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걷다 보면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바삐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렇듯 노래를 듣는 것은 사람들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으로 자리 잡았다. 노래를 즐겨 듣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 음원 플랫폼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스트리밍 음원 서비스 시장이다. 스트리밍 음원 서비스 시장의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문제도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스트리밍 음원 서비스 기업이 내놓는 해결방안은 미봉책 수준에 그치고 있다. 『대학신문』은 국내 스트리밍 음원 시장의 문제점과 지금까지의 해결방안을 짚고, 더 나은 스트리밍 음원 시장을 위해서 어떤 해결방안이 필요한지 살펴보고자 한다.




1 스트리밍 서비스, 언제부터 유명세를 탔나?

MP3 플레이어와 MP3 다운로드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CD의 시대가 저물고 디지털 음원의 시대가 열렸다. 이에 더해 다운로드 받은 음원을 저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애플의 아이튠즈가 등장하며 음원 다운로드 시장이 전체 음원 시장을 선도했다. 하지만 전용 어플리케이션과 무선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시장의 판도가 바뀌었다. 다운로드 서비스의 불편함이 한둘씩 드러나면서 다운로드 음원 시장이 스트리밍 음원 시장의 상승세에 점차 눌리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7 해외 콘텐츠 시장 동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파일 다운로드 시장 규모는 34억8500만 달러로 같은 해 스트리밍 시장 규모의 절반 수준이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다운로드 서비스에 비해 음악을 듣기 편하단 장점이 있다. 다운로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자신이 음원을 내려받은 기기에서만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휴대폰 저장 용량의 한계로 저장된 음악을 수시로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와 달리 대다수의 스트리밍 서비스에선 이용자는 최소 2대 이상의 기기를 등록할 수 있고, 아이디별로 재생목록을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기기에서 불편함 없이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 하지훈 씨(21)는 “다운로드 서비스를 이용했을 땐 늘 저장 공간에 대해 신경 써야 했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도 다운로드 서비스의 수요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에서 한 달에 100곡을 내려받으려면 약 2만 원의 이용료를 지불해야하지만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는 한 달 약 7천 원의 이용료만 지불하면 된다. 하 씨는 “가격 면에서나 편리함 면에서나 다운로드 서비스를 이용할 유인이 없었다”며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또한 스트리밍 서비스의 성장을 가속화했다. 이규탁 교수(한국조지메이슨대 교양학부)는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그에 따른 인터넷 보급률의 증가가 스트리밍 음원 서비스 시장의 성장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2 스트리밍 음원 시장, 이대로는 안 된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스트리밍 이용자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스트리밍 음원 시장에서 발견되는 문제점도 커지고 있다. 예명 ‘콧수염유치원’으로 활동 중인 싱어송라이터 홍현규 씨는 “앨범구매와 음원 다운로드는 ‘소유’의 개념이었지만 스트리밍 시대로 접어들면서 ‘소비’로 개념 전환이 이뤄졌다”며 “스트리밍 서비스의 편리함이 대중들을 사로잡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한 문제 대부분은 음원 창작자가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저작권자에게 돌아가는 터무니없는 가격=현재 스트리밍 음원 시장의 수익 배분률은 불공정하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창출한 수익 중 저작권자에게 돌아가는 부분은 16%에 불과하다. 2018년 현재 스트리밍 상품에 대한 창작자와 음원 플랫폼의 수익 분배 비율은 60:40으로 창작자가 총매출액의 60%를 가져가는데, 창작자 중에서도 작사·작곡·편곡자는 10%, 가수·연주자는 6%의 수익밖에 가져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중 44%는 제작사의 몫이다. 이마저도 음원 서비스 기업의 할인이나 묶음 상품으로 인해 반 토막이 나는 경우도 많다. 바른음원협동조합 신대철 이사장은 “현재 묶음 상품은 최대 75%까지 할인된다”며 “소비자는 적은 금액으로 많은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좋지만, 저작권자에겐 불리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한국저작권협회’와 ‘한국실연자협회’가 가져가는 수수료도 저작권자와 실연자의 수익을 갉아먹는다. 수수료는 저작권자와 실연자가 저작권 관리를 이들 협회에 위탁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이다. 하지만 한국저작권협회와 한국실연자협회는 음악의 사용처와 빈도수, 집계 결과에 따른 수익의 분배에 대해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다. 이규탁 교수는 “회계 감사를 통해 저작권자와 실연자가 협회에 지불한 수수료가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면서 “한국저작권협회와 한국실연자협회 모두 공기업이 아닐뿐더러 최근 몇 년 전까지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기 때문에 제대로 감사를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신대철 씨도 “현재 음원 사용료는 생산 비용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고 워낙 저렴하다 보니 제작비용이 많이 드는 음악을 제작하는 것이 어렵다”며 음악의 전반적인 질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실시간 차트, 잃어가는 신빙성=스트리밍 음원 서비스는 기존의 다운로드 서비스보다 차트 왜곡이 빈번하다. 다운로드 서비스의 경우, 재다운로드는 차트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한 사람이 여러 계정을 만들지 않는 이상 실시간 차트를 왜곡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스트리밍은 시간당 1회씩 반복해 반영되기 때문에 스트리밍 음원 시장에선 실시간 차트가 쉽게 왜곡될 수 있다.

