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 21세기를 만나다 ②
창극, 21세기를 만나다 ②
  • 황지연 기자
  • 승인 2018.11.04 0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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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창극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내가 할 일은 창극단에 나무를 심고 나가는 일” - 국립창극단 김성녀 예술 감독

“배우의 인생이란 끝없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직업이기에 지금도 예술 감독이란 역할을 맡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는 말로 운을 뗀 국립창극단 김성녀 예술 감독은 우리에게 마당놀이와 연극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배우’다. 7년 전부터 그는 국립창극단의 예술 감독으로 부임해 창극의 대중화, 현대화, 세계화의 선봉장 역할을 성실히 이행했다.

김성녀 예술 감독에게 그가 국립창극단을 이끌게 된 것은 어색한 일이 아니다. 실제로 그동안 김 감독이 추구했던 예술 활동은 ‘한국적’이란 수식어와 잘 어울린다. 게다가 1950~60년대 여성국극의 개척자로 평가 받는 박옥진과 극작가이자 연출가였던 김향 사이에서 태어난 김성녀 예술 감독은 자연스레 한국 연극의 원형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할 수 있었다. 그는 “내 삶의 궤적이 창극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며 “창극단을 이끌어 나가는 것은 내가 해왔던 작업에 소리란 요소를 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리를 배웠던 경험은 김 감독이 창극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됐다. 그가 소리를 내보고 머리로 이해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우리 고유의 가락을 여러 인접 예술에 접목하는 시도를 꾀해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성녀 예술 감독은 “소리꾼은 아니지만, 이론적으로 어떤 소리를 어느 대목에 차용해 와야 잘 어울릴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소리가 갖는 힘과 장점을 충분히 알고 있고 그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고 설명했다.

전통과 소리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창극의 현대화, 대중화, 세계화에 대한 김성녀 예술 감독의 믿음은 확고하다. 그에 의하면 우리 음악은 고갈되지 않는 하나의 샘이기에 여러 예술 분야에 끊임없이 응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그는 “전통을 지켜나가는 것은 판소리의 일이고 그 전통을 계승하며 현대에 발맞춰 나가는 것은 창극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창극이 만들어질 때의 정서와 그 당시의 형태를 ‘전통’으로 굳히려고만 한다면 창극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기 어려울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창극은 극과 소리가 어우러져 그 시대가 필요로 했던 극예술 양식으로서 탄생한 것이기에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가 있어야 한다”며 “분명 내가 해온 작업 중에서도 미흡했던 것들도 있고 많은 비판을 받은 작품들도 있지만, 이것 또한 창극의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한 과정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그의 목표는 단순히 창극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에만 있지 않다. “스타 배우, 스텝을 모두 양성해 나가는 것이 예술 감독의 역할 중 하나인 것 같다”는 김성녀 예술 감독은 창극이 계속해서 한국의 경쟁력 있는 문화 콘텐츠로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그의 중요한 과업이라고 믿는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신(新) 창극 시리즈를 기획해 능력 있는 예술가들을 발굴하기도 하고, 신 창극 ‘우주소리’의 배우들에게 직접 작창을 맡기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예술 감독은 “지금은 창극단 밖에서 유능한 예술가들과 함께 작업하고 있지만 언젠간 창극에 대한 이해가 깊은 창극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며 “그래야만 각 작품 간 질적 차이가 크게 나지 않으면서도 일정한 수준을 갖춘 창극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성녀 예술 감독의 방엔 그가 예술 감독을 맡았던 작품들의 포스터와 노란 만원사례 봉투가 가득 붙어있다. 김 감독은 “관객들의 응원과 매 공연 가득 채워지는 좌석이 새로운 시도에 대한 자부심이자 원동력이다”고 고백한다. 예술 감독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돼도 다시 배우로 돌아가고 싶다는 그의 에너지는 일평생 무대 위아래에서 일하며 관객에게 받은 사랑으로부터 온 것은 아닐까.

