정책에 대해 논의했다. 좌담회에는 정병설 교수(국어국문학과), 김민석 씨(정치외교학부·14), 이우창 씨(영어영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송호현 직원(수리과학부)이 각각 교수, 학부생, 대학원생, 직원 패널로 참여했다. 사회는 이신형 교수(조선해양공학과)가 맡았다.

1번 정책과 캐치프레이즈로 살펴보는 총장예비후보자

▶사회: 총장예비후보자들의 1번 정책과 캐치프레이즈는 각 후보를 대표하는 얼굴과 같다. 그 둘에서 받은 후보자별 첫인상이 어떠했는가? 후보자별 1번 정책과 캐치프레이즈를 평가한다면?

정병설: 후보별 캐치프레이즈는 이들이 서 있는 위치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우일 후보(기계항공공학부)의 경우 ‘건강성’을 들고나왔다. 최근에 있었던 서울대의 위상 추락과 연결된 단어라고 본다. 이 후보는 다른 후보들과 달리 지난 총장후보자 3인에 포함됐던 후보이자, 그 3명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의 건강성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정근식 후보(사회학과)는 대(對)사회 활동을 많이 한 것을 자랑으로 삼고 있다. 행정부에서 자문위원을 맡았던 경험도 있고, 사회학자로서 민주성이나 인권 등의 부분에서 강점이 있다. 남익현 후보(경영학과)는 솔직히 말하면 리더로서는 약한 느낌이 드는데, 리더보단 뛰어난 행정실무가의 인상이 강하다. 경영학과 교수이자 학장, 기획처장을 역임했기 때문에 행정에선 자신이 달인이며, 학교 행정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무가로서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으나 캐치프레이즈는 다소 약한 것 같다. 강태진 후보(재료공학부)는 학교 밖 사람들과의 오랜 접촉을 통해 현실 교육 문제를 파악했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캐치프레이즈도 자신이 교육 문제를 장악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만든 것 같다. 오세정 후보(물리·천문학부)의 경우 국회에서의 행보를 완결하지 못했다는 점이 약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학교 밖에서 직접 느낀 서울대에 대한 사회의 적대적 반응을 표현했다. 그런 면에서 오 후보의 공공성 언급은 자신이 가진 장점을 잘 드러내면서 사회에서 목격한 문제의식을 효과적으로 제시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우창: 전체적으로 마음에 드는 캐치프레이즈가 없다. 정책평가단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을 만한 문구는 없는 것 같다. 1번 정책에 대해서만 말하자면, 먼저 이우일 후보는 수월성과 창의성을 언급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듣던 말이라 누구나 좋은 말이란 것은 알지만, 단어가 너무 추상적이라 두 단어론 뭘 하겠다는 것인지 단번에 알기가 힘들다. 공약의 특색을 잘 살려주는 1번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지 않을까. 정근식 후보는 법인화 문제와 거버넌스를 두 가지 키워드로 잡았다. ‘민주적’이란 단어가 눈에 띄는데, 후보가 자신을 어떤 총장 후보로 드러내고 싶어 하는지가 보인다. 남익현 후보의 경우 국제화 점수를 의식한 듯하다. 이를 위해 서울대와 서울대 안에서 각 단과대의 자율성을 인정하겠다는 내용이 돋보인다. 강태진 후보는 학부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뜻 같고, 오세정 후보의 경우 국회에 다녀온 만큼 서울대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지에 가장 초점을 맞췄다.

송호현: 오세정 후보는 정병설 패널의 말처럼, 외부에서 보고들은 지탄을 바탕으로 위기론을 펼치면서 사회 기여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을 1번으로 제시했다. 이우일 후보는 1번 정책에선 교육을, 캐치프레이즈에선 연구 분야를 강조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한다는 인상을 준다. 정근식 후보는 법인화 이후 학교가 겪은 진통을 인지하는 동시에 전공과도 연결된,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소통을 1번 정책으로 내세웠다. 남익현 후보의 경우 재정 전문가로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인 것 같고, 강태진 후보는 총장 후보에 여러 번 지원해서 그런지 아이디어도 다양하고 준비를 많이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민석: 전체적으로 한눈에 들어오는 캐치프레이즈가 없다. 선거를 처음 해본 사람들이 아닌데도 1번 정책이 각 후보가 중점을 두는 문제의식과 어긋나는 경우도 있었고, 기본적인 정책 순서나 첫눈에 보이는 캐치프레이즈 설계 등 세부적인 면에서 준비가 덜 됐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캐치프레이즈가 가장 괜찮았던 후보는 이우일 후보다. 유일하게 자신이 그리는 서울대가 어떤 모습인지 ‘지식 생태계’라는 한마디로 표현했다. 그리고 오세정 후보만 ‘위대한 전통’이란 말로 과거의 이야기를 캐치프레이즈에 포함하며 서울대의 과거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점도 재밌었다.

