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 비교문학 협동과정 가을 포럼 ‘시차, 특이점, 그리고 그 이후’

2018년 현재, K팝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음악은 국내 팬들의 인기를 얻는 데 그치지 않고 유튜브, 트위터, 브이앱과 같은 미디어를 통해 세계인의 호응을 얻어냈다. 이런 인기의 비결은 한국적인 것을 잘 담아낸 특수성과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을 함께 갖는 데 있다. 지난 16일(금) 두산인문관(8동) 101호에서 열린 비교문학 협동과정 가을 포럼 ‘시차, 특이점, 그리고 그 이후’에선 지금의 K팝이 갖는 특수성과 보편성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이날 포럼에선 김경현 교수(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아시아학과)와 홍석경 교수(언론정보학과)의 발표 이후 김홍중 교수(사회학과)와 곽영빈 연구원(성균관대 비교문화연구소)의 토론이 이어졌다.

김경현 교수는 ‘너희가 힙합의 운율을 아느냐: 우원재의 랩 가사 읽기’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힙합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갔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미국의 인권 운동가인 W.E.B. 두 보이스가 제시한 ‘이중 의식’(Double consciousness)의 개념을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흑인들은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흑인’으로서의 두 가지 정체성을 함께 받아들여야 했다”며 “이런 이중의식 하에서 미국인이지만 인종이 달라 국민으로서 온전한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는 내면적 마찰에 대해 한풀이를 한 것이 최초의 랩”이라 설명했다. 흥얼거리듯 자신의 억울하고 슬픈 이야기를 읊는 랩에 흑인들이 갖는 특유의 리듬을 더한 것이 잘 알려진 지금의 힙합이 된 것이다.

김 교수는 앞서 설명한 힙합의 근원을 통해 한국 힙합의 특수성을 이야기했다. 그간 한국의 힙합은 몇몇 사람들에게 정통성의 측면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의 흑인 래퍼들과는 달리 한국의 래퍼들은 사회적으로 핍박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 비판의 골자였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흑인이 아닐지라도 자신의 랩을 통해 민족정신, 시대정신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하거나 가난의 설움을 나타낸다면 일종의 한풀이”라며 “한국의 힙합은 현대 대한민국에서 생길 수 있는 설움을 노래하므로 힙합의 질서를 따르면서도 한국의 특수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래퍼 우원재의 노래인 ‘시차’에서 한국만의 고유한 설움을 찾았다. 김 교수는 시차의 가사를 소개하며 “‘교수’라는 권위자의 권위에 대항하기 위해 강의가 시작하기도 전에 눈을 감아버린다는 내용을 담은 가사는 여러 경쟁에 치열하게 시달리고 있는 많은 한국의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홍석경 교수는 ‘방탄소년단의 특이성(Singularity): “LYS”월드투어를 통해서 본 BTS를 둘러싼 문화역학’을 주제로 K팝이 어떻게 보편성을 갖추게 됐는지 발표했다. 홍 교수는 특수했던 한국의 아이돌 문화가 전 세계에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다며 인기 아이돌 ‘방탄소년단’(BTS)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방탄소년단이 추구하는 자율적인 음악성, 있는 그대로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내는 자연스러움에서 방탄소년단의 성공 비결을 찾았다.

대중문화의 변방에 있는 대한민국의 중소 기획사에서 시작한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홍석경 교수는 ‘비주류의 승리’라 표현했다. 홍 교수는 “방탄소년단은 자신들만의 강점을 통해 새로운 대중 문화를 생산하고 이를 전파시켜 결국 기존에 없던 소비시스템까지 만들어 냈다”며 “이런 파급력은 서양의 팬들에게 인종과 성별에 대한 새로운 보편적인 인식까지 심어줬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백인 남성을 기준으로 형성돼온 질서에서 주변인에 해당되던 아시아인의 남성성이 방탄소년단을 거쳐 보편화한 것이다.

이날 포럼에선 세계에서 한국으로, 한국에서 세계로 뻗어나가는 서로 다른 방향의 문화현상이 다뤄졌다. 토론에 참여했던 곽영빈 연구원은 “일반적인 흑인들의 힙합이 한국적인 특수성을 띠어 한국 힙합이 됐고, 특수했던 한국의 아이돌 문화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세계의 보편적인 문화가 됐다”고 주장했다. 발표와 토론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대중문화를 다룰 때 특수성과 보편성을 함께 고려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현대 대중문화에서 특수성과 보편성은 더는 배타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

사진: 신하정 기자 hshin15@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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