“판소리의 본질은 사라지지 않죠” - 국립창극단 단원 김준수 소리꾼

지난 2월 25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선 판소리가 울려 퍼졌다. 국악계 아이돌, 스타 소리꾼 등으로 불리며 자신만의 활동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는 소리꾼 김준수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었다. 대학교 4학년 때 국립창극단 단원으로 발탁된 그는 현재 완창 판소리에서부터 TV 예능 프로그램까지 넓은 스펙트럼의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엔 국악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으며 그 노력과 성과를 인정받기도 했다.

소리꾼 김준수의 시작은 초등학교 4학년 때 학교 대표로 나갔던 지역 경연 대회에서부터다. 어린 소년은 우연히 듣게 된 판소리에 빠르게 매료됐다. 당시엔 그 가락이 판소리인지조차도 몰랐다던 그는 “애절한 목소리가 가슴 깊이 와 닿아 그 음악을 더 배우면서 알아나가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좋아하는 음악을 시작했지만 ‘왜 판소리를 하느냐’는 질문은 그를 외롭게 했다. 사람들로부터 어렵고 지루한 음악이 왜 좋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김준수 씨는 음악적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시간 속에서 그는 “사람들에게 소리가 얼마나 매력적인 음악 장르인지를 알리고 대중과 국악 사이의 간극을 좁히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는 국악을 대중들에게 알리고 소리에 현대적 감각을 덧입히려는 지금의 노력으로 이어졌다.

김준수 씨는 창극이 국악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는 “창극을 보다 보면 음악이 즐겁고, 음악이 즐거워 판소리를 찾게 되고, 결국엔 그 관심이 국악 자체로까지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학창시절 문화생활을 접한 경험이 많지 않았던 그가 거의 유일하다시피 즐겨 볼 수 있던 것은 TV 프로그램 ‘국악한마당’이나 가끔 특집으로 방송되는 창극 무대였다. 시골 동네라는 환경에 있어 공연을 볼 기회가 적었던 것이다. 김준수 씨는 “그때부터 창극 무대에 서 보고 싶다는 열망을 키워나갔던 것 같다”며 “그래서인지 대학에 들어간 후부터 열심히 창극 오디션을 보러 다녔었다”고 이야기했다.

그에게 창극의 매력은 판소리처럼 관객과 소통하면서도 판소리와는 달리 하나의 배역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뮤지컬이나 오페라처럼 잘 알려진 음악극들과는 달리 창극은 관객이 흥이 나면 그 자리에서 ‘얼씨구!’ ‘좋다!’를 외칠 수 있는 공연 양식이다. 판소리의 가장 큰 장점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배우’가 돼 극 속 한 인물에 몰입하는 경험도 창극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인이다. 모노드라마인 판소리를 할 때는 소리꾼으로서 혼자서 여러 역할을 맡으며 어떻게 이야기를 재밌게 이끌어갈지를 고민하게 되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특히 그는 “‘트로이의 여인들’에서 절세 미녀인 ‘헬레네’ 역할을 맡았을 때 남자인 내가 그 역할에 완전히 몰입하지 않으면 충분히 소화할 수 없을 것 같았다”며 “창극을 준비하는 동안 작품에 깊이 빠져들 수 있는 이유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어렸을 적부터 국악과 대중의 거리를 좁히는 것을 꿈꿔왔다는 소리꾼 김준수는 앞으로도 꾸준히 협업을 이어가며 더 많은 사람에게 우리 음악을 알릴 계획이다. 그는 “나이가 들어도 열려 있는 마음으로 관객들과 가까이서 호흡할 수 있는 소리꾼이 되고 싶다”며 “여러 장르와 매체에 도전함으로써 ‘김준수’란 사람을 알리는 일이 판소리와 창극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국악이 궁금하지만 무엇부터 접근해봐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창극을 먼저 접해보면 좋겠다”며 “그렇게 차츰 사람들이 우리 소리를 좋아하게 됐으면 한다”고 이야기를 맺었다. 학창시절 음악 시간마다 반짝였다던 그의 눈빛은 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 때마다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삽화: 손지윤 기자 unoni0310@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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