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어떻게 해야 최고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최저임금, 어떻게 해야 최고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 대학신문
  • 승인 2018.11.2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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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최저임금 정책이 나아갈 길은?

올 한해 정부가 추진한 경제정책의 핵심은 인상률 16.4%의 파격적인 최저임금 인상이었다. 이는 지난 10년간의 최저임금 인상 추이와 확연히 다른 것이었고, 한국 경제에 미친 영향도 컸다. 최저임금과 관련해 논란이 일었으나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선순환을 통한 경제성장을 기대하며 2019년 최저임금을 또다시 두 자릿수 인상률로 올리는 선택을 했다. 이에 『대학신문』에선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뒷받침하는 경제사상과 이론을 파악하고, 정부가 제시한 목표만큼 경제가 성장하지 못한 이유를 한국 경제의 구조 차원에서 분석해봤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무엇을 얻는가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소득주도성장은 우리나라에서만 쓰이는 말이다. 이는 ‘임금주도성장’에서 유래한 용어로, 자영업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를 고려해 정해진 것이다. 박상인 교수(행정대학원)는 “임금주도성장은 영국의 경제학자인 존 메이너드 케인스 이후의 경제 사조인 포스트 케인지언 경제학에서 나온 이론이고, 소득주도성장은 여기서 파생된 것”이라 설명했다. 포스트 케인지언 경제학자들은 노동소득의 증대를 통한 유효수요의 증가를 주창하며 케인스의 생각을 계승했다. 이들은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노동자 계층의 소득이 늘어나면 시장의 수요가 증가하고 공급도 잇따라 증가할 것이라 주장한다. 고소득층은 소득이 100원 늘면 소비를 20원만 늘리지만, 저소득층은 소비를 50원 늘릴 것이라는 논리다. 경제적 선순환에 대한 이런 논리는 정부지출을 통한 고용창출을 강조한 케인스의 주장과 크게 다른 점이 없지만, 어떻게 노동소득을 증가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는 차이가 있다. 박상인 교수는 “포스트 케인지언 경제학이 케인스의 생각과 다른 점은 노동소득의 증가를 임금 증가를 통해 꾀한다는 점”이라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도 여기서 나온 것이다. 임금주도성장론은 최저임금 인상 등의 정책으로 노동소득을 늘려 내수를 활성화하는 ‘분수효과’를 중시한다. 이는 고소득층의 소득증대를 통한 경제 활성화를 일컫는 ‘낙수효과’와 반대 방향의 경제 활성화를 말하는 것이다. 민주노총 김은기 정책국장은 “낙수효과에 기대왔던 지난 9년의 경제정책이 효과를 보지 못했기에 현 정부에서 새로운 정책으로 전환하려는 것”이라 말했다.

경제학은 효율성과 형평성이란 두 가치를 중시한다. 박상인 교수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경제정책은 좋은 정책이라 보기 힘들기에 최저임금 정책도 이 두 가치를 모두 성취하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정책은 소득 불평등을 완화해 형평성을 제고하는 좋은 수단이 된다. 소득 불평등의 완화는 크게 두 방향으로 이뤄진다. 하나는 정부가 시장소득의 배분 과정에 개입해 조정된 소득을 배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배분된 소득을 사회보험이나 조세 등을 통해 재분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자는 총수익 100이 고소득층 80, 저소득층 20으로 배분되는 상황에서 70:30으로 배분 상황 자체를 조정하는 것이고, 후자는 총수익을 우선 80:20으로 배분한 후 고소득층이 얻은 80 중 10을 조세로 거둬 저소득층의 복지에 투자하는 것이다. 최저임금 정책은 전자의 대표적인 수단이다. 저소득층은 주로 자본소득보다 노동소득에 의존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설정해 전체 소득 가운데 노동 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을 올리면 소득 불평등이 완화될 수 있다. 최저임금 정책은 효율성을 제고하는 효과도 있다. 최저임금을 통해 임금의 하한선을 정하면 기업의 고용비용이 전보다 증가하게 돼 재무 구조가 부실한 한계 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한다. 박 교수는 “이런 압박은 한계 기업이 더 생산적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며 “혁신이 일어나기 쉬운 사회에서 기업은 비용증가의 압박을 받아 혁신을 시도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론적으로 최저임금 정책은 효율성과 형평성을 모두 꾀할 수 있어 정부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이론적 예측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지는 그 사회의 경제구조에 달려있다.

정부의 희망찬 경제구상, 그 결과는?

