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진 기자
사진부

“사진 찍는 게 가장 쉬웠어요.”

『대학신문』에 들어오기 전엔 사진이 참 쉬웠다. 내게 사진은 ‘그 순간을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하나의 매개체’였다. 한번 지나가 버리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이 시간을, 나와 함께한 사람들을 기억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사진을 찍었다.

『대학신문』에 들어온 지도 반년 정도가 지난 지금, 사진이 참 어렵다. 카메라를 다루는 법을 배웠고, 조명이 너무 강하거나 약할 때 밝기를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도 배웠고, 사진을 보정하는 법도 배웠다. 이전에는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됐는데도 오히려 사진은 어려워졌다. 좋은 구도, 색감, 초점, 평행. 아는 것이 늘어난 만큼 신경 써야 하는 것도 늘어나서 그런 것 같다. ‘좋은 사진’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자주 하는데도 아직 답을 모르겠다.

특집 기사를 준비하면서 참 많은 것이 낯설고 어려웠다. 기획안을 쓰는 것도 취재를 가는 것도 어려웠지만, 내 기사를 무서워했던 게 가장 나를 힘들게 했다. 신문의 한 면을 내가 오롯하게 채운다는 게 상당히 무서웠다. 멀리 가야 한다는 게 두려운 게 아니라, 그곳에서 좋은 사진을 찍어오지 못할까 두려웠다. 내 사진과 글이 기사가 아니라 한 편의 수필이 돼 버릴까 무서웠다. 그래서 찍고 또 찍었는데도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특집기사의 소재가 다양한 지역을 배경으로 했던 만큼 기차 안, 버스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어림짐작으로 이동시간만 30시간 이상이었다. 시험 기간엔 이동하면서 시험공부를 하기도 하고, 과제를 하기도 했다. 중간고사가 끝난 뒤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대학신문』이 그걸 왜 다뤄야 하나요?’ 나는 묵묵부답이었다. 혼자 고민하다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했는데도 나는 답을 구할 수 없었다.

기사를 끝내고 취재 수첩을 작성하면서 문득 떠올라 찾아본 『대학신문』 입사지원서에서 답을 찾았다. 그곳에서 나는 『대학신문』을 ‘내가 놓쳤던 수많은 순간에 주목해 이를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곳’이라 말하고 있었다. 나는 『대학신문』 기자로서 많은 사람이 놓치고 말았을 그 순간순간을 담아서 전달해야 하는 것이다. 기사가 마무리된 지금, 6개월 전의 나에게서 답을 얻었다는 사실이 참 묘했다. 적어도 누군가는 보지 않았을 이 사회의 한 부분을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내가 쓴 기획안이 후회로만 기억되진 않을 것 같다.

사진은 많은 이들이 놓치는 ‘순간’을 담는다. 놓치지 않기 위해 카메라 설정을 연속사진으로 해두고, ‘좋은 순간’을 보여주기 위해 사진을 찍고 또 찍는다. 그런데 그렇게 찍힌 수많은 사진 가운데 한 장을 고르는 그 순간, 우리는 또 그것 외의 수많은 순간을 ‘놓칠’ 수밖에 없다. 이 모순적인 사실이 나는 싫지만은 않다. 그 사실이 더 많은 셔터 소리를 만드는 것이라 믿는다. 나는 내일 또 어떤 순간은 카메라에 담고 어떤 순간은 놓칠 것이다. 나는 순간을 찍고, 순간을 놓치는 『대학신문』의 사진기자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