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지난달 30일 〈나인룸〉 〈플레이어〉 〈손 더 게스트〉 〈프리스트〉 등의 드라마 제작진(스태프)들이 주 90~100시간의 노동을 하고 있어 제작 가이드라인이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며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이들 드라마의 방송사와 제작사를 고발했다. 오래도록 지속돼 온 방송계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송계 노동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의 개선과 새롭게 갖춰지게 될 제도의 강력한 시행이 필요하다.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조연출로서, 관행적으로 행해지던 장시간 노동의 폐단과 비정규직 계약의 해지로 인한 실직 등으로 고통을 받던 이한빛 PD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2년이 지났다. 하지만 이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한 지 2년이 지났음에도 방송노동계의 현실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방송계 노동자들의 과도한 노동에 대한 사회적 각성으로 한 주에 기본적으로 52시간, 최대 68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 단축법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드라마 제작 현장에선 제작진들의 장시간 노동이 계속되고 있다. 드라마 <플레이어> 제작 현장에선 주 100시간이 넘는 촬영이 진행됐고 급기야는 지난 19일 촬영 스태프 중 한 명이 119에 실려 가기도 했다. 이는 노동 단축법의 시행에 있어 방송계 노동자들을 위한 정부의 실질적 구제책이 부재했고 법 시행의 관리감독 또한 부실했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방송계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선 보다 근본적인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방송계 노동자 대다수가 가장 큰 문제로 여기는 것은 도급계약(턴키계약) 제도다. 현재 방송사·제작사는 조명팀·동시녹음팀·장비팀·미술팀 등과 팀별 도급계약을 맺고, 도급계약을 맺은 팀장들이 제작진에게 인건비를 지급한다. 하지만 실제 제작 현장에서 제작진은 PD 등 방송사업자의 근로지시에 따라 일하고 있다. 현재 노동부에선 도급 감독들을 개별사업자로 판단하고 있는바 이에 따라 현장사고나 손해배상 등의 법적 책임의 문제가 발생할 시 그 책임을 ‘도급계약을 맺은 팀(장)’이 지게 된다. 즉 드라마 제작을 총괄하는 실질적인 사용자인 방송사나 제작사가 아닌 실제로는 고용 노동자에 불과한 팀장들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관행을 깰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의 개선이 없인 방송계 노동자의 권익이 제대로 지켜질 수 없다.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한 지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까지 방송계 노동자들의 삶은 현장에서 제대로 보호받고 있지 않다. 쪽대본과 이에 따른 단기간의 장시간 노동, 턴키계약과 같은 악습 철폐와 함께 방송계의 현실과 특성을 충분히 고려한, 정부의 세밀하고 체계적인 법안 발의와 관리감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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