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선 견제하는 평의원회로 거듭나야

학칙상 서울대의 결정권은 사실상 총장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대외적 측면에서 볼 때는 학교의 권한은 그리 크지 않다.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원의 정원과 예산 등의 결정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획에서는 학내 의사결정과정의 문제점과 교육부와 학교와의 관계를 살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진단하고자 한다.

8월 21일(목) 서울대는 ‘서울대 운영체제 개선을 위한 학칙 및 총장후보추천에 관한 규정 등 개정안’을 최종 확정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심의권만을 가졌던 평의원회가 ▲학과(부)의 설치와 폐지에 관한 사항 ▲교원인사의 기본방침에 관한 사항 등에 대해 의결권을 갖게 됐다.


학칙이 개정되기 전까지 서울대에는 학교 전반에 관련된 사항을 의결할 수 있는 기구가 없었기 때문에 사실상 최종결정권은 총장에게 일임돼 있었다. 평교수로 구성된 단과대 교수회만이 각 단과대와 관련된 사항에 관해 의결권을 가질 뿐이었다. 그러나 이번 학칙이 확정됨에 따라 평의원회가 새로운 의결기구로 부상하게 됐다.
또 기존 40인 이내였던 평의원 수를 50인 이상 100인 이내로 확대하고 평의원이 아닌 교수·학생·직원·동문·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둬 학내외 인사들이 심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번에 개정된 학칙에 대해 교수협의회(교수협)는 성명서를 통해 “평의원회의 기능을 강화했다고는 하나, 총장을 견제할 수 있는 의결기구로 기능하기에는 미흡하다”며 “평의원회의 기능에 대한 규정이 모호하고 예산 운영에 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의결권이 부여되지 않아 학칙 전과 같이 단순한 자문기구로 머무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역으로 총장에 대한 교수들의 견제가 심할 경우, 총장이 교수들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내세우기 어렵게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총장 선거를 살펴보면 교수들의 복지를 위한 공약은 많이 나왔지만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토의는 거의 없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세대는 형식적으로 이사회의 동의절차를 밟기는 하지만 인사권과 대학 재정 등 대학운영에 대한 부분은 전적으로 총장에게 맡기고 있다. 일단 총장이 선임되면 이사회는 학사행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는 대신 감사를 통해 균형을 유지한다. 감사에서 지적된 내용들은 총장, 처·실장, 행정과장을 대상으로 감사강평을 하면서 시정하고, 이를 이사회에 보고해서 사안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


한편 이번 학칙 개정으로 평의원회는총장선출에 관여할 수 있게 됐다. 대학(원)에서 총장후보선출위원회를 구성하던 것과는 달리 앞으로는 평의원회가 2주일 이내에 1/4이하의 평의원회 위원과 평의원회가 정한 기준에 따라 선정된 교수 50인 이내의 위원이 총장 후보를 선출하게 된다.


그러나 서울대는 평의원회에 교직원과 학생대표가 참여할 수 없어 구성원들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한다는 취지가 무색하다는 평가도 있다. 반면 경상대의 경우 총회에서 교수 34명, 직원 3명, 학생 3명이 참여하는 평의원회를 학칙기구로 의결하고, 이 평의원회에서 총장선출과 관련된 논의를 진행한 끝에 지난 4일 교수, 직원, 학생이 총장 선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학칙이 어떻게 개정됐느냐 보다 앞으로 어떻게 운영되는지가 관건인 만큼 평의원회가 의결기구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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