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홍해인 기자 hsea97@snu.kr

자유한국당은 지난 9일 조직강화특별위원으로 영입했던 전원책 변호사를 해촉했다. 이로써 영입 직후 한국당의 인적 쇄신의 적임자로 기대를 한 몸에 받던 그는 잇단 논란만을 남긴 채 짐을 싸게 됐다. 얼마 전부터 해촉에 대한 조짐은 있었지만 그 과정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한국당에서 무려 ‘십고초려로 모셔온’ 전 변호사는 불과 한 달 만에 문자로 해임 통보를 받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에 전 변호사는 해촉 직후 비대위에 대한 폭로를 예고했다가 다시 거둬들였다. 현재로선 폭로할 계획은 없는 모양이지만 12일로 예정된 기자회견에서 그가 어떤 발언을 할진 지켜볼 일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흥미진진하다. 솔직히 이번 사태를 보며 한국당 지지자도 아닌 나로선 팝콘에 손이 절로 간다. 하지만 어느 정당 가릴 것 없이 이번 일처럼 위기상황에 기대를 한 몸에 받고 구원투수처럼 등장한 유명인사가 공 한 번 제대로 못 던져보고 마운드에서 내쫓기는 모습을 우리는 지겹도록 봐왔다. 그래서 팝콘 봉투에 집어넣었던 손을 다시 꺼내서 이렇게 글을 써본다.

이번 사태의 결정적 계기로 지목되는 것은 한국당의 전당대회 개최 시기를 둘러싼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전 변호사의 갈등이다. 하지만 이건 말 그대로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을 뿐이고 이미 그 이전부터 비대위의 노선에 반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끝장토론, 태극기 부대 포용, 경제민주화 전면부정 등의 돌출발언이 문제가 되면서 전 변호사에 대한 당내 회의론은 커지고 있었다. 결국 지난 10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이 전 변호사의 거취를 예상하면서 말했던 이른바 개혁보수와 강경보수 사이의 노선 갈등이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개혁보수와 강경보수 노선 둘 중 뭐가 옳은가에 대해 말하려는 게 아니다. 그러나 한국당 비대위는 자신들의 노선과 맞지 않는 인사를 왜 굳이 모셔오고 게다가 인적 쇄신에 대한 전권을 쥐여주기까지 했나? 전 변호사가 이렇게 강경보수의 입장을 드러낼 거라 예상하지 못한 것인가? 그건 결코 아닐 것이다. 나를 비롯한 많은 대중은 썰전 출연자의 모습으로 그를 기억한다. 사이다 발언과 모두까기 인형이라 불렸던 그의 이미지에 다소 가려져서 그렇지 그는 예능프로그램인 썰전에서도 강경보수적 입장을 견지했다. 특히 정당정치에 관해서는 대중정당을 지양하고 이념정당을 지향해야 한다는 식으로 들리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중도보수를 포섭하려는 현재 한국당 비대위의 노선과 궁합이 맞을 리가 없고 그걸 그들이 모를 리도 없다. 아니면 비대위는 노선과 다소 맞지 않아도 전 변호사에게 인적 쇄신만 맡겼으므로 그가 정치적 행보를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것인가? 이것 역시 말이 안 된다. 인적 쇄신에 국한되긴 하지만 한국당은 전 변호사에게 무려 ‘전권’을 맡겼다. 비대위는 전 변호사의 여러 논란이 되는 발언이 월권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정당에서 이 정도 지위와 권한을 한 사람에게 줘놓고 그가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기 바라는 것은 너무 순수한 생각이다.

결국 이번 사태 또한 이제까지 계속된 안일한 유명인사 영입이 불러온 참사라고 밖엔 설명할 길이 없다. 눈앞 대중의 관심과 반대 여론에 대한 방패막이 역할만을 위해 정체성과 노선에 대한 고민 없이 인지도 높은 인사를 이용하는 것의 반복일 뿐이었다. 한국당은 이번 주중에 후임 인선을 하겠다고 한다. 이번 일에 대한 반성의 자세가 돼 있는지 의문이다.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인적 쇄신, 보수통합은 이제는 정말 물거품이 돼버리고 말 것이다.

여동하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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