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처음 만나고 서로를 소개할 때 가장 많이 받고 또 하는 질문이 학과에 대한 것이다. ‘과가 어떻게 되세요?’ 난처하다. 과가 없기 때문이다. ‘인문계열생이에요’라고 답하면, 일단 그게 뭐냐고 물어본다. 인문대 안에서 학과를 정해 전공 진입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설명하면, ‘아 자유전공학부생이세요?’라고 반문한다. 그럼 이제 필자는 인문계열생과 자유전공학부생의 차이를 설명하기 시작해야 한다. 1학년 때의 필자는 본인이 아니라 ‘인문 광역제도’에 대해 설명하느라 애를 많이 먹었던 것 같다.

인문 광역제도는 학생부교과전형이나 정시 등의 입학 전형을 통해 인문대에 입학한 학생들을 인문계열생으로 규정했다가 24학점 이상을 이수하면 전공 진입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1지망부터 3지망의 학과를 정해 진입을 신청하게 돼있다. 한 학번당 인문계열생이 대략 80명인데 학과별로 진입생을 받을 수 있는 인원이 정해져 있어, 만일 특정 학과로 진입이 몰리게 되면 보통 학점 순으로 인원을 선발한다. 만일 진입 신청이 반려되면 그 학생은 뒷순위 지망의 학과로 밀려나거나, 아니면 다음 신청 때 다시 지원하게 된다.

이런 내용만 보면 인문계열생은 1학년 때 자신에게 적합한 학문을 탐구하고 충분히 고민하다가 2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선택할 기회를 주는 자비로운 제도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2학년 때 전공 진입을 하더라도 1학년 때 전공과목을 듣지 않게 되면 다른 학생들보다 늦게 시작하는 셈이기 때문에 계열생들은 1학년 때부터 진입할 전공을 정해놓고 전공 수업을 듣기 시작한다. 그러면 결국 ‘영어영문학과를 진입할 인문계열생’과 같은 식으로 되는 것이다. 학문적 자유로움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러한 인문계열생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학과에 배정될 가능성 역시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학과가 인기가 많으면 그 학과에 진입을 못 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경우 그는 ‘울며 겨자 먹기’로 다른 학과에 전공 진입을 신청해야 한다. 이는 결국 인문계열생의 자유로움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약하는 꼴이 되고 만다.

필자가 몰랐던 점이 있는데, 36학점 이상을 이수하고서도 전공 진입을 신청하지 않으면 임의로 학과 배정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여유롭게 전공 진입을 신청하려던 필자는 허겁지겁 전공 신청서를 쓰고 지원했다. 다행히 전공 진입은 성공했으나 하마터면 수강 신청일에 늦잠 자는 것보다 더한 좌절을 만끽할 뻔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계열생의 전공 진입에 관해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계열생 스스로 전공 진입 설명회나 진입 시기 등에 대해 스스로 찾아다녀야 한다. 너무 소외된 느낌이다.

전공 수업을 들을 때도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보통 전공 수업은 같은 학과의 사람들끼리 몰려서 수강하는데, 진입한 학과와 자신이 생활했던 반이 다른 경우 혼자 전공 수업을 듣는 셈이 된다. 입학할 때 자신이 진입할 전공을 정했더라도, 반 배정이 임의로 되는 터라 자신이 원하는 학과의 사람들과 다른 반에 속할 경우가 다반사이기 마련이다. 이처럼 인문계열생은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 측면에서 또 다른 제약을 받게 된다. 이제는 인문계열생도 다른 학생들과 같은 위치에서 대학 생활을 해나갈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김태형

철학과·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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