음원 사이트가 실시간 순위 현황을 공개하는 것은 실시간 차트 왜곡을 초래한다. 한 음원 사이트에선 5분 차트와 ‘지붕킥’ 곡을 공개하는데, 5분 차트는 5분마다 음원의 순위를 공개하는 것을 의미하고 지붕킥은 실시간 최고치 점유율을 보인 곡을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더해, 최근 한 음원 사이트는 ‘데일리 리포트’란 이름으로 모든 곡의 24시간 이용자수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실시간으로 스트리밍 횟수와 그 격차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은 팬덤의 경쟁을 부추기도 한다. 이런 차트는 스트리밍 경쟁만을 과열시킬 뿐, 일반 서비스 사용자가 노래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을 주진 않는다. 이규탁 교수는 “음원 차트는 다른 사람이 어떤 음악을 듣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 처음 등장한 것”이라며 “한 시대의 취향을 형성하고 시대의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음원 차트가 기업이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음원 사이트가 특정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팬들 간 스트리밍 경쟁을 부추기는 것 또한 실시간 차트 왜곡의 주요한 원인이다. 멜론의 ‘아지톡’이 대표적이다. 이용자는 아지톡에서 스트리밍 인증을 하면서 팬덤 내 분위기를 조성한다. 아지톡과 같은 서비스는 각종 이벤트에 당첨될 확률과도 관련돼 있다. 이와 같은 서비스를 통해 팬들은 자신의 스트리밍 횟수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이를 다른 팬들과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팬들 간 경쟁이 과열될 수밖에 없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멜론만이 아니다. ‘지니뮤직’은 특정 가수의 음악을 많이 듣는 것에 따라 회원 간 등급을 매긴다.

◇한 기업의 독과점=현재 국내 스트리밍 음원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 기업의 독주가 눈에 띈다.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의 강자는 멜론이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멜론’의 이용자 수가 569만 명으로 1위고, ‘지니뮤직’ ‘카카오뮤직’ ‘네이버뮤직’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멜론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1027억 원으로, 2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2위를 달리고 있는 지니뮤직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일각에선 멜론의 독과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특정 기업의 독주는 시 장에서 결코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이규탁 교수는 “멜론이란 대기업의 차트가 대한민국 음악 산업 전체를 포괄하고 있다”며 “멜론은 음악 산업 진흥에 목적이 있기보다 이윤 극대화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이 독과점으로 인한 나비효과가 차트에서 드러나기도 한다. 특정 팬덤이 상대적으로 작은 플랫폼을 겨냥해 무한 스트리밍을 할 경우 차트 왜곡이 일어나는 것이다. 작은 플랫폼의 음원사이트든 차트는 그 당시 대중의 선호와 취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팬덤의 순위 올리기 경쟁을 돕는 도구로 전락한다. 대중음악평론가 이대화 씨는 “멜론은 실시간 차트 개편이나 분배율 등의 문제에 항상 느리게 대응해왔고 마지못해 변화하고 있다”며 “음원 시장의 여러 문제점을 멜론이 앞장서지 않으면 바꿀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멜론이 해묵은 문제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얼른 해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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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2017 음악 산업백서

