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빈
전기정보공학부석·박사통합과정

2016년,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 있었다. 이세돌을 상대로 한 알파고의 승리. 인공 지능시대의 서막을 올리는 사건이었다.

현재 세계적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가 모든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알파고와 비슷한 인공지능이 가지는 분명한 한계점은 소비하는 전력에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40년엔 이를 구동하는 데 화력발전소가 1억 개 이상 필요하다는 예측마저 있는 상황이다. 아무리 성능이 좋다고 하더라도 바둑을 두는 데, 사진을 분류해주는 데 발전소가 하나씩 필요하다면 일상생활에서 AI가 활약하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때 과학자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인간의 두뇌였다. 인간의 두뇌는 1억 배나 적은 전력으로 좋은 성능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를 모방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인공지능이 학습을 하는 데 가장 밥을 많이 먹는 분야는 놀랍게도 ‘곱셈’이다. 곱셈 한번이야 인간보다 월등히 잘 하겠지마는 그것이 수만 번, 수억 번 누적되면 컴퓨터도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인간은 자연스럽게 곱셈과 덧셈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은 바로 반도체 기술에 기반하고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기업들은 새로운 구조의 ‘전자두뇌’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 기반은 지구를 이루고 있던 모래의 주 성분인 ‘실리콘’(Si)이었다. 2013년 미국의 IT 기업 퀄컴은 ‘제로스’(Zeroth)를, IBM은 ‘트루노스’(TrueNorth)라는 장치를 발표했고 기존 방식과 비교해 전력을 1만분의 1만큼만 사용하는 가시적 성과를 얻어냈다. 같은 일을 하는 데 밥을 더 적게 먹는 장치라면, 더 많은 또 더 어려운 일을 시킬 수 있기 마련이다. 미국 인텔은 ‘로이히’(Loihi)를 발표하며 2019년까지 생쥐 수준의 두뇌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우리 삶 속에 높은 수준의 AI가 침투하는 일까지 카운트다운만 남은 상황인 것이다. 심지어 이미 낮은 수준의 AI는 우리 삶 속에서 크게 활약하고 있다. 앞으로 점점 발전 속도가 빨라지는 이 기술은 당장 10년 후의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기대가 되고 얼른 감상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런 인공지능이 수많은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하면 인간의 가치는 필연적으로 위협받기 마련이다. 과거 수렵시대엔 더 빠르고, 힘이 센 사람이 더 큰 가치를 가졌다. 그러나 3차 산업혁명 이후 육체적인 역량은 수많은 기계들로 대체되며 가치가 폭락했고, 스포츠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됐다. 그러자 사람들은 인간의 고유한 능력인 지능과 생각에서 가치를 찾았다. 언젠가 지성의 영역도 AI에 의해 대체될 것이다. IBM 사의 왓슨은 의학계에선 기본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시작했고 법조계에선 수많은 판례를 학습하고 있다. 여기에 인간의 고유한 가치라고 여겨지던 창의성과 도덕적 판단마저 AI에게 넘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의 가치는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반드시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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