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베테랑

이번 연재는 10년 이상 우리 학교 구석구석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베테랑’ 직원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기획됐다. 『대학신문』에선 총 여섯 명의 베테랑을 만나볼 예정이다.

어둑한 저녁 문화관(73동)에서 근무하던 오명근 씨를 만났다. 오 씨는 기자가 건낸 사전질문지를 들고선 인터뷰 중 환하게 웃어보였다.

‘방호원’이란 직업은 많은 이들에게 낯설 것이다. 현재 서울대엔 총 8명의 방호원이 있다. 이들은 학교를 경비하지만 경비원은 아니다. 치안을 유지하지만 청원경찰 또한 아니다. ‘방호원’이란 이름을 가진 이들은 본부에서 직접 고용한 정규직 직원들로, 행정관, 학생회관 그리고 문화관(73동) 등 여러 건물에서 상주하며 안내를 돕고, 순찰을 돌며 행사를 지원한다. 이들은 학생 시위나 농성이 있을 때 학생 반대편에 서 행정관 문을 지키기도, 바쁜 행사철엔 학생들 옆에서 학생회관 라운지를 관리하기도 한다.

◇어떻게 서울대에서 일하게 됐는가?=군에서 20여 년을 근무하다 퇴직했다. 우연히 TV를 통해 서울대에서 방호원을 모집하는 것을 보고 지원했다. 서류 심사를 통과한 10명 중 면접을 통해 최종 2명을 가려냈는데, 처음엔 이 단계에서 떨어졌다. 3개월 뒤 합격자 한 명이 일을 그만두면서 차점자였던 내가 운 좋게 2008년 8월에 입사했다. 당시엔 소방 자격증 혹은 체육 관련 학위 소유자, 제대한 장교가 주로 지원하는 등 방호원 입사 경쟁이 치열했다.

◇일과를 소개해 달라=오전 8시 30분에 출근한다. 출근한 뒤엔 행정관 1층 방호원실에서 근무복인 양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일을 시작한다. 행정관에 2명, 학생회관과 문화관, 정문과 후문에 각 1명씩 매일 순환 근무를 한다. 정해진 일정은 없고 순찰 및 안내 등을 계속한다. 행정관의 경우 근무자 두 명이 교대로 1시간 반씩 행정관 문 앞에서 직원에게 인사하고 방문객을 안내한다. 보통 11시쯤 가성비가 좋은 1,700원짜리 식사를 점심으로 먹는다. 다만 자리를 오래 비우진 못해 점심을 빨리 먹고 오는 편이다. 방호원 7명이 돌아가며 한 달에 4~5번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야간 근무를 한다. 이때는 행정관과 학생회관, 그리고 문화관을 한 명이 돌며 새벽 동안 순찰한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는가?=시흥캠퍼스 실시협약 반대의 의미로 학생들이 본부점거를 한 날 마침 내가 근무 중이었다. 실제로 그날 몸싸움이 있었고, 학생들이 많다 보니 방호원이 밀려 결국 행정관이 뚫렸다. 행정관을 지켜야 하는 입장에서 내 역할을 다 하지 못한 것 같아 아직도 미안함을 느낀다. 점거 이후엔 화재 등 긴급 상황에 대비해 한동안 학생 보호 차원으로 행정관에서 계속 근무했다. 하지만 나중엔 점거 학생들에 의해 쫓겨났다. 그래도 그렇게 학생들과 자주 마주하다 보니 자연스레 얼굴을 익혔다. 이젠 점거를 주도했던 학생들과도 학교나 녹두거리에서 마주치면 서로 인사한다.

◇11년간의 근무 중 서울대가 가장 달라진 점은?=방호원은 이제 서울대에서 점점 없어지는 추세다. 연말에 방호장이 퇴직하면 내가 그 자리를 대신할 예정이며, 내년 말이면 방호원 8명 중 3명만 남는다. 청원경찰이 이미 방호원의 업무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 방호원을 채용하지 않는 것 같다. 이 점이 조금 아쉽다.

◇일을 할 때 지키는 마음이나 신념이 있다면?=매일 아침 출근하며 마음을 비우고, 겸손하게 사람을 대하겠다고 생각한다. 불평, 불만 없이 긍정적인 사고를 하려고 노력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에서 근무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자랑스럽다. 퇴직하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

사진: 신하정 기자 hshin15@snu.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