3 터진 부분만 겨우 메워버리는 미봉책

그간 정부와 기업은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놨지만 모두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그쳤다. 홍현규 씨는 실시간 차트 왜곡에 대응하는 해결방안에 대해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는 방법일지 몰라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오히려 그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음원 전송사용료, 저작권자의 편으로 한걸음=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6월 음원 전송사용료 징수 규정 개정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것이 제대로 된 구제책으로 기능할지에 대해선 의문점이 남는다. 먼저 수익 분배 비율에 대한 내용이다. 개정안으로 인해 스트리밍 상품에서 권리자와 사업자 간의 수익 배분 비율이 기존 60:40에서 65:35로 변경돼 권리자의 몫이 확대됐다. 하지만 사실상 권리자가 체감하는 효과는 미미하다. 음악실연자연합회 관계자 A씨는 “스트리밍의 경우 인상분 총 5% 중 0.25% 포인트만 실연자 인상분에 반영돼 체감 인상률이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음원 사업자의 수익 배분 비율이 감소함에 따라 음원 플랫폼은 기존의 수익을 유지하고자 사용료를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한 음원 플랫폼은 “음원 전송사용료 징수 규정이 개정됨에 따라 소비자 가격을 2~3배 인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규탁 교수는 “이용료 인상이 실연자의 수익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라면 나쁘지 않다”며 “하지만 이용료 인상이 음원 서비스 기업의 이윤 극대화가 목적이라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불법다운로드 시장에 대한 수요를 음원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로 유도하기 위해 저가 마케팅 정책이 유지돼 왔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가격 인상은 소비자가 다시금 불법다운로드 시장으로 몰리는 역효과를 불러온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2017 음악 산업백서

현행 징수 규정 상 결합상품 중 스트리밍 서비스에 적용됐던 50% 할인율은 2020년까지 유지되고 2021년부터는 폐지된다. 음악 실연자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지만 이견도 있다. 음악실연자연합회 관계자는 “음원 시장이 다운로드 상품을 스트리밍 상품과 묶어서 판매함으로써 다운로드의 수요를 유지할 수 있어야 했다”며 “결합상품이 폐지된 후 기존의 결합상품 이용자가 스트리밍과 단건 다운로드를 따로 이용할 가능성은 희박해 결국 전체 시장 규모를 축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이번 개정안은 기존 가입자에게 소급 적용이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서비스 이용자가 이미 자동결제 이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만큼 개정안의 효과가 나타날 것인지는 미지수다. 신대철 씨는 “소급 적용은 어쩔 수 없는 문제”라면서 “징수 규정 개정안의 방향은 묶음 상품에 대한 할인율을 폐지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시간 차트의 신뢰성을 높이려는 노력=2017년 2월 27일 시행된 음원차트 개편안은 △자정에 발매된 음원은 다음날 13시 순위부터 차트에 반영 △12시부터 18시에 발매된 음원의 순위는 바로 실시간 차트에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멜론과 지니뮤직, 엠넷 등 8개 음원사이트 등은 해당 개편안을 즉각 실행에 옮겼다. 이에 따라 90%에 이르는 가수들이 앨범 발매를 자정에서 정오나 오후 6시로 옮겼다. 결국 스트리밍 경쟁이 과열되는 시간대만 옮겨갔을 뿐 차트 왜곡은 이전과 다르지 않게 됐다. 따라서 이 개편안은 스트리밍 경쟁 과열로 인한 실시간 차트 왜곡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편 지난 7월부터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는 새벽 1시부터 오전 7시까지인 새벽 시간대 실시간 차트 운영을 중단했다. 이 ‘프리징’ 기간엔 각 음원 사이트의 메인 페이지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에 새벽 1시를 기준으로 한 실시간 순위가 6시간 동안 변동 없이 노출된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의 마지막 집계 발표가 이뤄지는 새벽 1시엔 차트에 진입하기 위한 경쟁, 이른바 ‘총공’이 치열해지고 있다. 총공은 아이돌 팬들이 특정 시간대에 특정 곡을 다운로드하거나 스트리밍해 실시간 차트 순위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각종 팬덤은 총공을 위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개설하거나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 등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그간 총공은 흔히 신곡이 공개되는 시간에 이뤄졌지만 차트 개편 후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총공 시간대가 두 개로 나뉜 것이다. 아이돌 팬클럽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이수지 씨(20)는 “음원 사이트가 새벽 시간대에 차트를 고정시키자 ‘총공’이 자정부터 새벽 1시까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새벽에 실시간 차트 운영이 없어진 만큼 낮 시간대에 과감히 사재기를 시도할 수도 있다. 홍현규 씨는 “음원 사재기란 불법 행위가 상대적으로 심야 시간에 자행되기 쉬운 것뿐 낮 시간대에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며 “더 진화한 사재기 방법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고, 강화된 제재를 교묘하게 피해가려는 불법 행위도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심야 시간대에 실시간 차트를 운영하지 않는 것은 불법 음원 사재기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다.