최저임금의 인상을 통한 소득주도성장을 구상한 정부는 올해 기대한 만큼의 경제성장을 이뤄내지 못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2018년 11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자동차산업과 조선업을 포함한 산업계의 구조조정으로 취업자 수가 작년보다 약 10만 명 정도 감소했다고 밝혔다. 김우영 교수(공주대 경제학과)는 “최저임금 인상은 직업이 있는 사람들에겐 희소식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겐 노동시장 진입을 어렵게 하는 장벽이 될 수 있다”며 최저임금 정책 자체가 가진 단점을 지적했다. 최저임금과 같이 시장 본래의 가격보다 높은 가격선을 인위적으로 설정한 경우 노동의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실업이 발생하게 된다. 김우영 교수는 “생산성 증대를 고려한 최저임금 인상은 실업 문제에 큰 악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두 자릿수 인상은 근로자의 생산성 증대를 초과해 기업이 버티기 힘들게 하고 고용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 우려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오는 효율성 및 형평성 향상의 효과가 고용 하락의 부작용보다 크길 기대했지만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은 그 효과가 미미했다. 박상인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박 교수는 “재벌 중심의 기업구조와 높은 자영업 비율 등 한국 경제의 특징이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흐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먼저 효율성의 측면에서 그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위기에 처한 한계 기업이 한국의 경제구조에선 위기에 대처하는 혁신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며 “문제의 핵심은 원청-하청 관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한계 기업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중소기업은 원청인 대기업의 하청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다. 박 교수는 “원청과 하청은 주로 친인척 관계 등 사적인 관계로 연결되기 때문에 원청이 하청을 선택할 때 공정한 경쟁이 나타나기가 어렵다”며 “이런 원청과 하청의 블록화* 경향이 바뀌지 않는다면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이 혁신하기엔 무리”라 주장했다.

자영업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저소득 자영업자의 부담을 늘리기 때문에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한다 보기도 어렵다. 우리나라에선 퇴직금을 받고 조기 퇴직하는 경우가 많다. 민간기업에선 퇴직연금보다는 퇴직일시금을 받는 것이 보편적이다. 통계청 퇴직연금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수급한 사람이 266,389명으로 연금으로 수급한 사람 5,866명의 약 45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한 노년층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한 번에 받은 퇴직금으로 자영업을 시작하는 경향이 있어 자영업자 비중이 높아지고, 결국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통받는 것 또한 이들이다.

그러나 자영업자의 고통을 최저임금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김은기 국장은 “편의점 가맹점주 등 일부 소상공인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데 이는 최저임금인상을 억제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편의점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불공정한 계약, 높은 카드수수료 등 불공정한 경제구조를 개선함으로써 풀어야 할 문제”라 주장했다. 오히려 그는 “2017년 1인 가구의 월 생계비가 191만원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현재 최저임금은 생계비에 비해 매우 부족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원 이행 불가’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최저임금 정책이 앞으로 나아가려면?

최저임금 인상 문제는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의 생계와 직접 연관된 동시에, 양측의 견해 차이가 뚜렷한 문제다. 그렇기에 2018년 최저임금에 대한 평가도 다양했고, 2019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의견이 분분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지난 7월 14일 긴 줄다리기 끝에 10.9% 인상된 8,350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지난 10년간의 최저임금 인상 추이에 비춰보면 크게 오른 것이지만, 2020년까지 최저임금이 10,000원까지 오르길 바랐던 노동자들의 기대엔 미치지 못했다.

최저임금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단기적, 장기적 대책을 모두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론, 최저임금을 인상했을 때 부담이 늘어날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위한 구제수단이 절실하다. 박상인 교수는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늘어나면서 대기업의 부담은 줄었지만,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부담은 줄어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기업에선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기본급 외에 상여금, 교통비, 식비 등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반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은 주로 기본급 형태로 인건비를 지급한다. 따라서 최저임금액의 25%를 넘는 정기상여금과 7%를 넘는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추가한 결정은 대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기본급을 줄여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이런 혜택을 크게 받지 못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박 교수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더해 소득 불평등 문제에 관해선 “한국 경제에서 부작용을 많이 낳는 최저임금 인상보단 재분배정책을 통한 불평등 완화의 효과가 더 안정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최저임금을 통해 경제성장과 소득 불평등 완화를 이루기 위해선 경제구조와 문화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김은기 국장은 “구조적 개혁과 함께 인내를 갖고 최저임금 인상을 꾸준히 지켜보면 분수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전망했다. 박상인 교수는 “원청과 하청이 공정한 경쟁을 통한 계약을 맺는 경제문화는 한계 기업의 혁신을 촉진하고, 퇴직금 대신 퇴직연금을 지급하는 경제문화는 노년층이 자영업을 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은 이런 구조적 개선과 함께 진행될 때 그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장기적 시각이 필요하다.

경제구조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된다면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성장과 소득 불평등 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그 사회의 경제구조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산정한다면 기대효과보다 더 많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현재 고용침체 상황을 타개하고 소득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선 적절한 최저임금 설정과 더불어 장기적 관점에서 구조적 개혁이 필수적이다.

*한계소비성향: 소득의 증가분에 대한 소비의 증가분의 비율

*블록화: 경제상의 목적으로 기업 등의 단체 간 결합이 형성되는 현상.

삽화: 권민주 기자 kmj4742@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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