‘당선’을 위한 천편일률적 공약들의 향연

▶사회: 총장예비후보자 5인의 공약을 관통하는 공통된 내용이 있다면?

이우창: 먼저 교원 급여 인상 공약이다. 학교 밖에 있다 온 오세정 후보를 제외하곤 후보 대부분이 수치화된 형태로 급여를 명확하게 얼마큼 올리겠다고 말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지난 1학기 때 유일하게 교직원 급여 인상을 제시한 후보가 강대희 후보(의과학과)였다. 그리고 강 후보가 교직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총장추천위원회와 학생 정책평가 결과를 뒤집었다. 이 전례를 보고 많은 후보가 교원 급여 항목을 갖고 온 것 같다. 교직원들도 포퓰리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두 번째론 대부분 법인화 체제를 완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세 번째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기숙형 대학(Residential College, RC)이다. 남익현 후보를 제외한 4인의 후보들이 모두 RC를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RC에 몇 명을 수용하겠다는 정도의 계획 외에 어떻게 어떤 교육을 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잘 없다. 네 번째론 국제화와 얽혀서 통일 문제에 대응할 방안이 등장한다. 다섯 번째가 멀티캠퍼스다. 시흥캠퍼스가 물리적으로 세워진 상황에서 앞으로 여러 개의 캠퍼스를 어떻게 잘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공통으로 빠진 주제도 있다. 모든 후보가 서울대 위기론을 말한다. 그러나 서울대의 평판이 떨어지게 된 것은 냉정히 말해 교원의 연구 윤리와 이어진다. 그런데 예비후보자 5인 중 교직원의 연구 윤리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겠다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또 인권 이야기가 없다. 정근식 후보가 유일하게 인권센터를 내실화하겠다고 한 줄 넣은 것 외엔 아무도 공약에서 인권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 두 가지 사항에 대해 빈말조차 없다는 점은 후보자들이 얼마나 이 분야에 관심이 없는지 보여준다.

정병설: 이번 선거가 두 번째 선거가 되면서 전체적으로 공약들이 매우 비슷해졌다. 지난 선거의 학습 효과가 나타나는지, 실제로 책임질 계획은 없이 사람들이 마음에 들어 하는 공약을 마구 쏟아낸다. 급여 인상 공약도 마찬가지다. 현재 대학 예산 상황을 고려했을 때, 급여를 올리려면 국고 출연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우창 패널의 말처럼 서울대 교수들이 계속 문제를 일으키는데 어떻게 정부와 국회를 설득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지난 2년간 예산이 삭감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태인데 표를 잃을까 봐 구체적인 반성은 없고 책임지지 못할 공약만 내세웠다.

서울대가 굉장히 큰 조직인 만큼 사고가 발생할 수는 있다. 일어난 사고에 잘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한다면 정부와 국회에 돈을 요구할 체면이라도 설 것이다. 심지어 직전 선거에서 총장최종후보자가 성추행 의혹으로 낙마한 상황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는커녕 산적한 사안들에 대해 부정적인 언급을 삼가려 하는 분위기가 문제다. 정부와 국회에서 총장 한 사람만을 보고 돈을 주는 것이 아니다. 서울대 전체를 보고 지원금 규모를 결정한다. 대학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풀어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전혀 없다.

송호현: 두 패널의 말대로 후보자들의 소견서를 읽어보면 말은 그럴듯하지만, 고등교육기구의 수장이 되기 위해 고뇌하고 쓴 내용이 아닌 당선하기 위한 글에 불과한 것 같다. 서울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지하게 제시한 후보가 별로 없다. 다들 서울대가 처한 상황을 난세로 규정하고 이를 극복할 영웅이 되겠다며 나서는데, 영웅치곤 낮은 차원의 말을 하는 것 같다.

김민석: 특히 교육 정책에 관해선, 학부생의 입장에서 ‘그래서 우리를 어떻게 교육하겠다는 것인지’가 와닿지 않는다. 학생들은 지금 취업 문제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교육 분야 공약들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송호현: 후보자 5인의 교육 정책이 정작 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지 의문이다. 5명 모두 학생들의 의견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교육을 말한다. 부모가 자기 취향에 맞춰 아이가 입기 싫다는 옷을 억지로 입히려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우창: 후보자들이 공통으로 언급하는 전인교육, 창의성, 인성 등의 요소는 요즘 이미 초·중등 교육에서 다뤄지는 부분이다. 이 요소들을 고등 교육에서 논해서 의미가 있는가. 90년대쯤 유행했던 옷을 2010년대에 사는 아이들에게 입으라고 하는 격이다.

