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신문』을 떠나며
『대학신문』을 떠나며
  • 이용진 부편집장
  • 승인 2018.11.2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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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진 부편집장

나는 항상 유독 가을을 탔다. 무더웠던 여름이 가고, 바람이 차가워질 때쯤이면 왠지 모를 외로움과 회한의 감정들이 찾아오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 감정들은 아마도 한 해가 지나감과 동시에 뭔가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아쉬움에서 연유했던 것 같다. 한 해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는다는 것은 내겐 단지 달력의 숫자가 바뀐다는 것 그 이상의 의미였으리라.

그리고 올 가을은, 특히나 더 많은 것들을 떠나보내야만 했다. 아직도 과천의 댁에 찾아뵈면 당신의 책상에서 책을 보시다가 반갑게 맞아주실 것만 같은 할아버지를, 지난달 마음의 준비를 할 새도 없이 사흘 만에 갑자기 보내드려야만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2년 반 동안 대학생활을 함께했던 『대학신문』을 떠날 때가 됐다는 것이, 첫 눈이 온 아직까지도 때늦은 가을을 타게 만드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처음 『대학신문』에 들어왔을 땐 정말 이해되지 않는 게 많았다. 주간 및 자문위원 교수진의 참석 여부만 달랐을 뿐 내용이 똑같은 회의를 왜 두 번씩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지면에 직책을 표기할 때 ‘사회대 전 학생회장’으로 할지 ‘전 사회대 학생회장’으로 할지를 갖고 30분 넘게 토론하는 걸 보면서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친구들에게서 ‘기자놀이 하고 왔느냐’ ‘아무도 안 읽는데 예산낭비 아니냐’와 같은 말을 들을 때면 이제라도 그만둬야 하는 게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대학신문』의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방학 때 하고 싶었던 프로그램을 포기해야만 할 때면 『대학신문』에 들어온 것이 너무 후회되고, 이곳에 지원한 과거의 나 자신이 너무 싫어지곤 했다.

하지만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2년 반이나 머물게 한 것은,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대다수의 사람들은, 한없이 이기적이고 옹졸한 내 자신에 비해 정말 훌륭한 사람들이었다. 기사에 필요한 인터뷰 한 줄을 추가하기 위해 연락이 닿지 않는 관계자에 끊임없이 전화하고 찾아갔다. 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같은 사진을 수없이 찍어왔다. 지면에 실리는 문장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에 문제가 없는지,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는지 고민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지만 영상 만드는 법을 익혀가며 기사를 풍성하게 해줄 영상을 만들어냈다. 개인적인 아픔이 있는 순간에도 자신의 자리에 주어진 책임감으로 내색하지 않고 맡은 바를 다했다. 『대학신문』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자신의 커리어에 중요할 수 있는 활동들도 포기했다. 내가 『대학신문』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다.

그래서 차마 그만둘 수 없었다. 그만큼의 열정도, 능력도 없는 사람이라 내가 할 수 있는 건 자리라도 지키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2년 반이 흘렀다. 하고 싶은 것도, 꿈도 많은 새내기였던 수습기자는 어느새 퇴임을 코앞에 둔 부편집장이 돼 마지막 ‘맥박’을 쓰고 있다.

내가 이렇게 『대학신문』의 이야기를 지면상에 소개한 건, 워낙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에 서툰지라 『대학신문』 기자들에게 하고픈 말을 이렇게라도 전달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사실 그보단 이 글을 읽을 독자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다. 지금 이렇게 매주 나오는 신문은, 약 2년 전 학생기자들이 주간 교수의 독단적인 운영과 편집권 침해에 항의하는 뜻에서 진행한 백지발행을 겪고 나서야 나온 신문이며, 매주 서른 명이 넘는 기자들이 오롯이 좋은 기사, 좋은 신문을 위해 자신들의 문화생활, 인간관계, 심지어는 학업까지 바쳐가며 만든 신문이다. 『대학신문』에 들어오기 전 내 자신이 그랬듯 거의 대부분의 서울대 구성원들에게 『대학신문』은 버들골에서 깔고 앉을 좋은 돗자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겠지만, 적어도 이 ‘맥박’을 읽은 사람들은 『대학신문』이 어떻게 나오는지, 『대학신문』의 기자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노력해서 이 신문이 나오는지 알아줬으면 좋겠다. 이 ‘맥박’을 끝으로 나는 떠나도 이곳, 75동 2층 『대학신문』 편집국에 남아 적막한 캠퍼스의 밤을 홀로 외로이 지킬 이들에 대한 격려를, 『대학신문』 전 간사였던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말로 갈음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대학시절을 허망하게 날려버리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대학신문』 기자가 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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