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의 뜨거운 감자가 된 사립 유치원, 그 실태를 알아보다

지난달 10일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공론화한 사립 유치원 비리 문제가 연일 화제다. 사립 유치원 원장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감사에 적발된 유치원 명단을 공개한 박용진 의원은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에 교육부를 비롯한 여당 의원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자유한국당과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반발로 난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을 비롯한 원생 학부모들은 사립 유치원의 비리에 분노하며 개선을 촉구하고 있어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대학신문』은 사립 유치원 문제를 둘러싼 쟁점과 나아갈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사립 유치원은 이윤 창출의 장인가 교육의 현장인가=사립 유치원의 회계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처음이 아니다. 유아교육기관에도 일반 학교법인과 같은 기준으로 회계 감사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 개정안이 지난해 9월통과됐다. 그러나 사립 유치원 측은 개인의 재산권을 제한한다고 반발하며 대대적인 집단 휴업을 벌였다. 지난 14일(수) 한유총의 주관하에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립 유치원 이대로 지속가능한가’를 주제로 하는 정책토론회에서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 원장은 “의사들은 동네 환자에게 100원을 받고 건강보험공단에서 200원을 받아도 정부에게 보고할 필요가 없는데 왜 학부모에게 지원금을 받는 사립 유치원은 정부에 보고하라고 요구하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사립 유치원 설립자들이 유치원을 개인 소유물로 인식하고 있다는 관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사립 유치원을 개인 소유물로 보는 시각은 공공성을 보장해야 하는 교육기관의 섭리에 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하는 엄마들’ 회원인 대학원생 A씨는 “교육기관은 일반 학원이나 자영업과 성격이 다르다”며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특정 지역의 인원수에 따라 인가가 나기 때문에 일종의 보장된 시장”이라고 주장했다. 한유총은 지난달 18일 입장문에서 “사립 유치원 설립자가 자신의 출연금액을 회수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 원칙상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A씨는 “일방적으로 유치원에 쓴 돈을 회수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은 교육에 대한 공공성이 결여된 인식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을 보면 “사인이 설치·경영하는 학교 역시 국가의 정책과 사회의 공공기관의 의무와 설립 목적에 반해선 안 된다”고 명시돼있다. 사립 유치원 회계 문제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유치원 역시 엄연한 교육 기관의 일종으로 공공재적인 측면을 가지며, 교육 기관은 경쟁 시장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한유총 관계자 B씨는 “사립학교는 그 특성상 자율성과 공공성을 모두 갖는다”고 반박하며 “사립유치원을 사립학교로 뭉뚱그린 것도 문제가 있을 뿐더러 사립 유치원은 재산세와 상속세를 내야 하는 개인 자산의 영역”이라고 개인 소유물로서의 성격을 강조했다.

사진 ①

◇사립 유치원, 결국 법이 문제다=사립 유치원을 둘러싼 갈등은 결국 ‘사립학교법’에서 빚어진 것이다. 사립학교법 제정 당시엔 국가의 재정 상태가 상당히 열악했기 때문에 교육 부분은 민간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럼에도 유치원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전두환 정부는 1981년 ‘유아교육진흥종합계획’을 수립해 유치원 취학률을 높이고자 했고 사설 학원과 무인가 유치원을 정식 유치원으로 인정해 설립 기준을 완화했다. 하지만 2012년부터 정부 지원금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2012년 이후 사립 유치원에게도 법인에 적용되는 회계 의무가 부과되기 시작했다. 김정호 전 특임교수(연세대 경제대학원)는 “2012년까진 개인 돈과 유치원 돈의 구별이 되지 않았다”며 “2012년에 갑자기 회계 방식을 바꾸면서 그전까지 구별 없이 지출하던 것도 횡령이 돼버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사립 유치원 설립 당시의 법률과 현행 법률 사이의 시차로 혼선이 생긴 것이다. 김 전 특임교수는 “갑작스러운 회계 방식 변화를 고려해 볼 때, 현재 사립 유치원 비리에 대해 제기되는 비판이 지나치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립 유치원을 둘러싼 법률의 시차를 좁히기 위해 새롭게 제시된 ‘유치원 정상화 3법’(그림➀)에 대한 공방이 치열하다. ‘사립학교법’은 “관할청은 사립학교의 교원에게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감사 결과에서 문제가 발견돼도 국가에 의한 징계가 불가능하다. 이에 박용진 의원은 “유치원 정상화 3법을 통해 사립 유치원이 비리에 대한 국가의 징계를 반드시 수용하도록 하고, 시·도 교육감에게 사립 유치원 회계 시스템 설치 및 운영권을 부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유총은 지난 11일 ‘유치원 정상화 3법에 대한 수정요구안’을 발표하며 반발했다. 첫째로 한유총은 “현 안에 따르면 국가의 징계에 대해 해명할 수 있는 의견 진술권이 박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사립학교법’ 66조에 “징계 절차상의 하자로 징계처분이 무효가 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한유총은 또한 “교육감에게 운영권을 주면 법률이 아닌 교육감만의 판단으로 사립 유치원 설립자의 개인 재산권에 과도한 침해가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유총이 줄곧 주장해 온 ‘사적 재산으로서의 사립 유치원’의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불투명한 돈 관리, ‘깜깜이’ 회계=유치원 정상화 3법 지지자들은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 유치원 운영의 투명성이라고 말한다.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을 들여다보면 회계 관리 업무를 전자적으로 처리할 것, 즉 ‘에듀파인’을 도입한다는 내용이 명시돼있다. 에듀파인은 국공립 유치원에서 사용되고 있는 전자 회계 프로그램을 말한다. 박용진 의원은 “에듀파인 도입에 따라 교육 당국이 회계 내역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회계 부정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달 19일 한유총은 “에듀파인은 사립 유치원의 특수한 상황이 반영되지 않아 적합한 재무·회계 규칙이 아니다”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한유총은 “지난 5년간의 감사 결과에서 경미한 위반이 90% 이상으로 집계됐는데 에듀파인 사용을 강제하면 이런 단순 실수로 인한 위반까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참여연대 복지·조세팀 김남희 팀장은 “에듀파인은 지출·세입을 정확하게 기록하는 프로그램일 뿐”이라며 “이를 거부하는 것은 회계 내용을 누락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은지 의심하게 만든다”고 반박했다.