낮은 실현 가능성, 고민 없는 텅 빈 공약들

▶사회: 총장예비후보자 5인이 제시한 영역별 정책을 타당성 및 실현 가능성을 중심으로 평가한다면? 거버넌스, 교육·연구, 복지·국제화 분야 순으로 논의하겠다.

1. 거버넌스

송호현: 학교 행정 실태를 잠시 살펴보면, 공대처럼 규모가 큰 단과대의 경우 각 학부 행정실에 배치되는 인력의 양이나 질 측면에서 부족함이 없지만, 인문·사회계열은 학부 행정실이 통합돼 운영되는 등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다. 그런데 남익현 후보가 각 단과대의 행정적 자율성을 주장하며 인사와 예산을 더 자유롭게 풀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큰 단과대는 예산이 넉넉해 비교적 자유롭게 직원을 채용할 수 있으나, 재정 상황이 안 좋은 인문·사회계열은 추가 인력을 더 채용하지 못하고 적은 인력으로 방대한 업무를 모두 소화해야 한다. 남 후보의 이런 정책은 인문·사회계열의 열악한 행정 실태를 제대로 파악했다면 나올 수 없는 정책이다. 반면에 오세정 후보의 경우 교육과 연구는 각 대학의 자율성에 맡기고, 행정적 지원에서 대학 본부의 리더십을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행정 실태를 고려하지 않고 예산권 등의 영역에서 자유를 확대하겠다고 가볍게 말하는 것보단 고민이 더 들어갔다는 인상을 받았다.

직원 입장에서 획기적이라고 생각된 공약은 분야별 전문 주요 보직을 직원에게 개방한다는 강태진 후보의 공약이다. 직원을 전문화한다는 공약은 많은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제론 해외 연수, 주택 개선·리모델링에 그치는 수준이다. 현재 서울대에 근무하는 정규직원 중 거의 50%가 법인화 이후 새로 들어온 고학력자들이다. 이들이 이곳에서 직업적 성취나 보람을 느끼면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병설: 법인화 이후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이사회임에도, 이사회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 정근식 후보는 이사회의 책임성과 평의원회의 대표성을 강화하겠다고, 강태진 후보는 교수협의회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밝혔으나 두 후보의 구상에는 ‘어떻게’ 강화할지가 빠져 있다. 다들 저마다 거버넌스에 대한 불만은 품고 있으나 이에 대응할 구체적인 비전이나 대안 등은 내놓지 못했다. 구체성이 떨어지니 어느 후보가 총장에 당선되더라도 공약을 이행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김민석: 생각한 것보다 이사회에 대한 불만을 상당 부분 감춘 느낌이다. 당장 학생 관점에서 보면 이사회가 학교 밖의 사람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사람들이 서울대에 대해 무엇을 얼마나 알고 결정을 내릴지 의문이 든다. 회의록이 올라오는 데도 한 달이 넘게 걸린다. 이런 이사회에 대해 책임성을 강화하겠다는 추상적인 논의 외에 특별한 언급이 없다는 점에서 후보자들이 당선에 급급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이우창: 저번 선거에서 필요성을 절감했는지는 몰라도, 이우일 후보가 총장선출과정 개선 필요성의 공론화를 언급한 유일한 인물이다. 이 점이 눈에 띄었다. 거버넌스 영역에선 후보자 대부분이 소통과 참여를 강조한다. 여기에서 참여는 평교수의 거버넌스 참여 확대를 의미한다. 평교수의 역할 확장이 원론적으로 나쁘진 않으나, 기존 시스템에 대한 언급 없이 평교수의 참여만 늘리는 것은 진지한 고민이 될 수 없다. 한편 소통의 측면에선 몇몇 후보들이 구성원 개개인을 직접 만나겠다고 했다. 이런 식의 구시대적이고 감상적인 발상이 실제로 거버넌스를 개선하는 데 얼마나 효력이 있을진 의문이다. 소통을 제고하려면 기존의 제도를 진단하고 이를 어떻게 다듬을지부터 논의돼야 하는데 이 앞선 과정은 찾아볼 수가 없다.