4 문제아에서 모범생으로, 스트리밍 음원 시장이 나아가야 할 길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음원 사용료=저작권자와 실연자, 기업, 그리고 소비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하는 것 역시 음원 시장의 과제로 꼽힌다. 이에 대해선 여러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실연자에게 음원 가격 결정권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홍현규 씨는 “해외처럼 가격 결정권의 일부를 권리자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국내 음원 전송료 징수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사용료를 올리더라도 구체적인 음원 수익의 분배율을 소비자가 알아보기 쉬운 곳에 명시해야 한다. 소비자가 스스로 음원 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음악실연자협회 관계자는 “권리자 배분율은 누구라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므로 소비자가 슬기롭게 상품 가격이 적정한지를 꼼꼼히 따져서 선택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음원서비스를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 음원 권리자의 권익 보장으로 이어진다는 책임감을 느끼게 돼 향후 점진적인 음원 가격의 인상에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수익 창출 방식에 전체적인 변화를 꾀하는 것도 모두가 만족할 가격을 책정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스웨덴의 음원 서비스 기업 ‘스포티파이’의 경우 광고 지원 스트리밍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무료로 음악을 듣는 대신 광고를 함께 듣는 수고로움을 감수할 것을 소비자에게 요청하고, 광고료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블록체인 기반의 스트리밍 방식도 최근 주목받고 있다. 한국의 스타트업 ‘뮤지카’같은 경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현재 많은 액수의 수수료를 챙기고 있는 음원 중간유통업체를 뛰어넘고자 한다. 중간에서 생기는 비용을 없앰으로써 아티스트의 수익을 늘리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믿고 볼 수 있는 실시간 차트=실시간 차트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선 각계각층의 노력이 요구된다. 우선 불법적인 방식으로 실시간 차트를 장악하는 이들을 잡아내기 위한 기업의 꾸준한 자정 노력과 소비자의 현명한 소비가 필요하다. 이규탁 교수는 “불법 매크로를 사용하는 브로커를 잡아내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며 “매크로 사용자를 잡아내는 것은 사용자 수의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선 불리하다”고 말했다. 기업이 음원 생태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소비자가 나서서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이 교수 역시 “빠른 해결을 위해서는 소비자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실시간 차트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실시간 차트의 신뢰 회복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미국의 빌보드 핫 100이나 빌보드 200과 같은 종합 차트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14년부터 개편된 빌보드 200 차트에서 순위권에 오르려면 앨범 판매와 다운로드·스트리밍 횟수에서 고른 성적을 보여야 한다. 음원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방송 에어 플레이, 뮤직비디오 조회 수 등 다양한 지표를 반영하는 종합차트와 음원사이트의 차트가 공존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현재 우리나라엔 정부의 인증을 받아 운영되는 ‘가온차트’가 존재한다. 하지만 가온 차트의 메인 차트인 ‘가온 디지털 차트’는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BGM 횟수를 합친 결과만을 반영하는 만큼 빌보드 핫100과 같은 종합차트라고 보긴 어렵다. 이규탁 교수는 “가온 차트가 장르별 차트만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공신력을 가질 수 있는 종합 차트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상에서 쉽게 듣고 지나치는 음악엔 너무나도 많은 이들의 기쁨, 슬픔 그리고 삶이 들어있다. 많은 이들의 관심과 지지로 실시간 차트에 진입하고 계속해서 가수 활동을 이어가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 문턱도 넘지 못한 채 꿈을 접어야만 하는 이가 있다. 기업과 소비자가 보다 성숙한 태도로 산업을 대할 때 음원 시장 생태계는 개선의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레이아웃: 강세령 기자 tomato94@snu.kr

삽화: 손지윤 기자 unoni0310@snu.kr 권민주 기자 kmj4742@snu.kr 홍해인 기자 hsea97@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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