정부의 지원금 형태에 대한 논박도 이어졌다. 현재 유아교육을 지원하는 누리과정 지원금은 ‘아이행복카드’에 입금되는 형태로 이뤄지는데 이를 두고 한유총과 학부모 단체의 의견이 갈린다. 한유총은 “정부 보조금이 유치원에 이익을 준 것처럼 호도되고 있으나 실상은 학부모에게 ‘아이행복카드’ 형식으로 주어지는 간접적인 지원방식”이라며 “학부모의 부담금만 줄어든 것이지 사립 유치원이 수익금을 얻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남희 팀장은 “누리과정 지원금이 ‘아이행복카드’의 형태로 학부모에게 지급되고 있지만 실제로 유치원 학비로 대부분 사용돼 사실상 학부모 손을 거치지 않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누리과정 지원금에 한 해 2조 원 이상의 정부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관련 논란은 정리조차 되지 않은 형국이다. 유치원 정상화 3법엔 이렇게 학부모의 손을 거쳐 유치원으로 간 돈이 ‘눈먼 돈’이 되지 않도록 누리과정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꾸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박용진 의원은 “지원금 액수 자체에 변화를 주는 것이 아니라 지원금을 보조금 형태로 바꿔 ‘용도 외 사용’을 금지하는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도록 하고, 횡령죄 적용이 가능하게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로에 선 사립 유치원=한유총은 지난 19일부터 국회 앞에서 유치원 정상화 3법에 대한 철회를 주장하며 영세 유치원 존립을 위한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했다. 한유총은 사립 유치원을 법인으로 전환해 설립자가 원장이 될 수 없다는 조항이 실질적으로 설립자의 생계유지를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김정호 전 교수는 “설립자가 원장을 겸임해야만 급여를 받을 수 있는데 겸임을 금지하게 되면 설립자는 이사장인 채로 무급 봉사를 해야 하지 않냐”며 한유총의 입장을 지지했다. 또한 한유총은 “급식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조항에 대해서도 영세한 사립 유치원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역시 사립 유치원 개정 법안에 부정적이다. 지난 15일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사립 비리는 반드시 근절돼야 하지만 교육 창의성과 사유 재산을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유치원 정상화 3법이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이런 논의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치원들은 집단 폐업까지 예고했다. 당장 아이를 맡겨야 하는 학부모들 입장은 난처할 뿐이다. A씨는 “사립 유치원이 정부가 제시하는 일괄적 시스템을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을 보면 뭔가 숨기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립 유치원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국공립 유치원의 역할 확대가 제시되기도 한다. 김남희 팀장은 “유아 교육의 공공성이 특히나 중요한 이유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비유권자의 교육권이 특별히 침해돼선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 역시 “현존하는 국공립 유치원 정상 운영을 위해 국공립 유치원에 종일반과 통학버스 운영을 확대하는 것을 제안한다”며 “국공립 유치원에 대한 사전 정비작업을 통해 유아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만큼은 공공적 성격을 지키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직접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 역시 유아 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국공립 유치원 확대를 2021년까지 달성하겠다는 정책을 냈다.

지난 12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자유한국당의 법안이 나온 뒤에야만 박용진 의원의 법안을 심사할 수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해 회의를 지연시킨 바 있다. 이처럼 사립 유치원 개혁 논의는 번번이 반대 의견에 부딪혀, 현재 국회에서 지지부진한 논의 끝에 계류된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은 58건에 이른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국정감사를 통한 이슈 몰이에 그쳐선 안 된다. 사립 유치원을 둔 진통이 계속되는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아이를 둔 부모들이다. 사립 유치원을 둘러싼 이권 갈등이 조속히 해결돼 학부모가 유치원에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삽화: 홍해인 기자 hsea97@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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