김민석: 평교수의 참여와 소통에 대해선 적게라도 언급이 됐으나 학생과의 소통은 후보자들의 공약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 정책들을 보고 누가 당선돼도 학생과의 소통은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의원회 학생 참여안은 물론, 학생과의 소통 수단에 대해 언급조차 없는 건 결국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2. 교육·연구

김민석: 정근식 후보와 남익현 후보의 경우 교육보단 연구 분야에 집중해 공약을 준비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우일 후보의 공약이 재밌었는데, ‘SNU EDU 실크로드’ 같이 기발한 정책들이 많았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이 낮고, 학생들 입장에서도 RC와 마찬가지로 먼저 그 정책이 시행돼야 하는 이유에 의문을 품을 것 같다.

이우일 후보와 강태진 후보, 오세정 후보는 모두 입시위원회 설립을 주장하는 등 입시 문제에 주목했다. 이 후보의 경우 지역 전형이나 특별 전형을 확대하겠다는 정책이 현 정부 정책 기조와 잘 맞아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였다. 강 후보는 입학 전형을 아예 단순화하겠다고 말했는데, 이게 현 정부의 고등입시 정책과 잘 맞아떨어질지는 잘 모르겠다. 입시 전형 단순화는 입시를 직접 준비해본 입장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정책만 제시되고 구체적인 실현 방식이 잘 드러나지 않은 점이 아쉽다.

이우창: 몇몇 후보의 경우 박사후 연구과정 지원 공약 등으로 대학원생에 대한 얕은 배려를 보였다. 그러나 대부분 피상적인 수준에 그쳤다. 특히 오세정 후보나 강태진 후보는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하는 공약이 전무하다. 서울대 총장이라면 한국 고등교육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서 강사법(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이나 대학구조조정, 대학원 진학률 하락 등 대학원에 관한 고민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학부 교육에 대해선 대학원보다는 조금 자세한 편이나, 기조만 있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할지가 안 나와 있다. 서울대의 교육 및 연구 영역에 대한 정책을 구상하려고 한다면 현재 서울대의 교육·연구 실태에 대한 이해와 이를 위한 데이터 축적이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무엇이 부족한지 모르니 당연히 그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공약 또한 부재한 실정이다.

송호현: 학부 사무실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보면, 대학원생들이 실제로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부분이 학비다. 학생들을 대학원에 많이 진학시키는 건 좋지만, 박사과정 장학금 확충 등의 정책 뒤에 있는 재정 문제에 대해선 고민한 흔적이 없다.

남익현 후보의 경우 강의 시수 경감의 일환으로 대형 강좌를 늘리겠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대형 강좌가 늘어나도 강좌를 진행할 수 있는 인프라가 없다. 현재 있는 대형 강좌도 소화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부분에서조차 후보자들이 공약을 계획할 때 고민이 부족했다는 점이 드러난다.

일부 후보들은 선택형 연구년 제도나 연구년 적립제를 제시했다. 그러나 교수들이 연구에 집중하다 보면 부족해질 교육 인력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다. 현실적으론 빠진 부분을 시간강사 같은 대체 교육자가 채워야 한다. 그러면 학생 입장에선 교육의 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대체 교육자를 고용하는 데 필요한 재정 문제도 대두된다. 그러나 후보자의 발전계획서에 이런 부분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우창: RC도 마찬가지다. 후보자들이 RC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갖는 데 그쳤나 싶다. 구체적인 고민이 없다. RC에서 무엇을 할지 제시한 후보는 강태진 후보뿐인데, 강 후보의 ‘관악칼리지’조차 현실성이 매우 떨어진다. 전담 교수제와 함께 20명 내외의 그룹을 구성해 밀착형 교양 교육을 시행하겠다고 하는데, 사실 20명짜리 수업은 교육을 포기한 것과 같다. 아무리 많아도 7~10명 이하로 반을 구성해야 제대로 된 글쓰기 훈련이 가능하다. 이 부분에서부터 기초교양 교육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정병설: 교수들에게 교육·연구란 사실상 복지에 해당하는 것으로,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다. 복지 차원의 교육·연구에서는 교수를 조금 더 편하게 만들어주는 것, 급여를 더 주는 것, 지위 유지의 측면에서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후보자들이 이 중 하나만 건드려도 표심이 와르르 무너진다. 후보자 캠프 차원에서 이 세 가지와 관련해 불안감을 줄 수 있는 요소는 전부 제거했을 것이라고 본다. 앞에서 패널들이 문제를 제기한 미흡한 부분들의 경우 이 과정에서 빠졌을 확률이 높다.

3. 복지·국제화

정병설: 복지 공약은 거의 다 교직원 복지에 관한 공약이 아닌가. 이 공약들도 재정적 여유가 있어야 집행 가능한 정책들이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이우창: 대학원생 기숙사를 확충하겠다는 공약은 좋았다. 일부 후보들은 공간이나 교통 문제도 미약하게나마 다뤘다. 이우일 후보의 경우 워낙 서울대입구역에서 학교까지 오는 교통편에 대해 학생들이 불만이 많으니 이런 점을 특히 고려해서 통학 무인 셔틀이나 경전철 도입을 공약에 포함한 것 같다. 그러나 기숙사에 대한 깊은 고민이나 경전철을 어떻게 유치하겠다는 등의 구체적인 계획이 부재한 점이 아쉽다.

송호현: 학내 안전에 관해, 현재 인건비 예산을 줄이고 도입된 무인 경비 시스템에 문제가 많다. 경비 인력이 대폭 감소되면서 유사 시 출동할 인원 자체가 부족한 데다 경비원 한 명이 부담하는 순찰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졌다. 이런 실태를 고려해서 복지 영역에서 학내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공약이 나왔어야 했다.

이우창: 복지에서 하나 더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은 육아 지원이다. 정근식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형식적으로라도 언급하고 있고, 특히 강태진 후보의 경우 공약에 대학원생 육아 정책을 포함했다. 대학원생 중에서 학업과 육아를 병행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의 보육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방편이 마련돼야 하는데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국제화 영역에서는 후보 대부분이 일차적으로 외국인 학생과 외국인 교원이 많이 들어오도록 지원비 등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차적으로는 한국인 학생의 국외 수학 장려를 제시한다. 모든 후보의 공약이 비슷하나, 그중에서 상대적으로 차별화됐다고 보이는 공약은 이우일 후보의 해외 캠퍼스 설립과 교육·연구 콘텐츠 수출이다. 그러나 국제화 영역에선 외국인 학생이 입학했을 때 이들과 기존의 한국인 학생 및 교직원이 어떻게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관계를 맺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정병설: 후보자들이 국제화 영역에 신경 쓰는 이유는 적지 않은 수의 외국인 교수의 표를 얻기 위해서다. 이들이 차지하는 표의 비중이 생각보다 높고 결집돼 있어 후보들도 외국인 교수를 많이 의식하고 있다. 그만큼 국제화란 주제에 대해 의지와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임하면 좋았을 텐데 아직 그 수준엔 못 미치는 것 같다.

김민석: 국제화 공약들이 전체적으로 굉장히 얄팍하다. 서울대는 너무 준비 없이 외국인 학생을 받아들인다. 총학생회에서 일할 당시 외국인 총학생회와 면담한 적이 있다. 입학본부나 국제협력본부에선 홍보할 때 영어만 할 줄 알아도 된다고 말한다고 한다. 그러나 입학해보면 실상은 전공 필수 과목이나 졸업 요건에 대한 설명, 마이스누 공지 등 학교 생활하는 데 필수적인 대부분의 요소가 한국어로만 제공된다. 외국인 학생들이 서울대에 입학해 겪는 피해가 많은데 이런 점들은 고려되지 않고 국제화 정책이 번지르르하게만 준비됐다는 것이 느껴진다.

올해 두 번째로 치르는 선거라는 점이 무색하게, 이날 좌담회에서는 공약의 구체적 실현 방안에 대한 고민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지난 학기 총장 선출이 구성원의 비위 행위로 인해 실패로 끝났음에도, 후보자별 공약에서 학내 문화와 구성원의 행태에 대한 반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 또한 큰 아쉬움으로 꼽혔다.

후보 대부분이 언급한 바와 같이 서울대는 현재 대내외적 위기에 처해 있다. 모두 이런 위태로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이 총장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후보자 본인이 진정 난세를 타파하는 데 앞장설 만큼의 자격을 가졌는지, 타파하고자 하는 ‘위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봤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총장예비후보자들이 좌담회에서 오간 쓴소리를 약으로 받아들여, 남은 총장선출 일정 동안 정책 속의 빈칸을 채우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길 바라본다.

기획: 박정현 기자 charlie25@snu.kr 김민주 취재부 차장 k0415mj@snu.kr

레이아웃: 강세령 기자 tomato94@snu.kr 그래픽: 권민주 기자 kmj4742@snu.kr 사진: 황보진경 기자 hbjk0305@snu.kr

김민주 취재부 차장  k0415mj@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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